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트위터 친구들이 뿔났다!"

29일 전 세계 트위터 사용자들 '트위터 블랙아웃' 행동 전개

등록 2012.01.30 09:14수정 2012.01.3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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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tterBlackout” 검색 화면 미국 현지시간 기준 1월 28일 ‘트위터 블랙아웃데이’로 정하고 전 세계 사용자들이 트위터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
“#TwitterBlackout” 검색 화면미국 현지시간 기준 1월 28일 ‘트위터 블랙아웃데이’로 정하고 전 세계 사용자들이 트위터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트위터 캡쳐 화면
아이폰의 시계가 오후 8시를 가리키자 트위터의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트윗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1월 28일의 일이었다. 1만 178명을 팔로잉하고 있는 필자의 트위터 계정에서는 유래가 없던 일이었다. 바로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트위터 블랙아웃' 행동이 만들어낸 낯선 풍경이다.

미국 현지시간 기준 1월 28일 '트위터 블랙아웃데이'로 정하고 전 세계 사용자들이 트위터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 그 '행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TwitterBlackout"이라는 해쉬태그를 올리거나 트위터가 검열되었음을 상징하는 표시를 트위터 계정에 올린 후 사용 중단에 들어갔다.

이러한 트위터 블랙아웃 캠페인은 트위터 사측이 지난 26일 블로그에 올린 <트윗은 흘러야 한다(Tweets must flow)>라는 글에서 촉발되었다. 트위터 사측은 "오늘부터, 우리는 특정 국가에서 나온 트윗을 제한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다"면서 "반면 나머지 국가들에는 그 트윗의 열람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선택적 차단'의 가능성을 밝힌 것이다.

이후 트위터 사용자들의 항의성 질문이 빗발치자 트위터 사측은 27일 업데이트한 글을 통하여, 제재의 이유를 "최소한의 제재 방법으로 요구를 처리하고 싶었다"라고 언급했다. 그 '요구'란 특정 국가의 요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앞서 26일 작성된 블로그 글에서 트위터 사측은 "나치를 옹호하는 내용을 금지하는 프랑스나 독일의 예와 같이, 역사와 문화적인 이유 때문에 특정 국가들은 특정 내용의 컨텐츠를 제한한다"며 선택적 차단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트위터의 '선택적 차단'에 반응은 싸늘

트위터 사의 선택적 차단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데 그것들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트위터 사측의 주장과 같이 그 동안에는 문제가 되는 트위터를 아예 삭제해왔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사용자들이 해당 트윗을 볼 수 없었는데 새로운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해당 국가 외에 거주하는 사용자들은 그 트윗을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트위터 사용자들은 선택적 차단이 외압에 '굴복'하는 처사라는 관점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의 주장처럼, 이 새로운 제재가 억압받는 이들의 저항수단을 빼앗는 조치로 이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위터가 지난 해 '아랍의 봄'으로 상징되는 중동 지역 민주화운동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지영 진중권 씨의 트위터 공지영 씨와 진중권 씨가 '트위터 블랙아웃' 행동에 동참함을 알리고 있다.
공지영 진중권 씨의 트위터공지영 씨와 진중권 씨가 '트위터 블랙아웃' 행동에 동참함을 알리고 있다. 트위터 캡쳐 화면
트위터의 '선택적 차단'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그 반응은 앞서 말한 '트위터 블랙아웃' 행동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국내 사용자들 중 많은 이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설가 공지영씨는 29일 새벽 2시경 "#TwitterBlackout"이란 해쉬태그를 올리며 트위터 블랙아웃 행동에 동참했고, 진중권씨 역시 같은 날 새벽 3시경 트위터에 "트위터 행동에 참가하기 위해 오늘 하루 트위터 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위키피디아와 트위터, 다른 모습 보여줘


한편, 트위터 블랙아웃 행동은 '위키피디아 블랙아웃'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키피디아는 미국 동부시각 18일 자정을 기해 24시간 동안 영어 버전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이 '자발적 블랙아웃'은 현재 미국 내에서 논의 중인 온라인도용 방지법안(SOPA)과 지적재산권보호법안(PIPA)의 통과에 백악관 측이 난색을 표명한 데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18일 '블랙아웃' 당시에는 다른 인터넷 사이트들도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로고 색상을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거기에 동참했었다.

이처럼 위키피디아 블랙아웃이 사이트 운영사측의 주도에 의해 이뤄졌던 것과 달리, 트위터는 그 운영사측이 특정 국가의 차단 요구를 받을 경우 선택적 차단에 나서기로 하자 이용자들이 블랙아웃 행동에 나선 것이다.

트위터 블랙아웃 행동의 기저에는 트위터 사측이 '선택적 차단'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데에 이용자들이 느낀 '배신감'이 깔려 있다. 일부 언론보도를 인용하자면, 이집트의 인권운동가인 마흐무드 살렘은 "트위터가 우리를 배신했다고 말하는 게 맞다"며 직접적으로 '배신감'을 표했다.

그렇다면 트위터 사측은 정말 이용자들을 배신한 것일까? 트위터가 이용자들을 배신했다는 발언들은 트위터가 '저항의 수단'이라는 이용자들의 기대와 믿음에서 기인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 물어봄으로써 우리의 기대 또는 믿음이 옳은 것인지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이렇게 묻기로 하자. 트위터는 저항의 수단으로 탄생했는가?

트위터가 '아랍의 봄'의 예와 같이 저항의 과정에서 톡톡한 역할은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저항의 수단으로 탄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트위터에 새 글을 쓸 때 접할 수 있는 문구처럼 트위터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what's happening?)"라고 묻고 있을 뿐이다. 그 질문에 대해 답하고, 아니 세상을 향해 재잘거림으로써 때로 웃고 때로 울고 때로 저항하는 것은 모두 이용자들의 역할이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이렇게만 답해두고 싶다. "트위터 친구들이 뿔났다!"라고.

트워터 외의 대안책 마련에도 관심 기울여야

아울러 우리는 트위터 사측의 선택적 차단 정책에 항의만 표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대안책을 마련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른바 국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온전히 대체할만한 매체는 아직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내의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다음의 요즘(yozm)이나 네이버의 미투데이(me2day) 등이 있지만 트위터에 비하면 아직 약체를 면치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 대안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선발주자인 트위터를 넘어설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업체의 노력 외에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의 인식 역시도 변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언제까지나 늘 '무료'이고 게다가 늘 '정의'로울 수 있으리라고 보장하기는 어려운 노릇이기 때문이다.
#트위터블랙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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