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담뱃가게 아저씨, 마음씨가 '일품'

담뱃값 없어 장사 못한 지 오래 노윤회씨, 12년째 이어온 기부 막막해져

등록 2012.02.16 15:27수정 2012.02.16 15:2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평 남짓 작은 공간, 이곳이 노윤회씨의 일터다. 담배, 라이터 등을 팔아 그는 12년 기부를 하고 있다.
1평 남짓 작은 공간, 이곳이 노윤회씨의 일터다.담배, 라이터 등을 팔아 그는 12년 기부를 하고 있다.박영미

우리 동네 담뱃가게에는 얼굴이 예쁜 아가씨 대신 마음 따뜻한 아저씨, 노윤회(55세)씨가 있다.


채 3㎡(1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바로 밑에 자리한 이 작은 가게는 손님이 오면 엉덩이 한 쪽 걸칠 정도로 좁다. 얼마나 좁은지 엉덩이를 바짝 들이대고 그나마 자리에 앉으니 무릎이 걸려 출입문이 닫히질 않는다.

노윤회씨. 지금 그가 하는 일은 이 작은 가게에서 담배를 파는 것이다. 어떤 날은 몇천 원 버는 날도 있고, 어떤 날은 1만 원 조금 넘게 버는 날도 있고, 아주아주 장사가 잘 되는 날에도 고작 2~3만 원이 수입의 전부다.

노윤회씨는 지난 1992년 버거스씨 병으로 다리를 절단했다. 다리를 절단하기 전까지는 건축업에 종사하면서 여느 사람들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었다. 하지만 다리를 절단한 후 그는 삶에 대한 회의와 절망감에 빠져들었고, 결국 삶을 거의 포기할 정도로 아픈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장은식씨를 비롯한 강천상가 입주 상인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고 모두 따뜻한 마음으로 도와줘 1994년에는 지금 운영하는 담뱃가게까지 얻게 됐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던 그에게 삶은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희망의 삶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자신이 받았던 것처럼 다른 이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3㎡(1평) 담뱃가게를 운영하면서 자신도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한 푼 두 푼 담배를 팔고 남은 돈을 돼지저금통에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돈은 소년소녀 가장의 장학금으로, 어느 독거노인의 생계비로, 갑자기 어려움을 당해 생계가 막막해진 어느 한 가장의 손에 쥐어져 삶의 희망으로 되살아났다.


한해 어려운 이웃에게 내놓는 기부금은 금액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지만 새벽부터 밤늦도록 담배와 라이터 등을 팔아 번 수익금 중 일부이기에 너무도 값지고 큰돈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그가 이웃사랑을 실천한지 12년째가 됐다. 하지만 이 기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노씨는 우려스럽다. 작년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수술을 해 모든 생활이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생활비 모두를 수술비와 약값으로 충당하고 나니 담배 값조차 없어 장사를 못한지 오래다. 그래도 가게를 비울 수 없어 매일 출근하고 있지만, 그냥 보내는 손님들을 볼 때마다 노씨의 한숨은 깊어진다.


무엇보다 장사를 못하니, 노씨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과 만나고 어울리는 게 유일한 낙인 그에게 문 닫힌 가게는 철창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노윤회씨의 선행이 실린 책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노윤회씨의 선행이 실린 책박영미
상황이 이 정도면 돼지저금통에 든 돈을 꺼내 자신을 위해 쓸 만하건만, 그는 "그 돈은 그 돈이다"며 12년째 이어온 이웃사랑의 자부심을 깨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이웃사랑을 천직(?)으로 알고 살던 그에게 기부를 하지 말라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일지 모르겠다. 

노씨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 자부심으로 다른 이웃들이 삶의 희망을 얻기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가 노윤회씨를 도와줘야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아직도 건재하게 따뜻하다는 걸 보여주자. 십시일반 모이는 돼지저금통처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정성이면 된다.

지난 2008년, 노윤회씨가 기부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주 작은 돈이 어떤 이에게는 큰 희망이 된다"고. 이제 그 어떤 이가 노윤회씨가 됐으면 한다.

노윤회씨의 선행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그의 선행이야기가 담긴 책이 발간됐다. 책 이름 하여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박영희 지음).

평탄한 삶을 살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아름다운 12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많이 가져서 봉사하는 게 아닌, 도리어 더 많은 것을 받을 수 있기에 봉사한다는 우리네 이웃들을 만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5년간 그를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요즘같이 힘들어 하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그가 다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 대학민국 국민이 도와주웠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5년간 그를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요즘같이 힘들어 하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그가 다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 대학민국 국민이 도와주웠으면 합니다.
#노윤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2. 2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3. 3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4.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5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이런 곳에 '공항'이라니... 주민들이 경고하는 까닭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