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진보신당 대변인의 <노회찬과 삼성X파일-권력과 자본에 맞서 싸운 7년의 기록> 출판기념회가 10일 오후 노원구민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조국 서울대 교수가 초청돼 '북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신원경
"4월, 노회찬 대표가 국회에 못 들어가면 결별 선언을 하겠다."(조국 서울대 교수)"'조국'의 버림을 받아서는 안 되지 않겠나."(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출판기념회' 바람이 불고 있다. 많은 선거 주자들이 앞 다퉈 책을 내고, 기념회를 통해 '은연 중' 표심을 점검한다.
10일 오후 서울 노원구민회관에서 열린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의 <노회찬과 삼성 X파일-권력과 자본에 맞서 싸운 7년의 기록>(이하 <삼성 X파일>) 출판기념회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국 교수는 '대놓고' '병풍'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노회찬이 노원구에서 당선 안 되면 오늘 여기 와 계시는 분들 미워할"거란다. 조 교수는 알고 보니 '노회찬빠'였다. 4월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20석 이상을 차지하면 파란 망사 스타킹을 신겠다고 약속도 했다.
이날은 출판기념회라기 보다 '노회찬-조국 북콘서트'의 성격이 짙었다. 이들은 '2012년,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란 주제로 '희망적인 정치'를 이야기했다. 비록 정의롭지 못한 사회이지만 진보 정치를 통해 희망을 보자고 역설했다.
노 대변인은 "정치가 희망이라고 말하면 실감 안 나는 국민이 많은데 이는 체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치가 생활을 구해내는 것이라면 진보 정치가 답"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 또한 "노동이 존중되고, 민생이 보장되는 것은 대통령, 국회의원 잘 뽑아서 그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라 힘주어 말했다.
이날 사회는 '국민 사회자'로 유명한 최광기씨가 맡았다. 다음은 '북콘서트' 대화 내용을 요약했다.
최광기(이하 최) : <삼성 X파일>이란 책을 내면서 남다른 감회가 있으실 것 같다.
노회찬(이하 노) : 제가 2005년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 '삼성 떡값 검사'들의 이름을 밝혔습니다. 공교롭게도 당시 법사위에 나와 있던 현직 법무부 차관의 이름도 거론됐었죠. 하지만 이러한 의혹이 있는데도 모두가 감추려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는데 아직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어느새 '법조계' 인사가 됐네요(웃음).
조국(이하 조) : '삼성 X파일' 사건을 한 마디로 말하면 '법률적 부조리'입니다. 삼성이 '난다 긴다'하는 사람들과 불법을 공모했고, 그것을 당시 안기부(현 국정원)가 불법적으로 녹음합니다. 하지만 모두 처벌받지 않죠. 그 내용을 폭로한 노 대변인만 처벌을 받게 되는 상황이었죠. 이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논문을 쓰고, 대법관들과 논쟁도 했습니다만 사실 지금도 재판은 불리한 상황입니다. 정치적 영역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싸워서 뒤집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 : 지금까지 긴 시간이 지났는데 그간 고통스러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 : 보통 사람과 다르게 너무 험한 길을 가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하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도 45년 전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와 계십니다. 그때 배운 게 그런 겁니다.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옳으면 끝까지 하라고 교과서에 써져 있었거든요. 저는 오로지 교과서대로,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하다 보니 '법조계'에 오래 머물고 있습니다(웃음).
조국 "노회찬을 여의도로"조 :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데 따져볼 것이 많아 쉽게 끝나진 않을 겁니다. 특히 당시 노 대변인의 행동이 불법이었는가를 따져봐야 해요. 그런데 (재판보다) 더 빠른 해결방법이 있습니다. 노 대변인이 국회로 들어가시는 겁니다. 들어가셔서 통신비밀보호법을 바꾸면 돼요. 법리의 문제는 저와 변호사에게 맡겨주시고, 여러분은 4월에 노 대변인을 여의도로 보내버리면 됩니다(장내 박수).
최 : 법은 변호사에게, 우리는 투표로…. 아주 명쾌하게 말씀해 주셨네요. 삼성 X파일 문제가 해결되는 게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조 : 우리 사회의 대표를 뽑으려 하는데 그 뒤에 삼성과 같은 재벌이 있었습니다. 이 시장권력은 선거 때마다 후보는 물론 검찰에도 돈을 줍니다. 모두가 재벌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그 시점에서 노 대변인이 재벌이라는 실체와 싸운 것,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노 대변인은 보통 사람의 세상을 위해 노력해 온 분입니다.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려면 노 대표 같은 사람이 여의도로 가야 합니다.
최 : 요새 '정치가 희망'이란 말을 많이 합니다. 과연 정치가 희망이 될까요?
노 : 정치가 희망이라 말하면 실감이 잘 안 나죠. 이는 체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노원구에 1등만 14번 나온 유명한 '로또 가게'가 있습니다. 거기 현수막에 '로또 외에 방법 없다'라고 쓰여 있었어요. 참 슬픈 이야기입니다. 로또 외에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진보 정치, 진보 정당 외에 방법 없다'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 '돈 봉투'로 말이 많습니다. 그 돈 봉투 국민들에게 뿌리면 안 됩니까. 왜 자기들끼리 주고받습니까(웃음).
조 : 브라질에선 실제로 있는 일입니다. 기본소득 보장을 위해 정부가 국민에게 돈을 줍니다.
노 : 그래서 룰라 브라질 전 대통령이 물러날 때 지지율이 80%였죠. 국민들에게 돈 봉투를 뿌렸으니까요. 사실 그 돈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돈이죠. 그 돈 봉투 안의 명함에는 '국민'이라고 써져 있었을 겁니다(웃음).
최 : 가난하고 배우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절박하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현재 국민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노 : 얼마 전 신도림역에서 1인 시위를 한 적이 있어요. 새로 생긴 백화점 측이 그 앞에서 김밥을 팔던 사람을 쫓아내려 해 항의를 한 것이죠. 며칠 전엔 2000억 원이 넘는 돈을 횡령한 SK 회장이 불구속 기소됐죠? 그런데 중국집 배달부가 돈을 조금씩 떼어 77만 원을 생활비로 썼는데 이 사람은 구속돼서 징역 10개월을 살게 됐습니다. 훔치려면 많이 훔치라는 건가요. 대통령 욕해도 안 잡아가는 사회긴 하지만 아직도 이 사회는 거대 권력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실질적 민주화를 이루지 못하면 우리 생활도 나아지기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