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된 기차 한 량을 갖다 놓았을 뿐인데 자전거도로가 여행을 부르는 낭만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김종성
애마 자전거와 함께 중앙선 전철을 타고 팔당역에 내려 남한강을 향해 강변을 달린다. 이게 얼마만이냐는 듯 '촤르륵 촤르륵' 애마의 체인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온다. 우렁찬 목소리에 예쁘고 우아한 자태의 흰고니들이 노니는 팔당댐 아래 한강을 내려다보니, 강물에 반짝반짝 비치는 겨울 햇살이 따사롭고 눈부시다.
자전거도로 옆에 붙어있는 보행로에 등산복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열심히 걷고 있다. 팔당역에서 내려 예봉산에 오르려고 왔다가 이 길이 더 좋아 보여 산행 대신 산책을 택한 듯하다. 하긴 눈도 없는 삭막한 산보다 강을 바라보며 걷는 강변길이 더 나을 것도 같다. 코스 중간 중간에 남한강 자전거길 안내 표지판이 잘 설치돼 있어 지도 없어도 안심하고 걷거나 달릴 수 있다.
지난해 10월, 새로 닦은 남한강 자전거길은 기차가 달리던 중앙선을 복선으로 만들면서 쓸모 없게 된 옛 기찻길을 그대로 활용해 만들었다. 자연을 덜 해치면서 만든 길이다. 덕분에 보기도 좋다. 기차가 지나가던 강변과 터널, 시골마을 등 다양한 풍경을 고스란히 눈과 마음속에 담을 수 있어서 더 좋다.
이채롭게도 수십 년간 중앙선 기차길을 달렸던 실제 기차가 자전거길 옆에 놓여 있다. 기차 한 량이 덩그러니 서있을 뿐인데 낭만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여행하고픈 마음을 부르는 것이어서 그런지 기차와 자전거가 왠지 잘 어울린다. 곳곳이 녹슬고 칠이 벗겨진 열차의 모습은 산전수전 다 겪고 퇴역한 군인같다.
공포의 터널이 여덟 개나 나타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