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은 여전히 재개발중용산역 앞 재개발 3구역 철거에 반대하는 세입자들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동철
"정말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어"3년 전 1월 20일 새벽, 앙상한 흰 타일 건물 위로 경찰특공대를 태운 시커먼 컨테이너가 망루에 내려왔다. 그리고 망루에서는 검은 연기와 시뻘건 불길이 솟았다. 망루를 조준한 채 쉴새없이 쏟아진 물대포는 시너 화염을 더 키웠고 철거민들이 농성하던 파란 망루 벽틈으로 불길이 번졌다.
날름거리는 화마를 보며 건물 밑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굴렀고, 동료들은 "저기 사람이 있다"며 절규했다. 절규하다 다리가 풀려 바닥을 굴렀고 다시 일어나 경찰에 항의하다 실신했다. 망루가 폭발하고 몸에 불이 붙은 사람이 비틀거렸다. 옥상 난간을 붙들고 불길을 피하려던 철거민이 새벽 깊은 어둠 속으로 추락하는 충격적인 모습 앞에 사람들은 그저 입을 가리고 새어 나오는 신음만 흘릴 뿐이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은 이미 철거되고 없었다. 참혹한 현장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곳은 자갈투성이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남일당 건물터 왼쪽으로 몇 개 식당이 아직 남아 있었다. 주로 4구역 재개발 공사장 인부들이 점심을 먹는 곳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주차관리를 하는 한 아저씨는 "혹시 3년 전 참사 현장을 보셨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씁쓸한 답변만 돌아왔다.
"우리는 잘 몰라요. 그런데 아직도 그게 기사거리가 되나?"이어 남일당 건물터 맞은 편에서 담배와 음료 등을 파는 상점으로 향했다. 이곳 주인인 김민(65)씨는 그날의 참상을 똑똑히 기억한다고 했다. 당시 망루에서 농성하다 경찰의 진압으로 사망한 고 이상림씨는 죽기 전날 얼굴도 보고 인사도 나누었다.
"정말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어."김씨가 이씨를 기억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2010년 남일당 건물이 철거되던 날도 기억하고 있었다.
"주변의 현수막들 다 뜯고 몇 시간 만에 다 끝났지 뭐. 남일당 영정사진 앞에 향도 몇 번 피웠지. 사진 보면 가슴이 아파. 그래도 좋은 곳에 가라고 기도했는데..."김씨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남일당 건물 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안타까움, 아쉬움 등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마디 툭 던졌다.
"사람이 굉장히 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