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아_언어영역 밖의 기억 -8_디지털 프린트_47×70cm_2011
김영태
작가 레아는 언어의 영역을 탈각한 기억에 관한 얘기를 사진으로 풀어낸다. 그런데 작가가 말하는 기억은 자신이 과거에 체험한 것에 대한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체험했을 것 같은 불분명한 기억에 대한 애매모호한 진술이기도 하다.
이러한 비 논리적인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제시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수사법을 선택했다. 작가는 노스텔지어(nostalgia)적인 사물이나 공간에서 특정한 포즈를 취해서 사진을 찍거나 동양적인 사상을 상징하는 대나무를 소재로 선택하기도 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어린 시절의 체험이나 추억과 관련되어 있을 것 같은 공간을 찍는다.
그런데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재현하지 않고 다중 촬영과 다중 프린트를 통해 모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미지를 생산한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억이라는 것은 불분명하고 불연속적이다. 또 논리적이지도 못하다. 무의식적이고 비 이성적이다. 이러한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에는 다중 노출이나 다중 프린트가 적합한 표현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작가는 이미지 수집가 혹은 이미지 사냥꾼처럼 자신의 내면적인 부분과 교감하는 사물 및 공간을 수집한다. 작가는 결과물을 때로는 개념적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직관적으로 재구성해서 기억과 기억 사이에서 발생한 그 무엇을 풀어낸다. 꿈이나 동화 같기도 하고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그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중 촬영이나 다중 노출은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디지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규칙적이고 엄격하게 이미지를 합성하는 것과는 방법론적으로나 의미론적으로 많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이질적인 사물과 사물 혹은 공간과 공간이 겹쳐지기도 하고, 동양과 서양적인 것이 겹쳐져서 탈 언어적인 이미지로 변환됐다. 작가는 이러한 수사법을 통해서 자신의 기억과 무의식의 세계를 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