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수 지부장
노동세상
"할 일이 많으니까 오히려 시간 많은 해고자 신분이 편한 거 같기도 해요." 신 지부장이 웃었다. 신 지부장은 언론사에 KTX 사고 차량 사진을 제공한 일로 작년 8월 징계해고를 당한 상태다. "말은 이래도 많이 힘들어했다"고 권 조사부장이 덧붙였다. 쑥스러워하던 신 지부장이 이내 털어놓았다.
"마음이 안 좋았죠. 저보다는 사실 사진을 제게 준 박아무개 조합원 때문에 더 힘들었어요. 맡은 업무를 수행한 것뿐인데, 해고 바로 아래 징계인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으니까요."
징계위원회에서도 자신만 징계할 것을 호소했으나 소용없었다. 현재 박아무개씨는 복직했으나 징계로 인한 임금 손실, 인사 상 불이익을 감내해야 한다. 차량기지에 배치된 지 얼마 안 된 참에 일이 터져 많이 힘들어 했다는 그는 여전히 신 지부장의 마음에 가시로 박혀 있다.
징계 후로 경직된 현장 분위기 또한 답답한 부분이다.
"예전엔 안전사고 관련해서 현장에서 여러 가지 얘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지금은 별로 안 나와요. 철도공사가 원한 거도 이런 상황이겠죠." 다행히 지난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징계를 공익신고로 인한 신분상 불이익조치로 인정하고 철도공사 측에 원상회복 조치를 요청했다. 다만 실제 회복에는 지난한 과정이 소요될 듯하다. 철도공사가 판결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신 지부장은 전했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어쨌든 이로 인해 후속조치가 나온 거니까요." 현재 신 지부장의 화두는 복직보다는 KTX 민영화 저지다.
"어찌 보면 정부 덕분에 고민을 잊고 활동에 전념하는 거 같아요. KTX가 남아야 저도 복직하죠(웃음). 분위기 좋아요. 15일엔 킨텍스에서 서명운동을 했는데, 말 안해도 찾아오는 분도 많았고 인터넷 통한 응원도 많이 받아서 힘이 나요." 현재 지부는 철도노조 차원에서 하는 대국민 선전전, 서명운동 외에도 고양, 일산지역 시민사회단체, 야당 예비후보들과 함께 지역 선전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장순회를 하며 현장 안에서의 의지도 다지는 중이다.
"지금도 KTX 수리할 부분이 굉장히 많아요. 새벽에 쉬는 시간이 없어졌을 정도예요. 철도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정부가 지원을 끊고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어놓고서는 적자 나니까 민영화 해야 한다고 하니..."민영화 저지에 관련해서는 철도공사와의 대립각도 늘 세우고 있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철도공사는 영업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찬성해요. 적자영업을 축소하고 자발적인 효율화를 추진하려는 분위기죠. 철도 안전에 있어 중요한 유지보수 업무의 외주화 등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거고. 반면 노조는 철도가 효율성보다는 사회공공성을 위해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이죠." 2011년 3월 1일 임기를 시작한 후 해고부터 KTX 민영화 문제까지, 파란만장한 1년을 보낸 기분은 어떨까.
"이거 솔직하게 대답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아, 이게 '나꼼수' 후유증인가(웃음)." 웃던 신 지부장이 사뭇 진지하게 가장 기본적인 답을 했다.
"노조활동이란 게 사람 간의 정으로 하는 측면도 있잖아요. 작년에 지부에서 집회랑 총회 하고, 노사협의회 준비하면서 또 조합원들 만나고 그렇게 사람들 만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힘을 줘서 1년을 지내온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