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가보안법 철폐와 양심수 석방을 위한 후원의 밤'이 열린 기독교회관을 둘러싼 포스터.
김혜승
"국가보안법 철폐! '사상의 자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벽 한쪽이 감옥을 연상케 하는 포스터들로 도배되어 있어 들어설 때 사뭇 긴장됐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보는 사람마다 서로 따뜻한 인사를 하느라 분주했다. "아이고, 오랜만이에요"라며 사람들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두 손을 마주 잡으며 서로에 안부를 건넸다.
한바탕 잔치가 열릴 듯 행사 준비로 떠들썩한 이곳은 서울시 종로5가 기독교회관. 14일 '국가보안법 철폐와 양심수 석방을 위한 후원의 밤'이 이곳에서 열렸다.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가 주최한 이 후원의 밤에는 범민련탄압대응공대위, 왕재산조작사건대책위, 국가보안법긴급대응모임이 참석했다.
후원의 밤 1부로 진행된 정치토크쇼는 박래군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집행위원장이 진행했고 이광철 변호사, 서강대 이호중 교수, 참여연대 안진걸 팀장이 손님으로 참여했다. '국가보안법'의 존재 유무와 실효성 등을 다룬 토크쇼는 게스트들의 말솜씨로 인해 참석자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박 집행위원장의 '국가보안법은 네모다?'라는 질문에 세 게스트는 각각 특별한 답을 내놓았다.
"국가보안법은 '한'이다. 제가 집시법부터 온갖 혐의로 소환되고 구속됐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으로는 들어가지 못했다. 애국적 삶을 살아간 동지가 못 들어갔다니 한이다(웃음)." - 안진걸 팀장"국가보안법을 '사랑을 막는 법'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싶으면 (그 사람을) 알려고 한다. 그러면서 대화를 통해서 가까워진다. 그게 남녀 간의 사랑이다. 역시 같은 맥락에서 국가보안법은 남한과 북한의 소통을 막는 법이다. 사람들은 반민주, 반인권이라 하지만 반사랑 즉, 사랑을 막는 법이다." - 이호중 교수"국가보안법은 '쪽팔려'이다. 오늘도 각하께서 한미FTA 폐기서한을 전달한 것은 국격을 떨어트리는 일이라고 하셨다. 더이상 국격타령은 안할 줄 알았다. 본인이 국격의 손상이기 때문이다.(웃음) 요즘 박정근 때문에 <르몽드> 등 외신들과 인터뷰했다. 다들 하는 이야기가 '이게 왜 죄냐. 아니 왜 그런 것 때문에 왜 감옥 가냐'며 이해 못했다. 제가 그분들 앞에서 차마 쪽팔려서…. 각하 이런 것이 '국격의 손상입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각하께서 '국격'이란 말이 무엇인지 몰라 이런 소리를 하나 싶다." - 이광철 변호사 이어 "국가보안법이 왜 없어져야 하나"라는 질문에 이 변호사는 "웃자고 하는데 죽자고 덤벼든다"며 "국가보안법이 없어져야 비로소 국격이 업그레이드가 된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필요없는 법이니깐 폐지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키리크스를 보니 진짜 간첩이 있던데 바로 김현종, 김종훈이다"라며 "그들은 한미FTA 협상 때 온몸을 던져 우리나라 정보 빼주고 미국의 불리한 것 막아냈다"고 말해 토크쇼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국가보안법 사문화됐지만 아직도 사람 잡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