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성황당
이상기
국사성황당은 대관령 옛길에서 만나는 유일한 문화유산이다. 대개 명산이나 고갯마루 주변에는 절터나 마애불 또는 주막 등이 있는데, 대관령이 너무 높아선지 고갯마루 주변에는 이런 것들이 없는 편이다. 그나마 성황당이 있어 산길을 여행하는 나그네의 마음을 달래준다. 성황당은 이제 등산객이나 우리 같은 옛길 탐사 객이 찾는 문화유산이 되었지만, 과거에는 대관령을 넘는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 들러 무사안녕을 기원했을 것이다.
국사성황당에는 세 개의 기도처가 있다. 성황사가 있고, 산신당이 있고, 칠성단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건물이 성황사다. 세 칸짜리 집에 국사성황신(國師城隍神)을 모셨다. 그럼 국사성황신이 누굴까? 신라의 고승 범일(梵日: 810-889) 국사라고 한다. 범일 국사는 통일신라시대 선승으로 사굴산문(闍崛山門)의 개조다. 그는 836년 당나라로 가서 842년까지 제안(濟安) 대사로부터 심인을 전수받았다.
그 후 중국 각지를 편력하며 선정을 닦고, 소주에 있는 혜능조사탑에 참배한 후 847년 귀국하였다. 851년 명주도독의 청으로 굴산사에 주석하였고, 40년 가까이 관동지방에서 불법을 전파했다. 시호는 통효(通曉)고 탑호는 연휘(延徽)이나, 탑과 탑비가 남아있지 않아 그의 사상과 인생역정을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