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학부모가 알아야 할 혁신학교의 모든 것〉
맘에드림
2년 전 딸아이 친구 엄마가 경기도 양평으로 이사 갈 생각을 전해왔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던 준표네 엄마였다. 그 엄마는 아이가 다닐 남한산초등학교도 알아보던 터였고, 급기야 양평에 있는 조현초등학교에 입학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이른바 혁신학교를 점찍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혁신학교가 뭔지 몰랐다. 다만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관련 있는 학교 정도로 생각했고, 전교조와 관련이 있는 학교가 아닌가 싶었다. 그 당시 발품을 팔면서 알아보고 다녔던 준표 엄마 말로는 혁신학교야말로 아이에게 맞는 교육정책이고, 학급 수도 공립학교보다 적어서 세심한 교육과 인성교육도 병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때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김성천·오재길의 <학부모가 알아야 할 혁신학교의 모든 것>에는 혁신학교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준다. 혁신학교란 한마디로 '공교육 희망 찾기 프로젝트'라 할 수 있는데, 입시에 집착하거나 공부를 많이 시키는 학교가 아니라 학부모들이 원하는 교육이 과연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학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입학 대기자가 300명이 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모든 혁신학교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혁신학교가 있고, 그렇지 않는 혁신학교도 있습니다. 그러나 혁신학교의 경우, 교장의 리더십, 교사의 전문성, 구성원 간 소통과 문화, 교육과정 차별화 등이 제대로 이루어진 학교의 경우,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이나 만족도는 매우 높게 나옵니다. 어떤 학생들은 졸업하기 싫다고 말합니다. 교사들도 행복해합니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행복합니다."(37쪽)이 책을 보면, 본래 혁신학교는 김상곤 교육감이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 때 내건 공약 중 하나였다고 한다. 기존의 학교에서 진행되던 모습과 관행에 대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학교를 새롭게 만들어볼 요량이었다고 한다. 하여 '기피' 학교를 '선호' 학교로 만들어보고자 했고, 학급당 인원 수를 25명 이내로 낮춰 질 높은 교육여건을 조성코자 했다고 한다.
그런데 혁신학교 초기에는 모두가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혁신학교가 되면 하는 일이 많아지고, 특정 교원단체 출신들이 좌지우지하는 학교가 되고, 공부는 안 시키고 놀리는 학교가 된다는 염려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학부모들이 원해서 신청을 해도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들이 반대하는 경우도 많았고, 또한 일감이 많아질 것을 걱정한 교사들이 반대하여 혁신학교가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궁금증에 대해 이 책은 그렇게 답한다. 혁신학교는 전교조 선생님들로 짜여 있는 학교가 아니고, 혁신학교는 일종의 대안학교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구시범학교도 아니라는 점이다. 혁신학교가 '전교조 학교'가 아닌 건 각 학교마다 정보공시제에 따라 학교별로 교원의 소속단체 비율이 나와 있는 데서 알 수 있고, 혁신학교는 공립학교의 범주에 속하므로 대안학교도 아니고, 연구시범학교는 단일 프로그램만 바꾸지만 혁신학교는 전면적인 학교 혁신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연구시범학교와도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자기 아이들을 혁신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그런 걸 염려할 수도 있겠다. 혁신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들을 놀리는 것은 아닌지, 혁신학교를 다니면 학력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하는 것 말이다. 그에 대해 이 책은 이렇게 답을 한다. 안심을 해도 될 사항 같다.
"혁신학교에서 나타난 비밀 중 하나는 해가 갈수록 이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의 학업수준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특목고라든지 명문대학을 목표로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공부를 엄청나게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질까요?"(73쪽)
실제로 경기도 안산 광덕고등학교의 경우, 비평준화지역의 신설학교이고 지역도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있는 학교였는데, 불과 1~2년 사이에 경쟁률도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지망하는 학생들의 성적 수준도 갑자기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한다. 그와 같은 이유는 혁신학교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뽑아 생색내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현 상태를 진단하고 그에 따른 처방교육을 하는 까닭이라고 한다. 이른바 선발효과보다 학교효과를 중시하는 게 그것이다.
그것이 혁신학교의 전부일까? 아니다.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에서 가는 수학여행과 달리 10~15명의 학생들끼리 2박 3일 동안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통합기행'을 하고, 언론에 소개된 장곡중학교의 수업사례처럼 교사 전원이 '창의수업'과 '협동수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촌지와는 무관하게 선생님들이 아이들 가정방문을 자발적으로 다닌다고 한다.
이 책 뒷머리에는 서울특별시 소재 혁신학교 목록 비롯해 경기도, 강원도,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그리고 전라북도 혁신학교 목록이 나와 있다. 물론 이 목록은 2011년 11월 현재 상황이다. 그런데 내가 속한 송파구에는 혁신학교가 한 곳도 없었다.
이유가 뭘까? 학부모들이나 학교 당국에서 혁신학교를 색다른 시선으로 보는 까닭일까? 아니면 교사들이 두 배로 뛰기 때문에 힘이 들어서 그러는 걸까? 그도 아니라면 일반 학원들이 학교의 부족분을 대신 채워준다고 믿고 안심하고 있는 까닭일까? 그것으로 일류대학만 들어가면 만사가 해결된다는 뜻에서일까? 그래도 그렇지, 점점 선호하고 있는 혁신학교가 송파구에도 한두 곳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