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우리가 하려는 쇄신도 국민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힘들어하는 것과 마음에 응어리진 것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유성호
박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시간만 가고 있다"는 불만을 표했지만, 4월 총선을 3개월 앞둔 설 민심에 파장을 줄 만한 카드는 나오지 않았다. '민족 대이동'을 통해 전국의 민심이 크게 한 번 뒤섞이는 한국 특수성상, 구정 설 민심은 여론을 조성하고 확인하는 중요한 무대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야권의 '통합'에 대응하는 '쇄신'을 내놓지 못했다.
그 결과는 설 직후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의 24일 조사결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근혜 위원장의 양자 대결에서 박 위원장은 39.0%에 그친 반면, 안 원장은 그보다 12.8%P 앞선 51.8%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 같은 조사 때보다 격차가 3.3%P 더 벌어진 것이다. 박 위원장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양자대결에서는 앞섰으나 한 달 전 16.0%P 격차가 8.3%P 차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설 직후 여론조사 안철수와 격차 더 커져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도 안 원장 지지율은 56.4%로 지난주보다 3.1%P 오른 반면 박 비대위원장은 34.9%로 2.0%P가 떨어졌다. 이같은 결과는 그동안 박 위원장을 전폭 지원했던 충청권과 부산·경남지역이 흔들리면서 나타난 양상이다.
당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동아일보>의 4월 총선 지지정당을 묻는 질문에 한나라당 26.3%, 민주통합당(민주당)이 27.3%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안이지만 한달 전에 비하면 한나라당은 5.6%P가 줄었고 민주당은 4.1%P 늘었다. 리얼미터의 1월 셋째 주 주간 정례조사에서는 민주당 39.7%, 한나라당이 29.1%로 10.6%P 격차를 보였다. 이 기관 조사에서 현 정부 들어 야당이 여당을 10%P 앞선 것은 처음이다.
'디도스 사건'이나 '박희태 돈봉투'는 이미 오래된 이슈라는 점에서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박근혜 비대위'에 대한 평가로 풀이된다. 이 모든 상황은 결국 '대선 주자' 박 위원장의 리더십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한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이 의원들이 탈당해 박세일 신당으로 결합할 것을 걱정해 과감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종인 위원의 결합 등 비대위 출범에 기대를 나타냈던 한 수도권 의원도 "대선주자로서 좋게 좋게 가야하는 박 위원장은 혼란속에서 길을 만들어 낼 생각은 없는 것 같다"며 "길을 뚫으려면 잘 안 보이는 길을 볼 수 있는 안목과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점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 돌파책임을 맡은 대책위원회가 비상 상황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 쪽은 아직은 '박근혜 리더십'을 갖고 말할 상황은 아니라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