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 숙지원 철쭉길 울타리에 심은 남천은 겨울에 붉은 열매를 볼 수 있다.
홍광석
그렇게 숙지원에 가지 않는 날이면 아내와 나는 집에서도 금년에는 무엇을 어디에 얼마나 심을 것인지 텃밭 농사 계획을 이야기한다.
3월이 되면 가장 먼저 심는 감자는 두 줄만 심을 것이다.
야콘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리를 바꾸어 100주를 심을 계획이다.
멧돼지가 먹어버린 고구마는 텃밭에 심지 않을 것이다.
고추 100주는 기본으로 하고, 옥수수는 두 이랑만 심을 작정이다.
지난해 연작으로 인한 가지와 토마토농사의 실패는 거울로 삼을 것이다.
강낭콩, 메주콩, 팥, 참깨, 토란, 생강….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화를 내는 일은 없다.
이제 우리는 한 작물을 결코 많이 심지 않는다.
채소류와 콩 종류, 마늘과 양파 등을 자급하는 것이 목표이다.
욕심껏 많이 심는 것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건강을 지키자는 텃밭 농사인데 욕심을 부려 몸에 무리가 된다면 그건 차라리 처음부터 하지 않음만 못한 일이 된다. 더구나 나이를 먹을수록 무리하면 쉽게 몸을 상할 수 있다.
지금도 내가 가끔 더 심을까 하는 욕심을 말하면, 아내는 욕심이 사람 잡는다고 말린다.
그러면서도 아내는 금년에 참깨를 좀 더 심겠다고 벼른다.
사실 농작물을 많이 심으면 수확하고 치우는 일도 힘들뿐만 아니라 수확한 작물을 보관하는 것도 힘들다. 물론 과일이나 채소를 저온 저장고에 일정 기간 보관하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제철에 먹는 맛을 따를 수 있을 것인가!
과학적으로도 오래된 채소와 과일은 영양가가 파괴돼 맛을 잃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부패해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때문에 우리는 마늘 양파 감자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제철 과일은 그때그때 먹고 말 작정으로 많이 심지 않는 것이다.
텃밭농사.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힘들고 어려움을 넘는 재미와 보람을 더 느낄 수 있는 일이다.
텃밭 농사는 요즘처럼 먹을거리가 불안한 시대에 직접 생산한 안전하고 싱싱한 농산물을 내 가족과 이웃들이 먹을 수 있다는 좋은 점이 있다.
무엇보다 텃밭 농사로 우리 부부의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점도 감사할 일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리는 분들께 텃밭 농사를 권하고 싶다.
어린 자녀들과 텃밭 농사를 한다면 흙의 소중함과 자연의 섭리를 따로 가르칠 필요가 없고, 꽃을 보고 식물을 만지게 한다면 착한 심성을 기르는 일이 되지 않을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