▲대담장면
사회적경제센터
문진수 소장(이하 문) : "세계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신자유주의가 이미 마지노선을 넘어섰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경제가 사회를 지배하는 시스템이 인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고, 사람들 또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 이런 흐름 속 '사회적경제'가 자본주의의 대안으로써 논의되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되고 있다. 사회적경제라는 말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보다 함의와 고민의 깊이가 깊어졌다고 보는데, 이러한 개념이 등장하게 된 흐름과 배경은 무엇인가."
신명호 소장(이하 신) : "사회적경제는 프랑스의 경제사상가 '샤를 지드(Charles Gide, 1848~1932)'가 처음으로 소개한 경제학 용어이다. 설명할 때 어려움과 막연함이 있는데, 이는 19세기에 출현할 때부터 가지고 있던 태생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주류 경제학은 국부 창출을 위한 자본주의 체제 위주였다. 인류 역사상 가장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했지만, 실제 사람들의 삶에서 공동체가 파괴되고,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늘어나는 등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국가가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하기보다는 스스로 협동조합, 공제조합, 민간 결사체 등의 조직을 만들어 대응하였다. 다시 말해, 사회적경제 개념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한 관련 조직들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실업이나 빈곤의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해결하는 답안은 아니다. 다만, 모두가 같은 환경 속에서 함께 고민하고 사소한 도움을 주고받는 가운데 고통과 소외감은 줄어들고 행복감은 높아질 수 있는 삶의 방식들을 경험하고,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꼭 '사회적경제'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조직들과 이를 아우르는 범주로서의 의미를 갖는 개념과 운동은 필연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변하는 만큼, 변화하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문제에 대응해 나가는 방식으로 사회적경제도 변화를 모색하리라 생각한다."
문 :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시기이긴 하나, 이미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상품과 화폐중심의 교환 경제가 아니라 연대와 호혜의 경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적경제는 기존의 경제체제와 구분되어야 하고, 그래야 앞으로 새로운 시도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개념설명이 어렵다고는 하나, 구분에 앞서 어떻게 정의 내려 볼 수 있을까."
신 : "말씀처럼 기존의 자본주의 경제와 사회적경제를 구분할 수 있는 근거들은 있다. 자본주의의 대안 경제로서 역사에 등장했기 때문에, 시장경제가 갖고 있는 속성과 문제점에 대응하는 원칙들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개인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단어만을 놓고 보자면 '사회적'과 '경제'가 합쳐진 합성어이고, 각 단어가 연상시키는 함의들을 고려한 개념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양한 조직들을 아우르는 '범주 혹은 영역'으로서의 개념이기 때문에 닫힌 범주로 설정하기 어렵다. 일정 부분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이를 완전히 배제하는 설명도 없다고 본다. 사회적경제라고 일컬을 수 있는 공통적인 성격들이 있지만, 사회적경제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경제라고 말할 수 있는 일반적인 특성들을 반영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개념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본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 '사회적 자본'의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