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시설공단 이아무개 언론홍보부장이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KTX 민영화 관련 기사에 찬성 댓글을 달라고 지시했다. 이메일에는 이 같은 지시가 김광재 이사장과 국토해양부의 요구 사항임을 명확히 했다.
화면 갈무리
지난 12일 전 직원의 이메일로 이아무개 언론홍보부장 명의의 '철도경쟁체제 도입관련 댓글달기'라는 글이 발송됐다. 포털 사이트와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KTX 민영화에 찬성하는 댓글을 달라는 것이다. 전 직원은 1개 이상의 댓글을 달고, 오후 1시까지 실적을 제출하라고 했다.
이아무개 언론홍보부장은 김광재 이사장의 지시이자 국토부의 요구사항임을 분명히 했다. 이메일에서 "철도공사 및 시민단체 등의 반대 입장 및 조직적인 홍보에 따라 적극 대처하라는 이사장님 지시 및 국토부 협조(적극적) 요구사항과 관련"이라고 강조했다. 업무분장에서는 각 부서와 지역본부에 담당할 기사와 게시글이 체계적으로 할당됐다.
지시사항에 첨부된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 댓글 Q&A"라는 문서에는 다양한 KTX 민영화 반대 주장에 대한 대응 댓글 예시가 소개됐다. 서비스 수준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코레일이 독점하니 서비스 불만 얘기해도 묵살되기 일쑤, 국민들은 나은 서비스에 목말라"라는 댓글을 달라는 식이다.
또한 <개그콘서트> 유행어를 패러디해 "코레일 적자? 그래? 사람 불러야겠지? 민간 기업 오라 그래~", "안~돼에, 그럼 언제 경쟁해, 수백 년 수천 년 독점한다고…" 등의 댓글 예시도 있다.
'KTX 민영화' 관련 여론 조작 지시는 16일에도 내려왔다. 이날 낮 한국철도시설공단 사내통신망에는 '경쟁체제 등 국토위원 홈페이지 의견 등록'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기술혁신본부장 특별지시"라며 "소관부서에서는 담당처장 책임 하에 위원별 홈페이지에 일일 20건 이상 댓글 또는 의견을 게시, 등록하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지시 내용은 KTX 경쟁체제 도입의 필요성, 긍정적 효과, (이번 경쟁체제 도입이) 민영화가 아닌 이유 등의 주제로 본인, 가족, 친지 등 인적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실명으로 의견을 등록하라는 것이다. 엄격한 실적관리도 내세웠다. 매일 오후 5시 각 위원별 홈페이지 댓글, 의견 게시현황을 보고하라고도 했다.
철도시설공단 한 직원은 "KTX 민영화 같은 사안은 국민적 공담대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직원 개인의 의견을 무시한 채 국토해양부와 이사장의 지시라며 KTX 민영화 찬성 댓글을 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철도시설공단 "홍보실 실무자 자발적 참여 요청한 것" 해명한편, 철도시설공단은 17일 오후 해명자료를 통해 "정부정책이 일부 집단 이기주의에 의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사실이 왜곡되는 것을 염려하여 홍보실 실무자가 사내 메일을 통해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이어 "(직원 댓글 달기 지시는) 철도노조가 투쟁지침을 통해 KTX 민영화 반대 아고라방 댓글달기를 지시하는 등 코레일 노사합동으로 공식적이고 조직적인 여론조작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책"이라고 전했다.
공단은 또한 "공단은 7조6593억 원을 조달해 고속철도를 건설한 후 선로사용료를 받아 빚을 상환하는 상황에서 한 푼의 투자도 하지 않은 코레일이 이를 독점 운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철도교통편의를 국민에게 되돌려주기 위해서라도 경쟁체제의 도입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철도운영과 관계자는 KTX 민영화 찬성 댓글 달기 지시가 국토부 요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에 대해 "간부가 개인적으로 협조요청을 했을 수 있지만, 국토부가 철도시설공단에 공식적으로 (댓글 달기를) 요구를 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