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참전용사였던 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50세의 새로운 도전, 병무청 블로그 기자단

등록 2012.02.06 12:08수정 2012.02.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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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50세, 100세 시대를 기준으로 한다면 나는 올해 인생 후반기가 막 시작되는 시점에 서 있다. 반 세기를 살았고 다음 반 세기는 어떻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는 인생일까? 고민하던 중 눈에 번쩍 띄는 공고를 봤다. 나는 2004년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 교육을 받고 <오마이뉴스>에 '43세의 새로운 도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제목으로 첫 기사를 썼다.


처음엔 한 꼭지의 기사를 쓰기 위해 며칠을 낑낑댔다. 그러나 쓰면 쓸수록 가속도가 붙었다. 나름대로 글에 대한 감각이 생기면서 기사쓰는 일이 내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다. 병무청 블로그 기자단 모집 공고를 보는 순간 꼭 도전 해보고 싶은 분야라 가슴이 뛰었다.

지난해 10월 외아들을 군에 보내고 신병수료식, 면회, 편지, 전화 등을 통해 경험한 군은 평소 내가 알고 있는 군에 대한 상식과는 무척 달랐다. 소통이 잘 되고 인간적이었다. 그래서 군에 보낸 엄마의 심정을 담아 '이등병 엄마가 전하는 병영일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전국에서 모인 40명의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군에 대한 공통 사연을  안고 있었다.  워크숍 장면
전국에서 모인 40명의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군에 대한 공통 사연을 안고 있었다. 워크숍 장면최정애

입대를 앞두거나 전역한 대학생, 남자친구를 군에 보낸 '곰신', 아들을 군에 보낸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병무청 블로그 기자단은 눈길이 갔다. '병무청 블로그 기자단 청춘예찬은 아들을 군에 보낸 엄마로서 병영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내용의 지원서를 낸 결과, 합격 통보를 받았다.
 
2월 2일과 3일, 대전 정부청사 옆 통계연수원에서 열린 워크숍에 다녀왔다. 이날은 올들어 가장 춥고 눈도 많이 온다고 했다. 우리집 바로 옆에 버스터미널이 있지만, 안전하게 가려고 전철과 기차를 이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하필 이날 1호선 선로 고장으로 지하철 운행이 그렇게 지연될 줄이야.

예매한 8시 38분 영등포발 대전행 새마을호는 떠나 버렸다. 전철 안에서 2시간여 갇혀 있느라 9시 30분 무궁화호도 놓쳤다. 결국 10시 30분에 새마을호를 타고 갔다.

나는 워크숍 진행 40분 만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에서 온 40명 기자들의 모습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 군대에 대한 공통 사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위촉장 수여에 이어 병무 행정에 대한 기본 교육을 받았다.


병역의무 이행과정, 징병검사, 현역병, 공익근무요원 등 그동안 어렴풋 이름만 들었던 내용을 정확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3대 가족 모두가 현역 복무를 명예롭게 마친 병역 명문가, 잊지못할 병영생활과 부대 자랑 등 4가지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선발되는 병무스타, 올해부터 달라지는 현역 기준인 다문화 가족 등에 대한 정보도 새롭게 알게 됐다.    
 
이어진 연임기자의 활동사례 발표는 앞으로 방향 설정에 많은 도움이 됐다. 기자 활동을 통해 이미 직업 기자 못지 않는 역량을 쌓고 있는 대학생, 곰신 기자들을 보며 펄떡이는 청춘을 느꼈다. 이런 살아있는 경험을 한 청춘들이 사회에 나간다면 자기 몫을 톡톡히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3년째 활동하고 있는 한 곰신 기자는 꿈이 병영생활상담관이란다. 이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중 능력을 인정받아 취업을 한 사례도 있었다. 리포터와 구성작가를 하다 육아로 아쉽게 접어야 했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는 한 어머니 기자는 기자 활동으로 그동안 묵혀 두었던 재능을 발휘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머니의 힘을 마음껏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우수 활동 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백상아 곰신 기자
우수 활동 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백상아 곰신 기자최정애

다음은  블로그 강의가 있었다. 파워 블로그 운영자가 강사로 나와 관심을 끄는 블로거의 조건 및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시대를 맞아 이 분야는 점점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나는 솔직히 이 부분에 약하다.


대학생 기자가 쓴 기사를 보면 동영상 그림 등을 넣어 편집이 화려하다. 그들의 참신한 감각을 따라 갈 수 없다. 이럴 때 특히 군대간 아들이 그립다. 아들이 있었으면 단조로운 내 기사에 다양한 색을 넣어 줄텐데... 방송영상미디어를 전공한 아들에게 이 사실을 고백했더니 제대하면 제대로 가르쳐 주겠단다.

앞으로 운영 방안에 대한 1차 토의를 끝으로 1일차 일정은 끝이 났다. 나와 나이 차가 배 이상 또는 배로 나는 대학생들과 나와 비슷한 50대와 40대 어머니들과의 대화 속에 점점 소속감이 짙어졌다.

3개조로 나누어 멘토링 시간을 가졌다. 얼떨떨한 멘티들에게 멘토는 그간의 경험을 아낌없이 털어놓았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그의 책 <소셜 애니멀>에서 한 차례 모임에 나가면 소득 2배가 오르는것과 동일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모임이 건강한 미래를 설계하는데 분명 영향을 미치리라 여겨졌다.
      
2일 차에는 합동 토의 2차와 사진편집 강의, 병무민원 상담업무를 관장하는 병무민원상담소(1588-9090), 고대부터 현재까지 병무 행정과 연관된 다양한 기록물을 전시하고 있는 병무행정기록전시관 견학이 있었다. 이틀간의 워크숍으로 우리나라의 병역의 큰 틀을 짚어 볼 수 있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병영을 제대로 이해하고 알리며 개선점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이땅에 더 이상 병역기피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병영이 청춘의 아름다운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928년생으로 한국전쟁 용사이셨던 친정아버지는 평소 참전 용사 뺏지를 달고 다니시면서 그때의 이야기를 자주 해주셨다. 2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취재대상 1호였을텐데... 2월 8일부터 2012년 징병검사가 시작된다. 그 현장부터 나가봐야 겠다.
#병무청 #청춘예찬 #청춘RACE #이등병 엄마가 전하는 병영일기 #병역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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