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 가게에서 연 매출 40억 원...비결이 뭡니까

[서평] 이나가키 아츠코 <1평의 기적>

등록 2012.01.22 12:02수정 2012.01.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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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돌
창업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대박을 꿈꾼다. 하지만 '대박'이 뉘집 강아지 이름이더냐. 대박은커녕 쪽박만 차지 않아도 다행이다. 근근이 현상유지라도 하면 그래도 낫다. 창업을 한 지 6개월 이내에 70% 이상의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던가. 그만큼 성공은 멀고 어렵다는 얘기렸다.

한데 딱 두 가지 품목만을 만들어 팔면서도 60년이 넘게 대박행진을 이어가는 가게가 있단다. 연 매출액은 자그마치 40억 원. 그 정도 매출을 올린다면 가게라고 불리기에는 어폐가 있겠지만, 면적이 1평 남짓이라니 가게라고 불러도 무방하리라. 물론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상품을 파는 가게만 1평 남짓일 뿐, 상품을 만드는 공장은 훨씬 규모가 크고 넓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더라도 자영업자라면 누구라도 미치도록 부러울 것이다. 그렇게 자그마한 가게에서 그만한 매출을 올린다면 성공하고도 남았다는 얘기가 될 테니까.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대박을 낼 수 있는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하리라. 비결을 물어보고 좋게 말하면 '벤치마킹'을 하고 싶어 질 테니까. 

일본 도쿄의 유명한 양갱 전문점 '오자사'의 이야기다. 어쩐지, 하는 말이 당연히 튀어나올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이니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일본인들은 '장사'를 하찮게 여기거나 폄하하지 않고 대물림도 곧잘 하니까. 그것도 장인정신을 갖고 철저하게 배우고 익혀서. 우동가게를 대물림해서 운영한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들어봤지 않나.

오자사에서는 양갱과 모나카, 이렇게 두 종류만 만들어 판단다. 양갱은 하루에 딱 150개만 만들어 파는데 사려는 사람들이 새벽 일찍부터 가게 앞에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는다. 사려는 사람들은 많은데 만드는 양이 정해져 있으니 경쟁이 치열해져 번호표까지 나눠주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사람들이 양갱을 사려고 아우성일까, 궁금해진다. 혹시 소량만을 생산해서 판다니 그 '희귀한 유명세' 때문에 사람들이 현혹된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마저 들지만 만드는 과정을 알면 그런 생각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최고 품질의 양갱을 만들기 위해 하루에 150개만 만든다는 것이다. 대량생산을 하면 지금처럼 맛있는 명품 양갱을 만들 수 없다나. 그러니 40년을 한결같이 고객들이 오자사의 양갱을 사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는 것일 게다.


모나카는 양갱처럼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손이 덜 가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그래서 우편이나 택배로 배송을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된 것 역시 사려는 사람이 많아 상품이 부족했기 때문이란다. 거참, 대박이 나려면 이렇게 나야한다. 그래야 사업하는 재미도 나고 장사하는 맛도 날 텐데. 이런 대박을 아무나 내나.

서돌

대체 누가, 어떻게 이런 가게를 창업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고객의 사랑을 받는 걸까?


그 주인공은 이나가키 아츠코로 그이는 오자사의 사장이다. 1932년생이니 우리나라 나이로 현재 79세의 할머니다. 물론 그이가 오자사의 창업자는 아니다. 그이의 아버지가 양갱과 모나카, 경단을 만들어 파는 오자사를 만들었고, 그이가 그 사업을 물려받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고 아츠코 할머니가 가만히 앉아서 아버지의 사업체를 물려받은 건 아니다. 속을 들여다 보면, 오자사가 지금처럼 자리를 잡는데 아츠코 할머니의 역할이 엄청나게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나가키 아츠코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장 반 평 남짓한 노점에서 하루에 열두 시간씩 일 년 내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아버지가 만든 경단을 팔았다. 아버지가 집에서 경단과 양갱, 모나카를 만들었고, 아츠코는 판매 담당이었던 것이다. 16명이나 되는 대가족의 생계가 고작 열아홉 살밖에 안 된 아가씨의 어깨에 매달려 있었으니,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까.

추운 겨울에는 찬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장사를 했던 아츠코는 아버지의 '혹독한 가르침' 덕분에 양갱과 모나카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익히고 전수를 받는다. 최고 품질의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것이다. 말이 쉽지, 그러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좌절과 절망을 겪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단다. 한 마디로 아츠코는 근성이 있는 여자였던 것 같다.

노점으로 시작해서 도쿄의 기치조지에 가게를 얻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은 1954년. 그 자리에서 지금까지 여전히 장사를 하고 있다.

 오자사의 양갱과 모나카
오자사의 양갱과 모나카

처음 오자사를 시작했을 때는 아버지나 나 역시 오자사가 이렇게까지 성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우리가 하는 일에 온 마음을 담아 최선을 다하고, 고객들에게 맛있는 양갱을 제공하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전력을 다할 뿐이었다. - 204쪽

누구나 사업을 시작하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어떻게 최선을 다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가게들이 장사가 잘 되지 않는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고객들이 만족하는 최고의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팥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반죽에 필요한 물을 구하는 것도, 몇 분을 졸이고 몇 시간을 굳힐지 결정하는 것도, 어느 것 하나 쉽게 얻어진 것은 없었다.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왔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 그날 판매할 제품들을 모두 버리기도 했다. 고객들에게 최상의 제품을 선보여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 생각했고, 그러지 않는 것은 고객을 속이는 일이라 생각했다.  - 205쪽

<1평의 기적>에는 이나가키 아츠코가 고객들에게 최상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아츠코 할머니가 정성을 다해 노력을 기울였기에 성공을 거두었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정말이지 본받을 만한 게 무궁무진한 사람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이상 읽으면서 자신의 장사 철학과 아츠코 할머니의 철학을 비교해볼 것을 권한다. 배울 점이 무척이나 많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꾸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살았는지 돌이키면서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더 갈고 닦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저절로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기적'이란 남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일구어내는 것이라는 생각도 더불어 하게 된다.

1평의 기적

이나가키 아츠코 지음, 양영철 옮김,
서돌, 2012


#1평의 기적 #오자사 #모나카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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