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교도소"...경쟁은 폭력을 낳는다

[주장] 징계와 처벌 위주가 아닌, 교육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등록 2012.01.11 11:26수정 2012.01.1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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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리 집 화초 중 일부 화초도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삽니다, 화초보다 몇 곱절 더 소중한 우리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맑고 밝고 건강하게 자랄 것입니다

우리 집 화초 중 일부 화초도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삽니다, 화초보다 몇 곱절 더 소중한 우리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맑고 밝고 건강하게 자랄 것입니다 ⓒ 김형태


우리 집에는 제법 많은 꽃나무가 살고 있다. 시골 출신인데다 식물을 좋아하다보니, 화분이 하나 둘 늘어났다. 특히 2009년, 2010년 해직시절에는 마음을 의지할 데가 없어 화초 키우는 데 정성을 기울이다보니 어느새 덧마루(베란다)를 꽉 채울 정도가 됐다. 그러나 교육의원에 당선되고 정신없이 바쁘게 의정활동을 하다 보니, 화초에 거의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지난겨울과 올 겨울을 지나면서 많은 화초들이 죽어나갔다. 한 번은 죽은 꽃나무를 화분에서 분리하다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냥 버리기에는 비싼 화분이 아까워, 말라죽은 꽃나무를 뽑으려 했는데, 뽑히지 않는 것이었다. 더 무리한 힘을 가했더니 그만 화분이 깨지고 말았다.

화분이 깨지고 나서야 왜 나무가 뽑히지 않았는지를 알았다. 나무가 살기 위해 실뿌리를 뻗고 또 뻗다보니 화분 안이 실타래, 또는 솜뭉치처럼 온통 가는 뿌리로 꽉꽉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이 나무가 살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 몸부림을 쳤을까? 나는 털썩 주저앉아 때늦은 반성과 후회를 하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우리 학생들을 떠올렸다. 나의 무관심과 무신경이 화분 안의 꽃나무를 말라죽게 했듯이, 우리의 무관심과 무신경이 학교 안의 아이들을 죽게 한 것이다.

우리의 무관심 속에 죽어나간 아이들

통계에 의하면, 청소년 중에 자살을 생각해본 학생들이 5명 중 1명에 이르고, 한 해에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양천구에서도 두 명의 여학생이 투신하였다. 

대구에서 집단 따돌림과 폭행 때문에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문제가 다시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연일 학교폭력 문제가 언론의 중요 자리를 장식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징계와 처벌 등 강경 일변도의 문제 해결 방법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까 싶어서다.

학교문제, 교육문제는 첫째도 둘째도 교육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고, 교육적인 잣대로 풀어나가야 함에도 온통 비교육적인 극약처방이 쏟아지고 있다. 교과부는 강제전학, 학부모 소환, 생활기록부 등재를 비롯해 형사처벌 연령을 기존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는 등 범죄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한 술 더 떠, 학교폭력을 민생치안 현안으로 규정한 뒤, 상습적인 교내외 폭력에는 가해자를 구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외근경찰 1만2000여 명을 투입하고, 스쿨폴리스제를 도입하는 등 학교폭력과의 전쟁까지 선포하였다.

그러나 뿌리에 문제가 있는데 뿌리는 놔두고 가지치기만 열심히 한다고 병든 나무가 건강해질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그에 걸맞은 대책을 강구하는 쪽에 더 무게를 실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 교육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풀어야

a  집단 따돌림과 폭력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D중학교 학생이 남긴 유서

집단 따돌림과 폭력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D중학교 학생이 남긴 유서 ⓒ 조정훈


강제전학은 비교육적이고 비효율적인 방법의 대표다. 전학을 가기 위해서는 전 가족이 타 학군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솔직히 이것이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위장전입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고, 무엇보다 어느 학교도 가해학생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위 '폭탄 돌리기'가 되는 것이다. 왜 폭탄을 돌리려고만 할까?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려는 노력은 왜 하지 않는 것일까?

가해학생은 이 학교 저 학교 전전하다 결국 학교 밖으로 영영 쫓겨나는 경우가 많다. 학교 안에 있어야 그나마 상담치료나 교화라도 하는데, 그럴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돌이킬 수 없이 점점 더 나쁜 길로 빠질 위험성만 많아지는 것이다.

일부에서 가해학생을 '암적 존재'라고 규정한다. 교육에서, 처벌과 징계를 하는 이유는 학생이 잘못을 뉘우치고 올바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함 아닌가? 무조건 암적존재로 매도하여 학교 밖으로 내쫓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는 행위 아닌가?

물론 일부 가해학생 중에는 다른 학생들과 격리시켜야 할 만큼 고질적이고 상습적으로 학교폭력을 일삼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런 학생들에게는 더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교화와 상담을 통해 학교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과수원의 사과 하나가 썩었다고 모든 사과가 썩었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가해학생을 구제불능으로 낙인 찍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연령을 낮추어 어린 초등학생까지 형사처벌하겠다는 것 또한 교육적이지 못한 방법이다. 초등학생에게까지 구속을 내세워 겁을 주겠다는 것 아닌가? 교과부나 경찰이 내놓은 대책이 책임전가, 여론 잠재우기, 성과주의식 대책이라는 비판이 이래서 제기되는 것이다. 징계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상담과 교육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이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무 자르듯 흑백으로 쉽게 가려지는 경우는 드물다. 어제의 피해자가 오늘은 가해자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해학생을 만나 상담해보면 그들 대부분도 상처받은 영혼들이다. 피해학생뿐만 아니라 가해학생에게도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이유이다. 가해학생이든 피해학생이든 원인을 찾아 그것을 제거해주는 노력이 절실하다.

학생인권 확대될수록 학교폭력은 없어져

요즘 일부 단체와 언론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학생인권조례와 연관시키는 것은 정말 억지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9일, "학교폭력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반박하였다. 경기도교육청 대변인은 "학생인권선언은 모든 종류의 폭력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는 적극적인 제도적 장치"라며, 실제로 학생인권조례 실시이후, 학교폭력건수가 줄었다고 발표하였다(2010년 2014건, 2011년 1061건).

또한 일부의 주장처럼 서울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권리만 담았다고 하는 것도 틀린 주장이다. 조례안 제6조 제1항에는 "학생은 체벌, 따돌림, 집단 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고, 제3항에는 "교육감,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체벌, 따돌림, 집단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 및 언어적 폭력을 방지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또한 제4조에는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사 및 다른 학생 등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학생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학생인권조례를 통하여 학교 내의 따돌림이나 집단 괴롭힘, 성폭력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은 오히려 이러한 학교 폭력을 근절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학생인권조례가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지도를 어렵게 한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경쟁에서 협력으로, 차별에서 지원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의 한 장면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의 한 장면 ⓒ KT&G 상상마당


누가 뭐래도 학교폭력이 이렇게 심각해진 근본 원인은 경쟁교육, 입시교육이다. 요즘 학생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학교-집-학원'을 맴돈다. 놀이공간도 없고 놀이문화도 없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아이들은 약자를 찾아 괴롭히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들 대부분은 폭력을 폭력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장난으로 생각한다는 데 더 심각성이 있다. OECD 국가 중 청소년이 햇볕 받는 시간과 운동량 및 수면 시간이 가장 적은 나라가 우리나라란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사육당하듯이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교육과 입시교육은 더 이상 신주단지가 아니다. 화분을 깨듯 깨버려야 한다. 우리 아이들을 경쟁교육과 입시교육의 틀 안에 가두어놓는 이상 학교폭력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아이들이 친구들을 함께 가야 할 동반자가 아닌 이겨야 할 경쟁자로 여기는 한 학교폭력 문제는 백약이 무효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경쟁교육을 협력교육으로 바꾸어야 한다.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처럼, 차별하는 교육에서 지원하고 배려하는 교육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핀란드의 경우, 성적표는 있지만 석차는 없다. 그들이 받은 등수 있는 성적표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학생들 간의 편차' 그리고 'PISA(학업성취도국제비교연구) 1위'이다.

우리나라는 PISA에서 2위를 하였다. 한국 교육관계자가 "하하, 이거 우리가 근소한 차이로 졌습니다"라고 말하자, 핀란드 교육관계자는 차갑게 "저희가 큰 차이로 이겼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웃으면서 공부하지만 그쪽 학생들은 울면서 공부하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교육은 사라지고 사육만 남은 우리나라 공교육. 심지어 학교는 교도소라고까지 말하는 아이들. 잘하는 게 많아도 성적이 나쁘면 기죽어 지내야 하고, 이런 저런 규제와 통제 때문에 학교 가기가 싫은 아이들. 모두 1등 할 수 없고, 모두 특목고 갈 수 없고, 모두 일류대 갈 수 없음에도 모두들 그것만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우리의 미친 교육. 분명 대한민국 교육은 수술이 필요하다. 

말로만 '책임교육' 운운할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학급당 학생수를 선진국 수준(25명 이하)으로 과감하게 감축시키는 방법이다. 아울러 인성교육 확대, 문예체교육 활성화도 시급해 보인다. 또한 교사의 과도한 행정업무를 줄여주어, 교사가 학생의 교육과 생활지도에만 주력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담임교사와 상담교사는 수시로 학생들을 면담하고 상담하여 아이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고 무엇 때문에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가를 찾아내어 맞춤식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피해를 입었을 때는 '학교폭력 신고함' 등에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왕따나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의 경우, 무조건 쉬쉬하고 보호하기보다는 부모님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왜 왕따나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지 원인도 제거해주고, 가슴 펴고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아끼지 말야 할 것이다.

동시에 가해학생의 경우도, 무조건 처별하고 징계하기보다는, 왜 가해를 하는지 그 원인을 파악하여 상담과 치료를 통해 교정되도록 애써주되, 정도가 심한 학생들을 위한 대안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교육청과 교과부는 가해학생을 경찰에 넘기려고만 하지 말고, 공립형 대안학교를 많이 만들어 책임교육 차원에서 그 아이들도 교화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무책임하게 가해학생에게 등교정지만 시키고 할 일 다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등교정지 기간에 대안학교 등을 통해 봉사활동, 극기훈련, 자기성찰, 상담치료 등 특별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교육청과 교과부는 말로만 낙오 없는 책임교육 운운할 것이 아니라 정말 한 명의 학생도 낙오되지 않고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 #학생인권조례 #김형태 #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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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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