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너의 성인의 시작을 환영한다"

청소년을 졸업하는 아들에게 쓰는 편지

등록 2012.02.01 15:28수정 2012.02.0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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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2012년 2월 1일),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들, 이영대
▲오늘(2012년 2월 1일),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들, 이영대이안수
▲오늘(2012년 2월 1일),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들, 이영대 ⓒ 이안수

초등학교 졸업에 임박한 아들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6년이 흘렀습니다. 또 한 번 영대는 졸업을 맞았고 저는 모든 부모들처럼 다시 아들에게 각별한 마음이 됩니다. 오늘 아들의 졸업식에 가서 꽃다발 하나와 포옹을 안기는 대신, 앉아서 이메일 한 통으로 마음을 전합니다. _ 기자 글

 

청소년을 졸업하는 아들에게.

 

오늘 고등학교 졸업이구나.

 

영대의 한 단계 마무리와 새로운 출발을 축하한다.

 

이번 졸업은 지금까지 경험한 다른 세 번의 졸업, 즉 유치원과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졸업과는 전혀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구나.

 

오늘의 졸업식은 바로 청소년의 졸업이며 성인의 출발이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미성년자는 '판단능력의 불완전으로 행위능력을 제한받는 자'라고 민법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 정의는 누군가에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독자적인 판단이 법률적 효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성인은 '판단능력이 완전하다고 인정하는 것'이며 '행위능력을 제한받지 않는 자'라는 뜻이기도 하겠다.

 

그러므로 네가 성인이 된다는 것은 독자적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또한 그 책임을 네가 져야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아빠와 엄마는 너의 의사에 반한 결정을 강제하지 않을 것이다. 설혹 아빠와 엄마와 다른 의견이 있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더라도 너를 설득할 것이지 강제하지는 않겠다. 이것은 네가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네 마음대로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너의 몫이라는 것이다.

 

아빠와 엄마는 비록 성인이지만 세상의 여러 가치를 다 알지 못하므로 네가 울타리 없는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욕구를 막지 않았다. 공교육 외에도 외국의 교환학생과 2200km의 전국자전거여행, 그리고 각 지역에 계신 어른신들과의 대화 등은 '영대가 영대다울 수 있는 개성과 가치'를 확립하고 확신하는데 너무나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라고 믿는다.

 

호주와 유럽과 미주 등에서는 많은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을 가지 않는다. 내가 과연 대학을 가야할 것인가, 간다면 무엇을 전공할 것인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위한 시간을 갖는다. 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과연 내가 이 세상에서 무엇이 하고 싶은가를 먼저 알아야한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먼저 세상을 경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어떤 이는 호텔의 벨보이를 하며 돈을 모아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회사의 인턴으로 나를 알고자 한다. 이것이 자기결정기간이다. 호주에서는 70%이상이 비진학으로 이런 시간을 가진다.

 

영대는 어떤 대학을 가야할지, 무엇을 전공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대학진학의 가장 적당한 시기가 언제라고 생각되는가? 그것은 고등학교 졸업한 그 해나 그 다음해가 아니라 내가 대학공부의 필요성을 느낄 때다. 영대에게도 언젠가 필요와 확신의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많은 성인들이 의무뿐인 듯한 성인임을 부담스러워하지만 생각 나름으로 곳곳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단다.

 

성실하게 사는 것 외에 인생의 정답은 없다. 열심히 살고 그것이 나와 남에게도 유익했다면 그것이 성공이고 정답이다.

 

아빠는 너의 건강한 육체와 상식에 기반한 너의 건전한 생각을 믿는다.

나는 지금까지의 너의 방황을 믿는다.

그리고 너의 성실한 실천을 믿는다.

 

영대야!

청소년의 졸업을 축하한다. 그리고 성인의 시작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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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영대에게

남과 여, 인종과 종교, 나이와 직업, 재산과 지식의 많고 적음, 이해의 정도에 따라 사람을 마음속으로라도 구분하거나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보다 지렁이가 미물일 수는 없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허구를 믿지 말라. 단지 이 지구상에 그 존재방식과 역할이 다른 종이 있을 뿐이다.

아빠는 영대가 동물을 사람만큼이나 사랑하는 마음의 소유자임을 잘 안다. 아빠는 묶인 동물조차도 꼭 한 번씩 안아보고, 쓰다듬고 지나가는 영대의 그 마음을 사랑한다.

아빠는 '긍정의 힘'을 믿는다. 모든 것을 긍정해라. 그리고 영대가 좋아하는 스포츠의 그 정직한 땀방울을 믿으라.

세상 모든 사람의 장점만을 보아라. 그리고 그 장점만을 칭찬하라. 아빠는 지금까지 사람에게 칭찬보다 더 큰 용기가 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사랑의 눈으로만 보면 세상은 사랑만이 가득한 곳이란다. 설혹, 실성했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사람을 만나면 미소 짓고, 웃어라. 웃음은 사람만이 가진 빼어난 특기란다.

눈치 없다고 타박 받을지언정, 속마음과 다르지 않게 행동하는 영대를 사랑한다.

2005년 12월 14일 아침

나의 친구, 영대에게 아빠가.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motif1.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졸업 #이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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