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희망은 농업혁명에서부터"

[서평] 월드워치연구소에서 엮은 <희망의 경작>을 읽고

등록 2012.01.26 17:34수정 2012.01.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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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희망의 경작〉
책표지〈희망의 경작〉도요새
아프리카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 기아와 폭력과 전염병이 창궐하는 그곳은 절망의 땅이다. 하지만 금광 같은 각종 천연자원과 10억이라는 인적자원은 희망을 불어넣게 한다. 그들이 가난한 건 400년 동안 식민지생활로 인한 자포자기 때문이요, 개척정신으로 그걸 뚫고 나간다면 아프리카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희망의 땅이 될 것이다.

사실 여러 구호단체들이 아프리카를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다. 우물물을 파서 생수를 공급하는 단체들도 있고,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처럼 정신 개간과 땅 개간에 힘을 쏟는 단체들도 많고, 의약품과 식료품과 학교를 세워주는 단체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그만큼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구호사업은 중요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자활과 빈곤퇴치는 중요하다.


월드워치연구소에서 엮은 <희망의 경작>(도요새·2012)은 아프리카에 관한 단기구호의 차원을 뛰어넘어, 기아와 빈곤을 해소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농업혁명에 관한 책이다. 앞서 나온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라는 책이 기아의 실태와 그 문제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이번 <희망의 경작>은 실천적 대안에 중점을 두고 있는 책이다.

월드워치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 사람들 가운데 80% 이상이 농민들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들 가운데 영양 결핍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8억 명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그곳에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08년 한해에만 아프리카 농업분야에 지원한 기금이 17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그 지원금이 가난한 농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권력자들과 부농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게 문제다.

바로 그런 문제점들을 해결코자 월드워치연구소는 '지구를 먹여 살릴 혁신 팀'을 발촉하여 지난 1년간 아프리카 25개국을 여행하면서 농민과 농촌 단체, 과학자와 농업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기록하여 이 책으로 엮어 낸 것이다. 그만큼 이 책에는 아프리카의 농업에 관한 실제사례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가난한 아프리카의 농민들이 만들어내는 혁신은 최첨단 혁신이 주는 것보다 더 큰 영향을 사람과 지구에 줄 수 있었다. 간단하지만 전환적인 혁신들을 통해 소농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농업을 주도하고 있는 여성농민들에게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빠르고 생산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비록 현재 미국의 공장식 농장과 브라질의 대규모 콩 농장들에 투여되고 있는 자원들 중 일부가 혁신적인 소농들에게 투자되고는 있지만, 2015년까지 세계 기아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유엔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렇게 미미한 진척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서문)

그처럼 월드워치연구소 연구원들은 미국의 공장식 농장과 브라질의 대규모 농장과는 다른 진정한 아프리카식 친환경 농업과 농업경영을 발굴했다. 그건 이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소규모 농업을 비롯하여, 가공, 판매, 유통 및 정책 수립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물론 복잡한 현대농업기술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예컨대 사하라 남쪽 지역에서는 농업정책 수립에 여성농민과 지역지도자들과 공무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농업정책 네트워크 'FANRPAN'을 운영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우간다 정부의 국립농업자문기구가 여성들을 포함시켜 자신들에게 종자를 나눠주었으며, 여성은 물론 그들의 남편까지 가르쳤다고 높이 평가했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국립농업자문기구를 통해 자신들이 유용한 지식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일부는 단체참여와 글쓰기가 필요한 교육 세미나 참석을 통해 글쓰기 기술도 어느 정도 배웠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또한 일부 참가자들의 경우 리더십 기술까지 터득했다고 평가했다."(317쪽)


이렇듯 우간다는 어린 학생들과 여성들에게 지역 특성에 맞는 친환경 농법을 가르치고 있고, 한편 케냐에서는 수직형 화분을 이용하여 도시 빈민들까지도 농사를 지어 빈곤을 퇴치토록 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아프리카 인구 중 33%가 도시에 살고 있고, 매년 1억 4000만 명이 도시로 향하는 추세를 반영한다면, 앞으로도 도시농법은 더 깊은 연구대상이 될 것이다.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땅 아프리카. 80% 이상이 농민들이면서 동시에 8억 명 이상이 영양 결핍으로 고통 받고 있는 그 땅의 실마리는 어디에서부터 비롯될 것인가? 그것은 구호단체의 원조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그들 스스로 농업혁명을 일으키는 데서부터 비롯될 것이다. 그 땅에서부터 시작한 농업혁명의 성공사례들을 이 책에 기록해 놓고 있으니, 아프리카에서 희망을 발견코자 하는 이들은 이 책을 들여다보길 바란다.

희망의 경작 - 월드워치 지구환경보고서

월드워치연구소 엮음, 오수길 외 3인 옮김, 심교문 감수,
도요새, 2012


#아프리카 #희망의 경작 #울드워치연구소 #도요새 #근본적인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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