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의 본질? 주식시장이죠"

[홍기빈의 신자유주의와 한국정치경제를 말한다 ①]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등록 2012.02.03 14:02수정 2012.02.0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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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의 '신자유주의 그리고 한국의 정치경제를 말한다' 강좌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의 '신자유주의 그리고 한국의 정치경제를 말한다' 강좌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공산주의 국가에서 계획경제를 하잖아요. 단순화 시키자면 공산당의 중앙명령계획기구가 차지하던 위치에 자본시장, 주식시장이 들어앉은 게 신자유주의다라고 말해도 크게 틀린 건 아닙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의 가격, 우리가 어디로 이동해야 하며 무슨 일을 해야 하며 물적 자원은 어떤 용도에 쓰여야 하며, 생산된 것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기구는 사실상 주식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시장 자본주의'.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지난 30년간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모델을 자신이 만든 단어로 간단하게 설명했다. 홍 소장은 지난 1월 31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린 '신자유주의 그리고 한국의 정치경제를 말한다' 첫 번째 수업에서 신자유주의가 가진 대표적인 속성과 신자유주의가 작동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강의했다. 

홍 소장은 이날 강의에서 "'자본시장 자본주의'라는 정의는 곧 '주식시장 자본주의'라고 이해해도 좋다"며 "한 기업의 모든 가치를 주식 한 주의 가격으로 환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신자유주의의 핵심이었으며 이것이 붕괴된 만큼 새로운 정치·경제 모델의 조직원리, 운영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자유주의는 주식시장 중심의 자본주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는 1970년대를 기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경제적 자유방임주의를 말한다. 정부의 역할 축소, 시장 역할 강화, 규제의 완화, 국제적 분업 등의 현상이 신자유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홍 소장은 "지난 30년간 있었던 신자유주의 정치모델은 자본시장 자본주의(주식시장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주식의 가격은 주식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어떤 기업의 가치가 현재 가격보다 높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주식을 사고, 낮다고 생각하면 주식을 팔지요. 기업을 포함한 어떤 자산의 가치는 당기순이익에 미래가치를 곱한 값을 이자율과 위험도를 곱한 값으로 나눠서 구합니다. 여기서 미래가치와 위험도는 상당히 애매한 값이지요."

어떤 자산의 미래가치와 위험도를 어떻게 특정한 숫자로 환산할 수 있을까. 홍 소장은 "신자유주의의 완벽한 지배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이 어떤 혁신을 거쳤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최초의 주식시장이 만들어진 것은 1604년에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만들어지면서 부터입니다. 영국의 런던과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주식시장이 만들어졌지요. 그런데 19세기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주식을 투기적인 상품으로 봤습니다. 20세기 중반에 있었던 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혁신인 금융공학이 발전하면서 비로소 사람들은 금융시장이 정확하게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지요."

신자유주의가 전 지구적인 흐름으로 대두되면서 이전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현상들이 등장했다. 그동안 명확한 가치가 매겨지지 않았던 것에 가격표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홍 소장은 "자본주의의 본질은 인간세상의 만사와 만물을 자본 회계의 합리성에 맞추는 것"이라며 "이것이 극대화된 신자유주의에서는 3~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기 전까지 자산과 유가증권의 가치는 완벽히 계산될 수 있다고 여겨졌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의 결과로 주식시장 기관투자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에 맡기면 가장 합리적이고 깨끗한 해결책이 나온다는 믿음이 생기게 됐다는 얘기다. 홍 소장은 "지금 사회의 생산과 재화의 분배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주식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은 현대인들에게 거울같은 역할을 하는 제도입니다. 갑자기 일본에 대규모 지진이 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지진이 현 시점에서 일본 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최상의 판단이 니케이 지수로 나타나겠죠. 그래서 모든 기업들이 주식시장을 보고 움직입니다. 70년대 경영학에서 말하는 기업 경영의 목표는 여러 개가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명쾌합니다. 기업의 시가 총액을 불리는 것이지요.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 기준은 모두 수익성으로 연결됩니다."

a  수강생들이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의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의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 권우성


"스웨덴 모델 통해 신자유주의 이후를 바라볼 것"

지난 2008년,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이 파산하면서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래서 충격적인 일이었다. 세상 만물의 가치를 정확히 환산해 낸다고 믿고 있던 최첨단 금융공학이 사실은 그 역할을 하지 못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기 때문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신뢰를 잃은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홍 소장은 "문제가 무엇이고 어디서 나왔는지는 다 나와있지만 세계 어디를 봐도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전 세계적으로 금융개혁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됐나요? 오바마 정부에서 '볼커 룰'(Volker rule)이라는 정책을 하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예금과 투자가 한 계정으로 이뤄지는 지금의 은행시스템을 예금만 받는 상업은행 계정과 자기 자산으로 투자하는 계정으로 분리시키겠다는 내용이에요. 1930년대 금융시스템으로 돌아가겠다는 얘긴데 그게 전지구적으로 있었던 금융시스템 개혁논의의 마지막이었습니다. 그게 흐지부지되고 나서는 그냥 다들 이전에 하던대로 하고 있지요."

홍 소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신자유주의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은 모두들 알지만 그와는 다른 논리로 운영되는 정치·경제 모델을 생각하는 것은 너무 방대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신자유주의에서 맹신을 받고있던 주식시장의 위상을 재조정 해야한다면 대형 은행이 가야 하는 자리, 소형 은행이 가야하는 자리를 일일히 정해주는 구조적인 변화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홍 소장은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정치·경제 모델을 생각할 때는 그 모델의 조직 원리와 운영원리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며 "다음 강의부터는 다른 원리로 조직되고 운영되는 정치·경제 모델을 만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를 설계한 에렌스트 비그포르스의 사례를 통해 설명 하겠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쳤다. 
#홍기빈 #신자유주의 #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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