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사람들 오가는 역은 재미없어"

예향의 문화 흐르는 목포역사 만드는 박석민 목포역장

등록 2012.01.11 19:01수정 2012.01.1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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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역을 찾은 여행객이 글로리미술관 한켠에 마련된 철도의 변천사가 담긴 사진자료를 보고 있다.
목포역을 찾은 여행객이 글로리미술관 한켠에 마련된 철도의 변천사가 담긴 사진자료를 보고 있다.이돈삼

2년 전 교육원에서였다. 그린투어리즘 교육과정이었는데, 그가 강사로 왔었다. 그는 기차와 여행상품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 지역관광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 그 파급효과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역설했다.

그러면서 정동진역장으로 근무하던 2000년대 초 얘기를 했다. 정동진역을 테마로 한 다양한 기차여행상품을 개발, 정동진을 전국적인 해돋이 명소로 만드는데 한몫 단단히 했다고 했다.


교육원 강의 당시 그는 광주역 영업처장이었다. 지역관광에 대한 마인드도 뚜렷했다. 그는 광주역에 근무하면서도 다양한 기차여행상품을 선보였다. 시민들의 호응도 가히 폭발적이었다.

 서울에서 목포를 찾은 여행객이 목포역 2층에 마련된 글로리미술관의 전시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뒤에 서 있는 이는 박석민 목포역장이다.
서울에서 목포를 찾은 여행객이 목포역 2층에 마련된 글로리미술관의 전시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뒤에 서 있는 이는 박석민 목포역장이다.이돈삼

 박석민 목포역장. 부임 이후 예향의 향기가 흐르는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박석민 목포역장. 부임 이후 예향의 향기가 흐르는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이돈삼

지난해 봄이었다. 목포역에 미술관이 생겼다는 언론보도를 봤다. 역 2층에 방치돼 있던 30평 규모의 공간을 고쳐 미술관으로 꾸몄다는 것이었다. 이름은 목포역 글로리(GLORY) 미술관. 'GLORY'는 'Green Life Of Railway Yearning'의 약자로 '철도를 열망하는 녹색생활'이란 뜻을 담았다.

신선했다. 아이디어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술관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그였다. 박석민(49) 목포역장. 지난 2010년 11월 목포역장으로 자리를 옮긴 터였다.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목포역 글로리미술관은 지난 8개월 동안 15번의 크고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송하 김병연 한국화전을 시작으로 서양화, 도예, 전각전도 열었다. 지난 12월엔 김미경 박사의 소장작품을 가져다 '스토리텔링과 함께 한 미술품 특별경매'까지 했다.

 지난해 말 목포역 글로리미술관에서 열린 미술작품 특별경매 모습. 특별경매에 앞서 박석민 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목포역 글로리미술관에서 열린 미술작품 특별경매 모습. 특별경매에 앞서 박석민 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목포역

관람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목포역을 찾은 여행객들이 많이 찾았다. 기차시간을 기다리던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여행객들에게 문화향수 기회를 주면서 목포가 예향임을 알렸다. 미술작품 전시를 보려고 지역주민들이 부러 찾기도 했다.


지역의 미술작가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싼 값으로 전시공간을 마련해준데 대해 찬사를 쏟아냈다. 큰 돈 들이지 않았음에도 목포역 글로리미술관은 짧은 시간에 목포문화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문화의 중심은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지역의 전업작가들한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가 미술관을 만들었는데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흐뭇합니다. 관광객들도 좋아하시구요.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모이면 지역의 이미지도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구요."


 목포역 대합실 전경. 박석민 목포역장 부임 이후 대합실 분위기가 밝아지고 깨끗해졌다.
목포역 대합실 전경. 박석민 목포역장 부임 이후 대합실 분위기가 밝아지고 깨끗해졌다.이돈삼

 박석민 목포역장이 서울행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을 배웅하고 있다.
박석민 목포역장이 서울행 열차를 타려는 승객들을 배웅하고 있다.이돈삼

그의 목포역 바꾸기는 미술관 개관에 머물지 않는다. 박 역장은 기차여행상품을 만들어 관광마케팅에도 나섰다. 지난해 여름방학 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기차여행프로그램인 '내일로'를 통해 2000명을 목포로 불러들였다.

이들과 목포시티투어, 해남 땅끝투어를 연계시켜 준 것도 그였다. 땅끝까지 대학생들과 함께 다니며 직접 안내도 했다. 목포해양문화축제 땐 기차를 통한 요트체험 관광객도 모집했다. 수도권에서 KTX를 이용한 남도여행 홍보, 영남권을 대상으로 한 목포와 흑산도ㆍ홍도 여행상품도 팔았다.

뿐만 아니다. 역의 대합실 환경도 깔끔해졌다. 쾌적한 휴식공간으로 바꿨다. 예전 목포역 대합실은 청결과 거리가 멀었다. 오죽하면 여행객들이 역 광장에서 서성거리며 기차시간을 기다리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금은 대합실 안 찻집과 제과점에서 쉬며 편히 기차를 기다린다. 예전의 불결했던 환경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KTX 도착시간에 맞춰 방송하는 '목포는 항구다' 노래는 여행객들에게 옛 향수를 불러일으켜 준다. 목포가 항구라는 지역 이미지도 다시 한번 새겨준다. 직원들도 눈에 띄게 더 친절해졌다.

직원들의 지역사회 봉사도 아름답다. 직원들은 매주 목요일 종합사회복지관으로 찾아가서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한다. 바자회를 운영하고 얻은 수익금으로 새터민을 돕기도 했다. 소외계층에 대한 기차여행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KTX 체험여행도 주선했다. 모든 게 박석민 역장이 부임하면서 달라진 것들이다.

 박석민 목포역장이 목포역을 테마로 한 여행상품 개발과정을 들려주고 있다.
박석민 목포역장이 목포역을 테마로 한 여행상품 개발과정을 들려주고 있다.이돈삼

지금은 지역의 미술작가들을 활용한 기차여행상품을 그리고 있다. 작가들의 작업실을 직접 찾아 체험할 수 있는 예술투어가 그것. 목포역 인근에는 미술작가 1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목포역을 예향의 문화가 흐르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단순히 사람들이 오가는 역이 아닌…. 여행객들에겐 휴식공간이 되고, 지역주민들의 문화공간도 되구요. 미술작가들의 버팀목 역할도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해서 누구에게나 편안한 목포역,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목포역, 누구나 한번쯤 와보고 싶은 목포를 만들고 싶습니다."

전국에 하나뿐인 역 미술관을 만든 '멋쟁이 역장' 박석민. 그의 목포역 가꾸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목포역 전경. 예전과 달리 한층 밝고 깨끗해졌다.
목포역 전경. 예전과 달리 한층 밝고 깨끗해졌다.이돈삼

#박석민 #목포역장 #글로리미술관 #목포역미술관 #목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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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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