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비판에 드디어 정치권이 개입했다.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중 한 명이 <나꼼수>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논쟁이 멍멍이 싸움으로 변질되는 중이다. 페미니스트들의 의견 제시는 접수할 수 있다. 받아들일 수는 없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은 그냥 두고 보기 어렵다. 이건 원칙 문제다.
나는 <딴지일보>의 초기 독자였는데, 그 사이트의 뽕빨 스피릿에 대해서 항상 감탄해 왔다. 일단 시작하면 끝장 볼 때까지 파헤치는 정신. 요즘 <나꼼수>가 온몸으로 보여주는 중이다. <나꼼수>의 목표는 분명하다. 그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뽕빨 스피릿' 잃지 말길 바란다. 거기에 나와 내 아이들의 생활과 미래가 걸려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딴지> 정신 중에는 패싸움에서 '한 놈만 팬다'는 것도 있다. 한 놈만 패다보면 다른 놈들한테 얻어맞기도 하는 법이다. 선관위를 공격해 대는 새누리당 같은 개념 없는 정당일 수도 있고, <한국일보>나 조·중·동 같은 군·소 언론일 수도 있고 또 아무한테나 폭력을 행사하는 어버이연합 회원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페미니스트들과 민주통합당까지 나섰다. 그러나 <나꼼수> 멤버들은 쫄지 마시기 바란다. 그냥 나가던 진도를 나가주길 빈다. 새누라당이나 군·소 언론은 원래 상대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나마 같은 편인 줄 알았던 이들에게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페미니스트. 이건 시민운동이다. 시민운동은 갈래가 많다. 좌파적 운동도 있고 우파적 운동도 있다. 환경 운동도 있고, 경제 운동도 있다. 워낙 다양하다 보니 그들 사이에 완전한 공감대는 것은 원래 불가능하다. 삐걱거리고 어긋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그건 사회가 이미 충분히 복잡하기 때문이고, 개인과 단체들의 생각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대로 안고 가면 된다. 관심이 겹치면 힘을 합치고, 다르면 인정하면서 갈 길을 가면 된다. <나꼼수>의 비키니 시위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페미니스트들은 제 갈 길을 가면 될 것이다. <나꼼수>의 막말과 쌍소리가 맘에 들지 않으면 안 들으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관성과 형평성이 아쉽다. '조까'가 남성 비하로 들리지 않고 '씨바'가 여성 비하로 들리지 않았다면 '비키니 시위'가 문제가 된 까닭은 무얼까? <나꼼수>에게 '씨바'든 '조까'든 '비키니 시위'든 이 모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런데 어째서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것은 용납이 되다가 어떤 것은 안 된다는 것일까? 이건 일관성의 문제다. 또 여름이면 텔레비젼 연예 프로그램에서 비일비재하게 볼 수 있는 비키니 장면. 이런 미디어를 접해 본 시민들이 어째서 비키니 시위는 반대해야 하는가? 이건 형평성의 문제다. 일관성과 형평성이 모자란 행동은 오래 지지받기 어렵다.
<나꼼수>는 첫 방송부터 자기들의 목표와 정체성과 행동 방식을 분명히 밝혔다. 그들은 편파적이겠다고 선언했었고, 일관적으로 그걸 지키고 있다. 그들은 고매한 척 하지 않겠다고 했고, 먹고 싸는 게 일차적인 관심인 시정잡배의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공언했다. 나 같은 시정잡배의 수준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는데, 왜 그들이 지금 와서 표현의 눈높이를 조정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그들이 시덥지 않게 사과하길 바라지 않는다.
나는 남녀의 사회적 평등을 지지하지만 페미니즘에는 반대다. 하지만 페미니스트들더러 일관성과 형평성을 가지라고 제언할 수는 있어도 그걸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들이나 나나 모두 시민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들도 페미니즘을 주장할 수는 있어도 그걸 진리이거나 합의된 것처럼 강요할 수는 없다. 당연한 것 아닌가? 심지어 그들이 '반쪽 진보'가 싫다며 '현상 유지'나 심지어 '퇴보'를 선택한다고 해도 나는 그들을 말릴 권리가 없다. 내 맘에 안드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그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까지 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나는 내 길을 가야하고, 그래서 내 투표 근육을 열심히 준비시키는 중이다. <나꼼수>도 그래 주기를 바란다. 절대로 쫄지 말고 말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의 최고위원이 나섰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진중권식으로 말하자면 정치 영역이 시민 영역에 대고 '훈장질'을 하고 나선 것이다. 이건 <한겨레>가 조·중·동보다 악랄하게 노무현을 두들겨 패던 것 하고는 또 다른 문제다. 그건 정도 문제지만 이건 원칙의 문제다. 이들은 선거 때만 되면 '공복(公僕)'이 될 테니 뽑아달라고 한다. '시민의 종'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종이 주인을 가르치려 들다니.
더구나 이들은 새누리당 치하에서 들러리나 서던 정당원들이 아닌가. 이들은 미국산 쇠고기도 막지 못했고, 4대강도 막지 못했고, 한미무역협정도 막지 못했고,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의 온갖 부패와 권력형 비리도 견제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꼼수>가 나서고 시민들이 나선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해서 지형을 바꿔놨으면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인제 좀 여유가 생겼나 보다. 훈장질을 재개했다. 그 훈장질의 대상이 누군가. 자기들이 못하던 지형 변화를 선도했던 바로 그들이다. 더구나 그 중 한명은 자기 당의 동료이며,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데 말이다.
종이 반란을 일으키면 그의 말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닐까? 지금이 중세 신분 사회도 아니고 이런 비유가 적절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비유는 비유다. 종이면 종답게 행동하길 바란다. 일반 시민이라면 무슨 얘길 해도 좋다. 하지만 당 최고위원 계급장을 달았으면 거기 맞게 처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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