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에 보낸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 철회 공문(왼쪽)과 같은 날 교과부가 서울시교육청에 보낸 재의 요구 공문
윤근혁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시교육청에 이송한 날은 지난 해 12월 20일이었기 때문에 재의 요구 마감 시한인 지난 1월 9일을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과부도 이 같은 사실을 의식, 서울시교육청에 보낸 '재의 요구' 공문에서 "시의회에서 이송된 날로부터 20일이 지난 후 철회하는 것은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장관의 재의 요구 요청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의 요구 시한이 이미 지났음을 자인한 내용으로 해석된다.
이 내용에 대해 교과부 학교문화과 관계자는 "재의 요구 철회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고 이미 재의 요구 마감시한 20일을 지난 상태여서 장관이 20일이 지난 후 재의 요구를 다시 할 수밖에 없는 정황을 설명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의 요구 시한은 재의 요구 철회 뒤 다시 계산되어 20일 동안 유효하다는 게 교과부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교과부가 법률해석을 잘못해 자충수를 뒀다'면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의회와 국회 등에 관련 법규를 문의한 결과 재의 요구 시한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장관의 재의 요구 지시는 불가하다는 해석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3신: 20일 오후 5시 23분]"교과부, 뒤에서 조종하다 전면에 나서나" 비판 교과부 대변인 출신인 이대영 서울시부교육감이 재의 요구한 서울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복귀해 재의를 철회하자, 이번엔 이주호 교과부장관이 다시 재의 요구를 하겠다고 나섰다.
교과부는 20일 오후 "이주호 장관이 서울시교육감에게 학생인권조례 재의요구를 하라는 지시를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행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교육감이 시·도의회 의결이 법령에 위반됐다고 판단될 때는 그 의결사항을 이송 받는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교육감이 교과부장관으로부터 재의요구를 하도록 요청을 받을 때는 시·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28조1항)라고 명시했다.
서울교육청 "재의 요구 시점 넘겨 불가능한 일을 교과부가…" 하지만 이미 재의 요구 시점인 20일을 훌쩍 넘긴 상태에서 교과부가 재의 요구를 한 것이어서 법리적 논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의 요구 마감 시한은 지난 9일이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재의 요구 시점을 10여 일이나 넘긴 상태에서 교과부가 재의 요구를 다시 하도록 했다, 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서울시의회도 우리와 같은 해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현재로선 학생인권조례 공포를 강행할 방침이다.
반면 교과부는 재의 요구 철회 시점을 기준으로 재의 요구 기한인 20일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자 내부 법률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회는 지방자치에 대한 중앙정부의 폭력이라는 태도다. 시의회 김상현 교육위원장은 "교육감이 재의 요구를 철회하자마자 중앙정부인 교과부가 다시 재의 요구를 하는 행위는 지방자치제도를 전면 부정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금천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처장도 "교과부 심복인 이대영 부교육감을 뒤에서 조종하던 교과부가 뒤늦게 전면으로 나온 것은 이중 플레이"라면서 "재의 요구가 철회되자마자 다시 재의 요구를 하는 교과부야말로 교육혼란 세력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말했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회장도 "재의 요구 시점도 한참 지난 상태에서 교과부가 위법적으로 재의 요구를 다시 강행하는 것은 정부가 할 행동이 아니다"라면서 "학교폭력 대처에 뜻을 모아야 할 때 교과부의 정치적 속셈으로 교육계가 다시 정치적 회오리에 빠지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2신: 20일 오후 4시]"재의 요구 철회 공문에 서명"... 26일 관보에 게재 가능성 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