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전 울산지검 형사1부장.
권우성
박 전 부장검사는 지난 2008년 2월 검찰로 복귀했다. 변호사 개업이나 정치권 진출 등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미완으로 그친 검찰개혁을 내부에서 추진해야겠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탓에 애시당초 그가 갈 수 있는 '적당한 보직'이란 없었다. 결국 서울고검을 거쳐 사법연수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수사일선에서는 멀어졌지만 참여정부에서 검찰개혁과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검찰을 꼼꼼하게 대비시켜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참여정부 검찰이나 이명박 정부 검찰이나 검찰의 본류, 주류가 변한 것은 없다. 보수성향의 엘리트들이 계속 검찰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는 같다. 다만 참여정부에서는 '검찰수사 불개입-불간섭'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무리한 검찰권 남용이 비교적 적었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무리한 수사(검찰권 행사)가 많았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검찰권이 더 절제되고 공정하게 행사되느냐에서 차이가 많다는 점을 깨달았다."박 전 부장검사는 "참여정부는 검찰 처지에서 보면 어려운 시절이었다"며 "상설특검, 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정부에서 강도높게 사법개혁을 추진하면서 검찰이 그것을 방어하느라 힘든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당시 검찰 안에서는 참여정부나 노 대통령에게 반감을 보이거나 좋지 않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로 바뀌자 분위기도 바뀌었다. (검찰로서는) 한시름 놓게 된 것이다. 위축된 검찰권을 다시 마음껏 행사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물론 그런 분위기는 검찰 전체가 아니라 지휘부를 중심으로 하는 검찰 주류층에서 형성된 것이었다." 박 전 부장검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검찰수사 행태를 두 가지로 분류했다. 하나는 '노무현-한명숙-미네르바-정연주-PD수첩' 사건 등에서 보여준 과잉·표적·보복수사이고, 다른 하나는 축소·부실·봐주기수사로서 민간인 불법사찰, 한상률-천신일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법률가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수사였다"며 "검사가 과연 법률가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공정성과 형평성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검사들이 법리적용에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 자신감있게 처리했을 수도 있다. 물론 공명심도 작용했을 수 있다. 특히 총리 등 사회고위층 인사 수사에서 검사의 공명심이 작용해 검사가 섣부르게 판단했을 수 있다. 또 그러한 수사를 높게 평가하는 정권이나 검찰 지휘부의 분위기에 부응하려는 측면도 있다. 정치적 고려에 의해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박 전 부장검사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못지않게 과잉·표적수사가 많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명확한 증거가 없어서 추정하는 것이지만 청와대와 검찰수뇌부, 정치권의 고려와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사들 사이에서 '업폭절'이라는 말이 있다. '업무상 과실치상, 폭력, 절도'를 가리키는데 검사의 90%가 이런 사건에 매달려 있다. 요즘에는 '빽'(배경)도 안 통할 정도로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이 과잉수사나 표적수사를 통해 말도 안되는 무리한 사건을 기소해 무죄를 받는 일이 많아졌다. 일부 정치검사들이 처리하는 사건들이 공정성과 형평성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많은 검사들이 억울하고 허탈해한다. 기를 못펴고 있다."박 전 부장검사는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 <검찰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모하비커뮤니케이션)에서도 "실제 대다수의 검사는 사건에 파묻혀 야근을 반복하면서 불의와 싸우고 있음에도 그동안 일부 정치적인 사건 처리에서의 편파시비 등으로 그 비난을 전부 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전 부장검사는 "모든 수사가 청와대의 지시 등 정치적 고려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며 "해당 주임검사들이 소신있게 윗사람을 설득해 이루어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참여정부 인사는 "김대중 정부 때까지는 검찰과 청와대(권력)가 사건조율을 했지만 노무현 정부에서는 그게 안됐다"며 "사후 조율만 가능했다"고 전했다. 다시 박 전 부장검사의 증언이 이어졌다.
"참여정부에서 두산그룹 배임사건과 정몽구 현대차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이 부담스러우니까 청와대의 의견을 물어왔다. 재벌을 구속시키거나 불구속시키기 부담스러우니까 그렇게 의견을 물어온 것이다. 검찰이 자신의 책임을 면해보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 청와대에서 '알아서 해라'고 했다. 이것은 책임 방기가 아니라 수사는 검찰에서 책임지고 하라는 것이었다.""국민에게 고통준 수사의 경우 인사 통해 시정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