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슈퍼볼은 패트리어츠와 자이언츠가 겨루고 있다. 어느 팀이 승리하건 4번째 빈스 롬바르디 컵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
"풋볼이 아니고 사커야." 제2 외국어로서 영어(ESL)를 배우는 이민자들의 영어시간에 난데없는 축구 논쟁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데이비드 베컴이었다. 학생들이 이날 공부할 내용은 형용사를 사용하여 인물을 묘사하는 것이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유명한 사람의 사진을 보여준 뒤 적절한 형용사를 사용하여 그 인물을 묘사하도록 했다.
데이비드 베컴 사진이 맨 먼저 등장한 것은 학생들의 취미가 대부분 축구였기 때문이다.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학생들은 주말이면 대개 축구를 한다고 말한다. 직접 밖에 나가 공을 차지 않으면 TV로 맨유나 바르셀로나 축구경기를 보는 것도 즐겨 한다. 내가 한국에서 온 것을 아는 학생들은 내게 박지성에 대해 묻기도 했다.
나는 학생들의 취미가 축구인 것을 알고 있기에 유명인사 가운데 제일 먼저 베컴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본 쿠바 출신의 알렉산더는 베컴을 보자마자 '훌륭한' 사커 선수라고 말했다.
그래서 다음 사진으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만 거기서 사달이 나고 말았다. 갑자기 이디오피아에서 온 룰이 손을 들더니 베컴은 '사커 선수'가 아니고 '풋볼 선수'라고 반박한 것이다. 룰은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신참 이민자다.
두 학생 모두 맞는 대답을 했는데 룰은 알렉산더가 말한 '사커 선수'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 모양이었다. 룰은 주말마다 축구를 한다고 했다. 그런 열성 축구팬인 룰이 갑자기 흥분을 하더니 알렉산더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알렉산더, 발이 영어로 뭐야? 풋(foot)이잖아. 그래서 발로 차는 축구는 풋볼(football)인 거야. 사커가 아니고. 알았어? 손은 영어로 뭐야? 핸드(hand)지? 그래서 손으로 이렇게 공을 주고 받는 경기는 핸드볼이라고. 알았어? 풋볼과 핸드볼!"
축구는 영어로 풋볼이다. 물론 사커라고도 한다. 하지만 사커보다는 풋볼이 더 많이 쓰인다. 국제축구연맹인 FIFA에도 풋볼이라는 말이 들어가고 국제적으로도 많은 나라들이 축구를 풋볼이라고 한다. 사커라고 부르는 나라는 미국을 비롯하여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일랜드 정도다. 물론 미국에서는 풋볼이라고 하면 당연히 미식축구를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 오래 살았던 알렉산더는 베컴을 보자마자 사커 선수라고 말했고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룰은 풋볼 선수라고 부른 것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룰이었다. (기자 말: 미국에서는 축구가 사커이지만 실제로 사커라는 말은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1880년대 영국에서는 풋볼을 '럭비 풋볼'과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 풋볼'로 구분해 불렀는데 그 때 축구를 가리키는'어소시에이션' 풋볼에서 '사커'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