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일 교수의 <경제119> 표지
시사인북
유 교수에 따르면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경제적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거래 질서를 바로잡고, 노동조합의 조직률을 높이는 등 노동자들의 협상권을 강화하는 일,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걷어 복지를 확대하는 방식 등으로 추진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가 이뤄지면 성장의 혜택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분배돼 경제가 안정되고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유 교수는 이것이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의 경우 경제민주화가 진전되었던 전후 황금기(1950~1973년)에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이 기간 중 소득의 불평등은 크게 줄고 경기변동은 완만해졌으며 경제안정도 이뤘다. 저자가 강조하는 '좋은 성장', 즉 '경제민주화를 통한 성장'이 바로 이런 것이다.
유 교수는 좋은 성장을 이루기 위해 경제민주화의 세 가지 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공정경쟁'이다. 여기서 공정은 형식적인 기회의 균등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회의 평등으로, 누구나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뒷받침해주는 것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경쟁이 가능 하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 질서를 잡아 주어야 한다. 대기업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사업 영역을 침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축은 경제적 의사결정에 이해당사자들이 고루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의 자본가나 경영자에 의해 기업의 의사결정이 독점되어선 안 된다. 저자는 이를 '참여경제'라고 설명한다. 노조 대표, 혹은 종업원 대표가 기업의 이사회에 참석해 최고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종업원이사제(ERP) 등을 도입함으로써 구성원의 민주적인 참여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세 번째 축은 '분배정의'다. 평등한 기회와 참여 권리가 주어져도 결과적으로 소득과 부의 분배가 너무 불평등해선 안 된다. 분배의 불평등은 결국 기회의 평등을 무너뜨려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국민 모두 나서야 경제민주화 가능저자는 경제민주화의 세 가지 요소인 공정경쟁, 참여경제, 분배정의를 이루기 위한 정책대안으로 먼저 재벌의 범죄 근절 등 재벌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하고 공정한 법관 선출을 위해 독립적인 인사위원회를 설치해야 검찰과 사법부가 정치권력이나 재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재벌의 범법행위를 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또 재벌들이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이 될 만큼 계열사를 늘려 경제력을 독과점하는 폐해를 막기 위해 일정규모 이상 대기업의 출자규모를 제한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할 수 없도록 하는 금산분리 규제도 강화해서 금융회사가 대기업집단의 계열 확장과 총수의 지배권 강화 등 경제력 집중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