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없던 척 하던 남편, "흑마늘 더 먹어야지"

지난해 남편이 농사지은 마늘로 만든 흑마늘... 참 괜찮네!

등록 2012.01.17 09:46수정 2012.01.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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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숙성이 다 된 흑마늘 ...

숙성이 다 된 흑마늘 ... ⓒ 정현순


지난 주, 남편이 "흑마늘 더 먹어야지"한다. "흑마늘? 다 먹었잖아. 이젠 없지"라고 답했다. 남편은 "또 만든 거 다 알아"라며 발코니로 나선다.


"흑마늘 지금 먹으면 안 되는데."
"그럼 언제 먹어?"
"15일부터 먹어."
"왜 아무때나 먹으면 안 되는데?"
"그러게 흑마늘은 보온에서 15일 정도 숙성시키고 서늘한 곳에서 일주일 정도 말려서 먹어야 좋다는데?"
"그래, 그럼 며칠 더 기다리지."

남편의 반응은 의외였다. 처음 흑마늘을 다 만들어놓고  먹으라고 했을 때에는 시큰둥하면서 마지못해 먹는 듯했다. 그렇게 맛을 한번 보더니 먹을 만하다뎌 스스로 매일매일 빠뜨리지 않고 3~4쪽을 꾸준히 먹었다. 남편은 흑마늘을 먹으면서 "그런데 이게 어디에 좋은데?"라고 물었다. 나는 "뭐... 피로회복에도 좋고 위에도 좋다나봐, 좋다니깐 잘 챙겨 먹어"라고 답해줬다.

지난해, 남편이 농장에서 농사지은 마늘에 싹이 나기 시작했다. 빨리 먹을 방법을 생각하고 흑마늘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 만드는 것이라 일단 10통 정도 만들어 봤다.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이거 정말 엄마가 만든 거예요?"

a 마늘을 보온에 맞추어서 전기밥솥에 넣는다 ...

마늘을 보온에 맞추어서 전기밥솥에 넣는다 ... ⓒ 정현순


준비물 : 통마늘, 잘 사용하지 않는 전기밥솥


1. 겉껍질을 벗기고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물기를 뺀 후 밥솥에 넣는다. 보온에 맞춰 넣은 마늘은 15일 정도 숙성을 시킨다. 숙성시킬 때 나오는 마늘의 냄새가 아주 강하다.

2. 15일 정도 숙성된 마늘을 꺼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려준다. 일주일 정도 말린 후 아무때나 먹으면 된다. 한번에 3~4쪽씩 먹으면 적당할 것 같다. 처음 남편한테 3~4쪽을 먹으라고 했더니 6쪽 정도 먹었다고 해서 속이 쓰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아무 탈이 나지 않았다. 꿀이 잘 받는 사람은 꿀에 재거나 찍어 먹어도 좋다고 한다.


완성된 흑마늘을 보자 아들이 "이거 정말 엄마가 만드 거 맞아요?"란다. "그래, 엄마가 이걸 왜 못 만드니. 아주 쉬워"라고 말하니 남편도 웃으며 한마디 거든다. "맞아, 엄마가 만든 거야. 너도 한번 먹어봐"라며 아들에게 준다.

아들은 "맛은 있는데 매일은 못 먹을 것 같아요. 아버지는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라고 하니 남편은 "이거 먹다가 엑기스는 못 먹을 것 같다. 진짜 진국이야"란다.

남편의 반응을 보고 난 "더 만들까?"하니 "아니, 그만 만들어"란다. 그래도 난 두 번째 흑마늘을 만들었다. 그만 만들라고 하던 남편이 "흑마늘이 또 없냐"고 물었던 것이다.

1월 15일 오후, 난 남편에게 흑마늘 먹어도 된다고 하니 남편은 한 걸음에 발코니로 나가더니 몽땅 들고 들어온다.

"이거 지금 다 먹으면 안되니깐 먹을 것만 놔두고 도로 갖다 놔."
"다 먹을라고 가지고 온 게 아니고, 이렇게 까맣게 된것이 너무 신기해서 자세히 보려고..."

너스레를 떠는 남편의 손에는 흑마늘이 한아름 담겨 있었다.
#흑마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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