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 명동3구역 카페 마리에서 재개발 시행 업체측 철거 용역 직원들(건물 안)이 세입자대책위원회 소속 상인들을 강제로 몰아내고 있다.
유성호
'가난'은 부끄럽지도, 그렇다고 아름답지도 않다 얼마 전까지 '사람 사는 이야기'란 타이틀은 언제나 가난함을 아름답게만 포장하는 데 그치곤 했다. 가난한 이들이 가난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가난한 이들의 치열한 싸움을, 없는 자가 있는 자에 대항하는 그 지난한 과정은 싸그리 무시한 채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등의 수사 따위로 겨우 이어져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우리가 왜 끊임없이 일해도 평생 가난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알게 됐다. 가난은 부끄럽지도 않고, 또 아름답지도 않다. 가난은 가난 그 자체이며, 개인의 무지와 게으름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가 분명히 존재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그동안의 '아름다운 가난함'이란 수식을 벗어난다. 먹고, 싸고, 자는 데에만 급급한 기본적 욕구만이 아니라 인간이 정말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돈' 외에 어떤 '내외적' 요건과 환경들이 갖춰져야 하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경박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묵직하지 않게 적당한 '농도'와 '악력'과 '글빨'(혹은 '말빨')로 사람을 '쥐락펴락'하는데… 내가 '울컥'한 게 거짓말이 아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참 좋은 책이라고 이만큼 '핥아'주었으니 이제 그만 글을 마치려고 한다. '시즌 1'이라고 하니 언젠가 <사람 사는 이야기>의 시즌 2, 시즌 3이 출간될 것이다. 삶은 무한하고, 백 명의 사람이 모이면 백 가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법, 또 다른 시즌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 것인지 기대된다.
상기하시라. 글자를 읽을 줄 알고, 문맥 파악에 어려움이 없는 독자라면 이 책은 30분 만에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마음'만큼은 오래간다. 딱히 "정말 감동받았어(눈물)"라며 '질질 짤' 필요는 없다만, '치졸'하고 '비열'한 이 사회구조 안에서(누군가는 이를 '치열하다'라고 오해하기도 하드만) 나만 절망하고, 상처받는 것이 아님을, 가끔 살며 부끄러운 짓을 할 때도 있고, 후회하기도 하며, 다짐을 연속하는 인생을 나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나이를 스물 몇 개, 서른 몇 개 먹을 때까지 도무지 '철이 들지 않아' 비싼 칼슘 보충제라도 한 통 사먹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그대들에게 '강추'하겠다. 이 절망을 위로하는 것은 고통받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의 연대'임을, 이 한 권의 책을 읽고 자신을 위로하고, 상대를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이 '잣' 같은 세상, 언젠가 좋아질지 모른다는 희망을 코딱지만큼 가져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