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코드화된 언어

레아 개인전 '언어영역 밖의 기억'

등록 2012.01.20 18:21수정 2012.01.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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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아_언어영역 밖의 기억 ?2_디지털 프린트_80×100cm_2008
레아_언어영역 밖의 기억 ?2_디지털 프린트_80×100cm_2008 레아

 레아_언어영역 밖의 기억 -11_디지털 프린트_47×70cm_2011
레아_언어영역 밖의 기억 -11_디지털 프린트_47×70cm_2011 김영태

우리가 살아가면서 체험한 여러 사건 중에서 문자나 언어를 이용해서 극명하게 재현할 수 있는 장면은 얼마나 될까? 또 문자나 언어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일들을 설명하는데 얼마나 적합한 수단일까?

인간의 기억은 명확하기 보다는 불확실하고 불연속적이다. 막연하고 추상적이기 조차하다. 또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은 흐릿해지고 분명하지 못한 상태로 변한다. 우리가 예술이라고 말하는 문학,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은 대부분 예술가의 기억에 의존해서 작업이 출발한다. 초현실주의와 일맥상통하는 요소가 많은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초현실주의는 꿈이나 무의식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것의 출발점은 인간의 체험 또는 기억이다. 정신분석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Sigmund Freud)는 꿈을 우리의 중요한 정신생활로 간주한다. 또 꿈이 인간의 무의식적인 소망을 충족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꿈과 기억은 다른 형태로 관계망을 형성한다. 꿈의 기저(基底)에 무의식의 기억이 자리 잡고 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기억이라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불분명하고 가변적이다. 또 동일한 사건이라도 기억의 주체에 따라서 기억의 내용 및 해석이 달라진다.

 레아_언어영역 밖의 기억 ?3_디지털 프린트_47×70cm_2009
레아_언어영역 밖의 기억 ?3_디지털 프린트_47×70cm_2009 김영태

 레아_언어영역 밖의 기억 -7_디지털 프린트_80×100cm_2011
레아_언어영역 밖의 기억 -7_디지털 프린트_80×100cm_2011 김영태

 레아_언어영역 밖의 기억 -8_디지털 프린트_47×70cm_2011
레아_언어영역 밖의 기억 -8_디지털 프린트_47×70cm_2011 김영태

작가 레아는 언어의 영역을 탈각한 기억에 관한 얘기를 사진으로 풀어낸다. 그런데 작가가 말하는 기억은 자신이 과거에 체험한 것에 대한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체험했을 것 같은 불분명한 기억에 대한 애매모호한 진술이기도 하다.

이러한 비 논리적인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제시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수사법을 선택했다. 작가는 노스텔지어(nostalgia)적인 사물이나 공간에서 특정한 포즈를 취해서 사진을 찍거나 동양적인 사상을 상징하는 대나무를 소재로 선택하기도 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어린 시절의 체험이나 추억과 관련되어 있을 것 같은 공간을 찍는다.

그런데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재현하지 않고 다중 촬영과 다중 프린트를 통해 모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미지를 생산한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억이라는 것은 불분명하고 불연속적이다. 또 논리적이지도 못하다. 무의식적이고 비 이성적이다. 이러한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는 다중 노출이나 다중 프린트가 적합한 표현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작가는 이미지 수집가 혹은 이미지 사냥꾼처럼 자신의 내면적인 부분과 교감하는 사물 및 공간을 수집한다. 작가는 결과물을 때로는 개념적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직관적으로 재구성해서 기억과 기억 사이에서 발생한 그 무엇을 풀어낸다. 꿈이나 동화 같기도 하고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그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중 촬영이나 다중 노출은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디지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규칙적이고 엄격하게 이미지를 합성하는 것과는 방법론적으로나 의미론적으로 많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이질적인 사물과 사물 혹은 공간과 공간이 겹쳐지기도 하고, 동양과 서양적인 것이 겹쳐져서 탈 언어적인 이미지로 변환됐다. 작가는 이러한 수사법을 통해서 자신의 기억과 무의식의 세계를 재현한다.


 레아_언어영역 밖의 기억 -9_디지털 프린트_80×100cm_2011
레아_언어영역 밖의 기억 -9_디지털 프린트_80×100cm_2011 김영태

 레아_언어영역 밖의 기억 -10_디지털 프린트_47×70cm_2011
레아_언어영역 밖의 기억 -10_디지털 프린트_47×70cm_2011김영태

작가 레아는 지극히 직관적이고 불규칙적인 작업을 한다. 엄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작업을 진행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한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그 후에 자신의 작업에 새로운 개념을 부가해서 작업의 의미를 확장하고 깊이 감을 더 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수집한 여러 사물과 그것을 재구성하는 작업과정이 작가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또 작가 자신도 알지 못한 자신의 의식구조를 일깨워준다. 레아의 사진작업은 작가의 표현의도와는 관계없이 기억, 꿈, 무의식 등과 같은 초 현실주의적인 요소와 밀접한 층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지의 수집에서부터 이미지의 재구성 단계까지 작가의 의식과 무의식이 불규칙적으로 개입됐고, 결과물의 표면도 그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별한 의미를 작품 한 장 한 장에 부자연스럽게 첨가하기 보다는 이미지 스스로가 존재의 당위성을 발생시키고 있다. 또한 결과물의 의미도 이미지와 이미지가 얽혀서 자동생성 됐다. 아마도 작가는 전시장에서 작품을 설치하는 최종 단계에서 또 다른 기억이 떠오르게 되고, 미처 인식하지 못한 작품의 또 다른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레아의 '언어영역 밖의 기억'시리즈는 자신의 정신적인 영역에 대한 심층적 재현이다.

덧붙이는 글 | - 전시기간: 2012년 2월8일~18일
- 전시장소 : 갤러리 아트사간


덧붙이는 글 - 전시기간: 2012년 2월8일~18일
- 전시장소 : 갤러리 아트사간
#레아 개인전 #현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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