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를 모시듯이 정성껏 모시겠다는 생각으로 사드린 유기 그릇 한 벌이 이젠 정말 제상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임윤수
나이 90이 넘은 노모, 고관절 골절로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92살의 어머니가 있는 상황에서 새벽 2시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가슴을 철렁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새벽 2시, 아닌 밤중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깨어 있던 상태라 허둥대지 않고 받을 수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화기를 드니 병상을 지키고 있던 형이 '아무래도 와봐야겠다'고 하는 말이 들려옵니다.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서둘러야 할 상황이 되니 허둥대기 시작합니다. 6년 전쯤 둘째 누나가 미리 마련해줘 집 안 깊숙이 넣어 두었던 수의를 꺼냈습니다. 지난 1984년에 찍은 영정사진 속 엄마는 너무 새댁이라서 작년 8월에 세 번째로 찍은 영정사진도 꺼내고, 만약을 대비해 미리 꾸려놓았던 가방 등을 챙기다보니 1시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3시가 거의 다 돼 집을 나섰습니다. 이곳 대전서 엄마가 계신 충주까지는 대략 1시간 30분쯤이 걸립니다. 엄마가 입원해 계시는 병원이 30여 리쯤 남았을 때 전화가 다시 왔습니다. 좀 서두르랍니다. 서둘렀습니다. 그렇게 서둘러 엄마가 입원해 계시는 병실로 들어가니 엄마는 이미 5분 전에 운명해 계셨습니다.
잠을 주무시는 듯 반듯하게 누워 계시는 엄마는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아직은 따뜻했습니다. 손과 발, 얼굴과 이마 어디를 만져 봐도 생전에 느끼던 엄마의 따뜻함이 그대로입니다. 얼굴색이 창백해지고, 엄마의 체온이 조금씩 식어갈 때쯤 의사가 들어와 청진을 하고, 동공을 확인하더니 2012년 1월 30일 오전 4시 30분으로 사망을 선고합니다.
100살은 살 거라고 하던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