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 남짓 작은 공간, 이곳이 노윤회씨의 일터다.담배, 라이터 등을 팔아 그는 12년 기부를 하고 있다.
박영미
우리 동네 담뱃가게에는 얼굴이 예쁜 아가씨 대신 마음 따뜻한 아저씨, 노윤회(55세)씨가 있다.
채 3㎡(1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바로 밑에 자리한 이 작은 가게는 손님이 오면 엉덩이 한 쪽 걸칠 정도로 좁다. 얼마나 좁은지 엉덩이를 바짝 들이대고 그나마 자리에 앉으니 무릎이 걸려 출입문이 닫히질 않는다.
노윤회씨. 지금 그가 하는 일은 이 작은 가게에서 담배를 파는 것이다. 어떤 날은 몇천 원 버는 날도 있고, 어떤 날은 1만 원 조금 넘게 버는 날도 있고, 아주아주 장사가 잘 되는 날에도 고작 2~3만 원이 수입의 전부다.
노윤회씨는 지난 1992년 버거스씨 병으로 다리를 절단했다. 다리를 절단하기 전까지는 건축업에 종사하면서 여느 사람들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었다. 하지만 다리를 절단한 후 그는 삶에 대한 회의와 절망감에 빠져들었고, 결국 삶을 거의 포기할 정도로 아픈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장은식씨를 비롯한 강천상가 입주 상인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고 모두 따뜻한 마음으로 도와줘 1994년에는 지금 운영하는 담뱃가게까지 얻게 됐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던 그에게 삶은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희망의 삶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자신이 받았던 것처럼 다른 이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3㎡(1평) 담뱃가게를 운영하면서 자신도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한 푼 두 푼 담배를 팔고 남은 돈을 돼지저금통에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돈은 소년소녀 가장의 장학금으로, 어느 독거노인의 생계비로, 갑자기 어려움을 당해 생계가 막막해진 어느 한 가장의 손에 쥐어져 삶의 희망으로 되살아났다.
한해 어려운 이웃에게 내놓는 기부금은 금액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지만 새벽부터 밤늦도록 담배와 라이터 등을 팔아 번 수익금 중 일부이기에 너무도 값지고 큰돈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그가 이웃사랑을 실천한지 12년째가 됐다. 하지만 이 기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노씨는 우려스럽다. 작년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해 모든 생활이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생활비 모두를 수술비와 약값으로 충당하고 나니 담배 값조차 없어 장사를 못한지 오래다. 그래도 가게를 비울 수 없어 매일 출근하고 있지만, 그냥 보내는 손님들을 볼 때마다 노씨의 한숨은 깊어진다.
무엇보다 장사를 못하니, 노씨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과 만나고 어울리는 게 유일한 낙인 그에게 문 닫힌 가게는 철창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