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뒤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새 로고가 걸렸다.
남소연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금융규제 완화 → 경제의 금융화 → 금융의 세계화'로 표현된다. 이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돈이 돈을 버는 모든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따르는 반대급부의 대가가 있었다. '사람이 노동하는 환경을 사상 최악으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구가했던 자본주의 황금기를 무너뜨리고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당연히 1970년대까지 기능했던 노동을 보호하는 사회적 협약, 즉 계급적 타협구조를 붕괴시켰다. 기존의 사회적 타협은 '노동을 관리하고 분배할 권한을 자본가들에게' 넘기는 대신 '자본가들은 시장에 대한 엄격한 통제와 규제를 받아들여야 하고, 경제 성장의 중요한 부분이 포괄적인 사회복지 계획으로 돌려지는 것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동과 자본사이의 사회적 협약의 결과, 노동시장에서는 노동조합운동의 단체 협약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보호와 유급 휴가, 고용규제에 관한 법들이 강화되고 종업원들의 보호와 안전이 보장됐다. 그 결과, 민주주의는 확대되고 사회적 안전은 강화됐다. 또한 임금과 소득은 체계적으로 상승하고 격차는 줄어들었다. 자본주의 황금기는 이런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노동자의 안정적 구매력을 바탕으로 가능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규제 완화와 개방화, 자유화라는 이름 아래 국가와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과 함께 특히 노동시장에 대한 체계적인 공격을 하고 노동법과 단체협약을 무력화시켜 나갔다. 그것이 우리에게 질리도록 익숙한 노동 유연화, 또는 유럽에서의 유연 안정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는 노동시장에서의 잔혹한 독재노동 유연화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이른바 '신자유주의 노동 환경'은 빠르게 변하는 첨단기술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다. IT 업종이면 몰라도 청소용역이나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가 첨단기술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또한 '신자유주의 노동 환경'이 만들어 낸 유연화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안전성을 담보한다고 해서 쉽게 해소될 성질의 것도 아니었다.
결국 노동 유연화의 진실은 노동의 잔혹화였고 노동의 야만화였다는 것이 아스비에른 발(노르웨이의 노동운동가)의 기본적인 인식이다.
"노동시장은 근로자들의 경험과 자격과 지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으며, 외부 컨설턴트들에 의한 구조조정에 점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아웃소싱과 역외 아웃소싱, 다운사이징, 유연성 강화가 작업장에서 개별 직원과 노동조합의 권력을 동시에 약화시켰다.(노동 시장에서의 규제 철폐는)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 작업 조건과 노동시장이 더욱 거칠고 잔혹해졌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과 구조조정, 노동 강도, 노동시장의 유연성, 그리고 불안정성이 지금 일의 잔혹화와 노동의 배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근대 복지국가의 역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해지고 있다.많은 사람들이 노동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노동법과 단체 협약이 일상의 작업장에서 종종 훼손되고 무시되며, 작업장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심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고 있는 근로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본문 중에서)그 결과, 지금 우리의 노동시장은 매우 분명하게 양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주변으로 밀려난 집단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됐고, 그것이 현재 한국과 자본주의 국가 노동시장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이다.
비정규직, 저임금, 아르바이트야말로 주류 노동자청년유니온이 최근까지 다뤄온 청년 노동실태들, 죽음을 무릅쓴 30분 피자배달 아르바이트생들, 주휴수당도 못 받는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 그리고 최근에 조사한 평균 월수입 69만 원으로 살아가는 청년 뮤지션들은 사실상 아무런 노동권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무법화된 현재 노동시장의 표본을 보여주는 것이다. 절대 극히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현재 노동시장의 2400만 취업자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바람직한 노동 환경이라고 생각하는 공기업과 대기업 일자리 약 200만 개가 오히려 특수한 예외 사례일 가능성이 높다. 200만개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2200만 개의 일자리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제대로 된 노동환경과 노동권, 임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 민영화 된 공기업인 KT는 2000년대 이후 2003년 5000명, 2009년 6000명에 이르는 인원을 긴급한 사유 없이 구조 조정했다. 일상화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서 예외지대는 없다. 현재 300인 이상 대기업의 비정규직도 44.6%에 이른다. 공공부문의 아웃소싱과 외주화는 민간보다 심하다.▲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정규직이라도 중소기업 정규직은 훨씬 더 열악한 노동 조건에 있다. 여기에서 다시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을 비교하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50% 미만으로 줄었다([그림2]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