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산 꽁치...내 눈을 의심했다"

[서평] <소비자이기에 용서할 수 없는 마트 신선식품>

등록 2012.01.31 15:25수정 2012.02.0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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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형마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는 식품의 품질관리, 점검을 위해 주방을 찾았다. 그런데 주방 한가운데는 어제 팔다 남은 꽁치가 당당히 놓여 있었다. 꽁치가 담긴 스티로폼 상자 안의 얼음이 완전히 녹아 물이 찰랑거리는 걸 보아하니 어제 팔다 남은 꽁치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때 한 직원이 꽁치 상자를 몇 개 더 들고 들어왔다. 내려놓은 상자 안의 꽁치가 멀쩡한 걸 보니 오늘 들여온 상품인 듯했다. 하지만 그 직원은 어제의 꽁치 상자에 방금 들고 온 꽁치를 쏟더니 손으로 휘적휘적 저어서 섞었다. 정말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트 신선식품> 본문 중에서)

책 <마트 신선식품>은 일종의 내부고발서다. 식품 제조 및 품질관리, 유통 등 식품 계통 다양한 분야에 25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 간부가 자신이 그동안 근무했던 여러 식품 회사 - 식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 현장에서 목격하고 겪은 것들을 폭로한 것.

이유는 '자신이 먹고 싶지 않거나 자신의 자녀에게 먹이고 싶지 않은 음식은 소비자에게 절대 팔아서는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였다.

a  <마트 신선식품> 겉그림

<마트 신선식품> 겉그림 ⓒ 국일미디어

꽁치 이야기를 읽으며 동네마다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매장이 워낙 많은 한 대기업의 슈퍼마켓 때문에 겪은 끔찍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3년 전, 나는 그 슈퍼마켓 인근에 사는 동생과 함께 그 슈퍼마켓에서 생태를 산 적이 있다. 이튿날 아침, 전날 해 질 녘에 산 생태를 손질하려고 펼쳤는데 벌레들이 꿈틀거리고 있지 않은가.

이후 생물 오징어를 샀는데 역시 마찬가지. 오징어를 산 몇 시간 전과 달리 오징어에 어쩌다 하나씩 붙어있던 하얀 것들이 흉측할 정도로 잔뜩 돋아나 있었다. 동생 역시 마찬가지. 이후 동생은 자반 정도나 살까. 그곳에서 생선을 거의 사지 않는다.

생선은 그 어떤 식품 재료보다 신선도가 중요한 품목이다. 사실 3년 전 그때, 나는 슈퍼마켓의 잘못이 아니라 이미 감염된 상태로 잡힌 생선이려니 어림짐작했다. 마트도 몰라서 그런 생선을 팔았을지도 모른다며 따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깝지만 그 생선을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마트의 이면을 다룬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이유로든 그다지 신선하지 못한 생선을 포장했을 것이란, 그러니까 책 속 사례처럼 어제 팔지 못한 생선을 섞어 재포장하며 유통기한을 조작했기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져 그런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리식품 중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품목이 바로 초밥이다. 나도 예전에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초밥을 즐겨 사곤 했다. 보통의 회전초밥 전문점만큼 마트에서도 초밥 전문 요리사가 싱싱한 재료로 초밥을 만들 거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알고 나서부터는 장바구니에 흔쾌히 담지 못한다.…초밥 위에 얹는 횟감은 이미 초밥용으로 가공되어 냉동상태로 마트에 입하된다." (본문 중에서)

규모가 큰 슈퍼마켓이나 대형 할인마트에선 밑반찬을 비롯해 포장만 뜯거나 레인지에 잠깐 데우면 한 끼 식사가 가능한 조리음식들을 파는 경우가 많다. 그 마트에서도 꽈리고추 멸치조림이나 잡채, 부침개, 메추리알 장조림 등 뿐만 아니라 초밥이나 김밥, 샌드위치, 떡갈비, 호박죽, 닭꼬치나 닭강정 등과 같은 다양한 조리 음식들을 판다.


이런 음식들은 대개 저녁 무렵부터 할인해 판다. 간편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인지 '30% 혹은 반값에 할인해 판다'는 점원의 목소리가 몇 번 들린 뒤 가보면, 그 코너를 지날 때 제법 남아있던 포장음식들이 모두 팔려버린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실 참 부끄러운 고백인데, 아이들이 어렸던 1990년대 말. 봉지째 데워 밥에 그대로 부어 먹일 수 있는 즉석 짜장이나 즉석 카레와 같은 레토르트 식품을 상비약처럼 두세 개 사두고 아이들 반찬이 마땅찮을 때 먹이곤 했다.

이것저것 준비해 많이 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도 좋아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가공식품이나 식품첨가물의 폐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지라 바람직하지 못한 음식이라는 걸 모르고 그랬다. 하지만 그래도 그때를 생각하면 후회스럽고 많이 죄스럽다.

여하간 레토르트 식품이 식품첨가물 덩어리라는 걸 알고 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사지 않았다. 연근이나 우엉, 메추리알 같은 것도 까놓고 파는 것은 절대 사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먹을 것이 마땅하지 않거나 귀찮을 때, 별다른 이유 없이 닭강정이며 떡갈비, 포장된 초밥 등 슈퍼마켓의 이런 조리 식품들을 별 의심 없이 사곤 했다.

나는 그 조리 식품들이 식품첨가물들이 많이 들어가는 레토르트와 같은 가공식품도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또한, 모든 음식을 슈퍼마켓서 만들 거라 자연스럽게 믿고 말았지 은연중에 안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신선도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팔지도 못할 재료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팔 음식을 만든다든지, 팔지 못한 생선을 오늘 팔 생선과 섞어 판다든지, 유통기한을 마음대로 조작한다든지 등 마트의 이면을 읽으며 싼값에 먹었다고 좋아라했던 것이 부끄럽고, 화가 났다. 초밥에 얹어진 생선살이라고 별수 있으랴.

▲ 닭이 마트의 세일에 맞춰 더 많이 알을 낳을 리 만무한데 주말과 세일 날에 소비할 그 많은 달걀들은 대체 어디서 구하는 걸까? ▲ 달걀은 어떻게 팔든 무조건 남는 장사다? ▲ 매장의 달걀이 생일이 같은 이유는? ▲ 집에서는 냉장보관, 마트에서는 상온판매, 당연하다? ▲ 선진국 중 달걀을 상온 판매하는 나라는 일본뿐이다? ▲ 우리나라의 달걀 판매 권장 날짜와 온도는? ▲ 살살 다뤄도 깨지는 달걀, 균에 감염되기 쉬운 깨진 달걀들은 어디로 갈까?

한국계란유통협회 추산 결과, 지난해(2010년) 한국인 1명이 소비한 달걀은 215~220개. 3일에 두 번꼴로 식탁에 오른 셈이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달걀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신경 쓴다. 그러니 일정량이 지속적으로 팔리는 품목이다. 즉 어지간해서는 적자 날 품목이 아니라는 이야기. 때문일까. 요즘에는 달걀 브랜드가 참 많다.

그런데 우리가 늘 먹는 달걀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자는 달걀 가공공장에서도 일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특정 부서가 아닌 달걀 관련된 모든 일을 말이다(아래 박스 기사 참고).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달걀의 생산 일자 위조, 판매 현장의 문제점 등을 낱낱이 파헤침은 물론 강화란의 비밀, 달걀의 살모넬라균 번식 등 달걀 관련 다양한 상식까지 들려준다. 참고로, 유럽에서는 달걀을 냉장판매한다고.

▲ 오늘도 마트에서는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 마트의 조리식품은 팔다 남은 재료를 처리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 거의 매일 먹는 달걀이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 식품위 유통기한이 넉넉히 남았는데도 신선도와 맛이 떨어지는 이유는? ▲ 마트 개점 시간 직후에 완벽한 조리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 마트의 주방 쓰레기통은 판도라의 상자? ▲ 제품의 유통기한은 마트에서 정한다? ▲ 라벨갈이는 늘 오늘날짜로 고친다? ▲ 깨진 달걀은 어디로 가나? ▲ 마트에서 시간대별, 코너별로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것들은?

저자 '가와기시 히로카즈'는 누구?
1958년에 홋카이도에서 태어난 '가와기시 히로카즈'는 오비히로 축산 대학을 졸업하고, 25년째 농장에서 식탁까지 식품의 품질관리 일을 해오고 있다.

저자가 처음 입사한 곳은 햄과 소시지 등을 만드는 식육가공 기업. 그 회사의 식육처리장에서 소, 돼지, 닭의 고기를 해체하고 선별하는 일을 했다. 이후 편의점용 조리식품 공장에서 식품의 품질관리를 도맡았으며, 달걀 가공공장으로 옮겨 달걀에 관련된 모든 일을 했다.

이후 전국의 마트와 식품공장에서 식품의 품질과 위생관리 지도를 해왔으며, 현재는 어떤 편의점 기업에서 식품을 제조하고 위생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저자는 이와 같은 회사에서 식품 관련 일을 하는 동안 마트의 검은 실체를 수없이 겪었다고 한다. 그때마다 필요하다면 쓰레기통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증거를 찾고 부정을 끝까지 캐냈다고. 저자의 첫 책인 이 책 <마트 신선식품>에는 저자의 이와 같은 올곧은 소신이 녹아 있다. (책 프로필 참고 정리)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의 일부다. 이 책은 식품 관련 회사에서 다양한 일을 한 저자가 직접 목격하고 겪은 것들을 바탕으로 썼는지라 설득력이 높다. 저자가 일본인이고 책에서 다루는 현장이 일본의 현실이라지만, 위생문제나 식품 관련 정책 등 우리의 현실을 일본과 비교해본다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내용들이라는 것을 수긍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또한, 우리나라의 식품위생법상 수산물이나 청과물 등의 유통기한, 제조연월일, 품질유지기한 그리고 유통기한의 모든 것 등 주제마다 소비자인 우리가 알아야 하는 식품위생법이나 판매 현실을 별도로 덧붙임으로써 설득력을 높였다.

이 책은 2005년 <과자, 내 아이를 헤치는 달콤한 유혹>이란 고발서로 가공식품의 실체와 그 폐해를 알림으로써 사회적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 안병수씨(후델식품건강교실연구소장)가 적극 추천하는 책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소비자기에 용서할 수 없는 마트 신선식품> (가와기시 히로카즈 씀 | 서수지 옮김 | 국일미디어 | 2011.11 | 1만2000원)


덧붙이는 글 <소비자기에 용서할 수 없는 마트 신선식품> (가와기시 히로카즈 씀 | 서수지 옮김 | 국일미디어 | 2011.11 | 1만2000원)
#슈퍼마켓(마트) #대형마트(할인마트) #라벨갈이 #조리식품 #안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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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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