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이 '샌드위치' 처럼... 일본 보험회사에서 원상 복구해야

일본 구조업체, 기름 실은 채로 인양할 계획... 추가 오염 우려

등록 2012.01.30 09:11수정 2012.01.3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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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만항 앞바다 대형화물선 글로벌 레거시호의 좌주(관련기사: 좌주 3만 톤급 화물선 기름 이송작업 난항)로 인한 기름유출이 10일째를 맞은 가운데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구조작업을 책임진 일본 구난업체가 무리한 인양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데다 진행 중인 방제 작업도 눈앞의 문제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또다른 환경문제를 낳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완전한 방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 포항시가 예산을 들여 추가 방제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경북도, 포항시의 역할론도 대두되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적절한 방제 작업이 있는지 관리를 강화하고, 외국 보험회사와 방제업체사이에서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레거시호가 좌주한 영일만항 앞바다 백사장. 깨끗이 청소된 것처럼 보이는 백사장이 샌드위치처럼 기름이 층층이 쌓여 있다.
글로벌 레거시호가 좌주한 영일만항 앞바다 백사장. 깨끗이 청소된 것처럼 보이는 백사장이 샌드위치처럼 기름이 층층이 쌓여 있다.김상현
글로벌 레거시호가 좌주한 영일만항 앞바다 백사장. 깨끗이 청소된 것처럼 보이는 백사장이 샌드위치처럼 기름이 층층이 쌓여 있다. ⓒ 김상현

1월 29일 오후 글로벌 레거시호가 좌주한 영일만항 앞바다 백사장. 백사장을 삽으로 파보니 샌드위치처럼 기름띠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기름이 쌓인 깊이는 약 40cm. 밀물에 밀려온 기름 위에 모래가 퇴적되면서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지금은 겨울이기 때문에 응고돼 있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름철에는 이 기름이 녹으면 바다로 다시 흘러갈 우려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포항시에서 복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선주가 물어야 할 돈을 우리가 쓸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선사가 가입한 보험으로 원상 복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레거시호가 좌주한 영일만항 앞바다 백사장의 모래. 샌드위치처럼 겹겹히 쌓인 기름띠가 선명하다.
글로벌 레거시호가 좌주한 영일만항 앞바다 백사장의 모래. 샌드위치처럼 겹겹히 쌓인 기름띠가 선명하다.김상현
글로벌 레거시호가 좌주한 영일만항 앞바다 백사장의 모래. 샌드위치처럼 겹겹히 쌓인 기름띠가 선명하다. ⓒ 김상현

부산에서 왔다는 이아무개(54)씨는 "겨울바다를 찾아 바라본 맑은 바닷물은 아무 일이 없었던 것 같았는데 착각이었다"며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또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것을 관계 기관이 파악하고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인근 주민 김아무개씨는 "테트라포드 방제도 잘못됐다"며 "지금 쓰는 방법은 기름을 다시 바다로 흘려보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테트라포드를 육지로 옮겨 기름을 제거한 후 다시 재자리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레거시호 좌주 사고 열흘째인 29일 오후 방제회사 직원들이 사고현장에서 고압스팀세척기를 이용해 해변의 바위에 묻어 있는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글로벌 레거시호 좌주 사고 열흘째인 29일 오후 방제회사 직원들이 사고현장에서 고압스팀세척기를 이용해 해변의 바위에 묻어 있는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김상현
글로벌 레거시호 좌주 사고 열흘째인 29일 오후 방제회사 직원들이 사고현장에서 고압스팀세척기를 이용해 해변의 바위에 묻어 있는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 ⓒ 김상현

이에 대해 포항시 수산진흥과 이광수 주무관은 "경북도와 협의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방파제와 갯바위를 중심으로 오염 상태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방제에 대한 보험 보상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백사장 오염에 대해 실사를 한 후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인양 방법도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닛폰 살베지(Nippon Salvage)는 10개의 WBT(Water Ballast Tank, 물을 넣고 뺌으로써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탱크) 중 8개와, 3개의 연료탱크 중 2개가 파손됐다는 사실을 구조요원을 통해 확인하고도 기름 이적 작업을 완료하지 않은 채 인양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름 이적 작업이 장기화되면 선박의 파손도 우려되고, 부력 확보도 힘들어 예인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닛폰 살베지의 입장이다. 

 

닛폰 살베지는 최악의 경우에는 화물선을 해체해 철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파손된 연료탱크에는 약 700t의 기름이 실려 있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돈 때문"이라며 닛폰 살베지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선사와 구난업체가 안아야 할 손실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자기네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예인을 시도하고 있다"며 "일본이라면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레거시가 좌주한 주변은 암초가 많은데 연료탱크가 손상된 상태로 파도를 이용해 예인을 한다는 것은 대재앙을 담보로 한 굉장한 모험"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추가 해양오염이 예인보다 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기름 이적 후 인양을 명령한 것"이라며 "충분한 협의를 거쳐 닛폰 살베지가 최대한 안전한 인양작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29일 오전 10시 포항시 북구 용한리 인근 주민 100여 명은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29일 오전 10시 포항시 북구 용한리 인근 주민 100여 명은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김상현
29일 오전 10시 포항시 북구 용한리 인근 주민 100여 명은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 김상현

한편, 이날 오전 용안리 일대 주민 100여 명은 글로벌 레거시호가 좌주한 해안가에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주민들은 이번 기름유출로 인해 방파제 낚시객이 80% 이상 줄었다며 인근 식당의 매출감소, 환경오염으로 인한 고기 폐사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2012.01.30 09:11ⓒ 2012 OhmyNews
#영일만항 #닛폰 살베지 #글로벌 레거시 #포항 #포항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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