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피임기구
연합뉴스
학교에서 진행하는 성교육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성지식 자체를 전달하는 인지적 측면, 이성과의 관계성을 위주로 진행하는 관계적 측면, 우리의 몸 자체를 다루는 신체적 측면 등은 가장 대표적인 예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청소년의 경우는 왜곡된 성인식을 수정하는 인지적 측면과 이성교제시 문제를 다루는 관계적 측면을 주로 교육하곤 합니다. 이런 주제는 학생들도 원하고, 학교에서도 선호하는 것들입니다. 학부모님들께 항의가 오지 않는 적절한 주제이면서도 실질적인 교육효과를 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학교에서 유독 꺼려하는 주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피임교육'입니다. 피임교육은 성교육 중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지만 이 교육을 요구하는 학교도 없고, 제가 제안을 해도 매우 불편해하시곤 합니다. 피임법을 가르치는 게 마치 성관계를 종용하는 것 같아, 보수적인 측면이 강한 교장 선생님도 싫어하고, 학부모님들의 항의가 들어올까 실무자 입장에서도 매우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지요.
'피임교육' 없는 성교육...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현실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것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어제(7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중고생의 3.6%가 성경험이 있고, 고교생의 경우 6.1%로 나타났으며 고2는 8.6%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중앙대 박형무 교수가 산부인과 학회에서 지난 201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13.8%가 임신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임신을 한 학생들은 낙태를 하곤 하였지요.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우선 이 친구들 중 겨우 38% 가량만이 피임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중에서 24.3%는 질외사정법이나 월경주기법 등 부적절한 피임법을 사용하고 있었지요. 정확한 피임법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들은 학교에서의 성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62% 이상이었지만 이 중 77%가량은 이 교육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거나 그저 그랬다는 응답을 하였습니다. 너무도 형식적인 교육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이지요.
이제는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임교육은 청소년들의 성관계를 종용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경험하게 될지 모르고, 이미 경험했을 학생들에게 '예방주사'를 맞히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또한 청소년 시절 배웠던 피임법은 훗날 성인이 되어서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어서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휴가철과 수능시험 후는 피임교육을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고 저는 권하고 싶습니다. 실제 피임연구회의 조사결과를 보면 7~8월의 낙태율은 각 각 25%, 23.5%로 평소에 비해 약 10% 이상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수능시험 후에는 대학입시까지 약 3~4개월의 여유가 생기고, 시험의 부담감을 떨친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갖게 되는 경우가 증가하게 됩니다. 다른 때는 몰라도 이때는 반드시 피임교육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피임교육 '터부시'... 청소년들을 범법자로 만들 수 있어
끝으로 피임교육을 소홀히 하면 자칫 청소년들이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지적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현행법상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형법 제269조는 부녀가 약물이나 기타 방법 등을 통해 낙태를 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되어 있으며, 만약 남자 친구가 낙태를 종용했다면 이는 형법 제31조에 따라 교사범으로서 범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처벌을 받게 되어 있지요.
물론 이 법률은 현재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모자보건법상 산모의 건강이 위험하거나 강간 등으로 임신한 경우처럼 예외적인 경우는 낙태가 허용되긴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 법률로 인해 처벌받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우리 학생들이 꼭 알고 있을 필요는 있습니다.
오늘 저는 이 글을 통해 청소년 피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청소년 시기의 임신과 출산, 낙태는 인생에 있어 매우 큰 의미를 주는 경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충격은 물론 신체적으로도 매우 큰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이를 너무 소홀히 여기거나 터부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학교에서도 피임교육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지요. 그래서 끊임없이 리틀맘과 낙태 청소년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현실을 냉정히 인식하고, 변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성교육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하늘바람몰이(http://kkuks8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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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교육이 섹스 하라는 소리? 몰라도 너무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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