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싸 준 도시락 가방입니다.
임현철
사설이 길었습니다. 이처럼 도시락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건 직장생활을 하면서 도시락을 갖고 다니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도시락을 들고 다닌 첫날이었습니다. 계기가 있습니다. 우연히 여직원에게 건넨 말이 시작이었습니다.
"도시락을 싸고 다니면 어떨까요? 그러면 아내가 싫어할까요?""당근 싫어하지요. 말도 꺼내지 마세요."
하여, 도시락을 싸고 다니는 걸 포기할까 했습니다. 그래도 말이나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어제 아침 출근 전에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나 도시락 싸고 다녀도 될까?"막상 말은 던졌지만 아내 눈치를 살폈습니다. 이런 웃긴 소리가 있어서요. 집에서 밥 한 끼도 안 먹는 남편은 '영식 씨'. 집에서 한 끼 먹는 남편은 '일식이'. 두 끼 먹는 남편은 '두식 놈'. 세 끼 꼬박꼬박 챙겨먹는 남자는 '삼식이 새끼'라고 하니 눈칠 볼 수밖에.
웬걸, 아내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도시락 싸고 다니세요. 지금 당장 싸줘요?"아내가 준 도시락 가방입니다.
아내가 싸 준 쇼핑 가방을 손에 들고 버스를 타고 직장으로 향했습니다. 뭘 들고 다니기 싫어하는 성질에 쇼핑 가방을 들자니…. 참, 멋쩍더군요. 하지만 든든했습니다. 아내가 싸 준 도시락이 그렇게 고마울 수 있다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해 청소 중인 여직원에게 자랑했습니다.
"아내가 도시락을 싸줬어요.""와~. 사모님 대단하네요."이 소릴 들으니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더군요. 왜냐고요? 뻔할 '뻔'자이지요. '나는 아직도 날 이렇게 날 위해 주는 아내와 산다!'는 거죠.
하지만 분명하게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도시락 싸는 것도 길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눈치껏 움직여야 현명한 남편이라는 걸…. 이게 부부지간 배려 아닐가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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