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문재인 대항마"...눈높이 공천 성공할까

[부산 현장] 흔들리는 PK, 새누리당 사상 첫 현지 면접심사

등록 2012.02.20 15:46수정 2012.02.2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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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가 20일 부산 수영구 부산시당에서 공천신청자에 대한 현지 면접심사를 시작했다. 이는 새누리당 사상 최초로 진행되는 현지 면접심사다. 면접 심사의 배치도 '눈높이'에 맞춰졌다. 공천위원과 각 후보자들은 원형으로 배치된 철제의자에 앉아 서로를 마주보게 했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가 20일 부산 수영구 부산시당에서 공천신청자에 대한 현지 면접심사를 시작했다. 이는 새누리당 사상 최초로 진행되는 현지 면접심사다. 면접 심사의 배치도 '눈높이'에 맞춰졌다. 공천위원과 각 후보자들은 원형으로 배치된 철제의자에 앉아 서로를 마주보게 했다.이경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든든한 '텃밭', 부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 이는 역설적으로 새누리당이 20일 새로 시도한 몇 가지 변화에서 드러났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는 이날 부산시당에서 공천 사상 처음으로 현지 면접심사를 진행했다. 현직 의원을 제외한 부산·울산·경남 지역 공천신청자 179명이 '홈그라운드'에서 면접에 임했다. 면접심사 방식도 바뀌었다. '권위주의'를 상징하는 테이블과 가죽의자는 사라지고 공천위원과 예비후보들에겐 똑같은 철재의자가 주어졌다. 자리도 원형으로 배치됐고 후보들은 편안한 복장으로 면접에 임했다.

'눈높이 공천'이라 자신할 만했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새누리당은 옛 모습을 탈피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일하는 자세를 지향하는 것을 새 가치로 삼고 있다"며 당 쇄신의 일환으로 면접 방식의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후보들의 홈코트에서 좀 더 생생하고 강력한 자기 주장을 들을 수 있고 현지 주민의 목소리도 직·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현장을 찾았다"면서 "저희들이 후보를 찾아가 만나고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면 이 분들이 국회의원이 됐을 때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민의 아픈 곳을 감싸주는 분들이 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흔들리는 민심에 조기공천 요구 거세

 정홍원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출마한) 부산 사상구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사상구뿐 아니라 몇 군데 관심을 갖고 선택작업을 하고 있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정홍원 새누리당 공천위원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출마한) 부산 사상구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사상구뿐 아니라 몇 군데 관심을 갖고 선택작업을 하고 있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이경태

그러나 새누리당 공천위가 이날 굳이 부산을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분명 '위기감' 때문이었다. 게다가 공천위는 이날 현지 면접심사를 마친 뒤 21, 23, 24일 예정돼 있던 지역별 면접을 서울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그만큼 부산의 중요도가 높다는 얘기도 된다.


이와 관련, 유기준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천위에 부산지역 조기공천을 강하게 권유했다"며 "야권은 이미 후보가 사실상 확정돼 있는데 반해, 우리 쪽은 아직 예선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당도 이날 면접에 앞서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 공약 추진 및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대책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도 "체중이 빠지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문재인 상임고문이 출마한 부산 사상구에 전략공천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부산 사상구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사상구뿐 아니라 몇 군데 관심을 갖고 선택작업을 하고 있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부산·경남 지역의 조기 공천 요구에 대해서도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 (조기에 공천을 마무리해) 안정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는데 당이 마련한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공천위의 새 시도는 후보자들에게 일단 인정 받았다. 현지 면접으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 편안한 복장을 권하고, 원두커피를 제공하면서 '좌담회'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들에게 역시 아쉬운 건 시간이었다. 선거구별 단체면접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면접심사에서 한 후보자에게 허용된 시간은 사실상 2분 30여 초밖에 되지 않았다. 후보자들은 이 시간 동안에 자신의 경쟁력과 출마의 변 등을 밝혀야 했다. 공천위는 이 밖에 탈당·복당 특이경력이 있거나 병역 등 사생활과 관련한 사항에서는 해당 후보에게 개별 질문을 추가로 하거나, 소명할 기회를 줬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후보들은 "면접보다 서류심사에서 (공천여부가) 좌우될 것 같다"면서도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을 어필할 수 있도록 준비한 원고를 읽고 또 읽었다.

공천위원들이 도시락으로 식사를 때워가며 심사에 나섰지만, 면접 후반부에는 촉박한 시간 탓에 2개 지역구가 함께 면접장에 들어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18대 총선 당시 개인 발언 시간이 30초 정도였다"며 "면접이란 게 끊지 않으면 끝도 없이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이와 별개로 예비후보들은 '얼굴 알리기'에 주력했다. 후보들은 기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명함을 건넸다. 기자가 없는 책상 위에도 명함과 선거공보물 등이 수북이 쌓였다. 다른 지역구에 공천신청한 유력후보와 인사를 나누며 '인연 맺기'에 나서는 이들도 있었다.

'문재인 바람' 잠재울 사람은 바로 나... '이름 알리기' 나선 예비후보들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예비후보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왼쪽)과 손수조 전 주례여고 총학생회장. 이들은 20일 진행된 새누리당 부산·울산·경남 공천신청자 면접심사에서 자신이 '문재인 대항마'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예비후보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왼쪽)과 손수조 전 주례여고 총학생회장. 이들은 20일 진행된 새누리당 부산·울산·경남 공천신청자 면접심사에서 자신이 '문재인 대항마'라고 강조했다.이경태

무엇보다 이날 면접 대기실에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나선 부산 사상구 예비후보들 간의 '홍보전'이 뜨거웠다. 저마다 '문재인 대항마'로 자신을 꼽았다.

김대식(50)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은 "문재인 상임고문은 (사상구) 동네 이름도 잘 모르지만 난 20년 넘게 이 지역에서 교수생활을 했고 제 자식들도 사상에서 학교를 졸업했다"며 자신을 '현장밀착형 인물'로 소개했다.

그는 "새벽 4시부터 하루에 47건씩 공식행사를 다니고 있고 호남 출신으로 호남향우회의 초청도 여러 번 받았다"며 "(전략공천은) 문 고문이 원하는 바다, 중앙당은 손학규 전 대표에 맞서 강재섭 전 대표를 전략공천했다 패배했던 분당을 재보선을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B맨'인 김 부위원장이 '문재인 대항마'로 나설 경우 오히려 정권 심판론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중앙정치에선 심판론이 통할지 모르지만 지방정치에선 통하지 않는다, 시장통 다니다보면 MB 불쌍하단 동정론도 많다"며 "동네선거에선 바람이 조직을 이기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소 여성 공천신청자로 주목 받은 손수조(27) 예비후보는 기자들을 몰고 다녔다.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있던 박형준(52) 전 정무수석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이변'이 발생할 정도였다.

"오늘은 덕포1동입니다, 지금 들으러 왔습니다"라고 적힌 조끼 모양의 작은 플래카드를 어깨에 걸친 손 예비후보는 "문재인 상임고문은 존경할 만한 분이지만, 대선에 나가실 분이 사상에 얼마나 시간을 할애할지 의문"이라며 "사상에서 나고 자란 제가 '지역성'에서 그 분보다 앞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문 고문이 총선에서 당선됐는데 몇 개월 안 돼 대선에 나간다면 사상구는 재보선을 치러야 한다, 그 시간과 돈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문 고문이 진정 대선 준비를 하신다면 총선에 불출마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에 상당히 민심이 떠난 건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도 새누리당에 애정을 보내는 분들도 있다"며 "새누리당이 잘못했다고 무조건 갈아엎는 건 옳지 않다, 안에서 건강하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에 비해 언론주목도가 낮았던 신상해(56) 전 부산시의원은 취재진을 일일이 만나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신 전 시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만이 유일한 '사상구 현지 후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전 부위원장을 향해선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의원의 대리인으로 나왔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오히려 새누리당 성향의 지역주민들은 (김 전 부위원장의) 지역색을 문제 삼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천심사 앞둔 친이계, 공정성·인물론 강조해

한편, 부산·경남에 출사표를 던진 '친이계'는 한결같이 '공정한 공천'과 '인물론'을 강조했다.

박형준 전 정무수석은 친이계가 공천에서 배제될 가능성에 대해 "당의 공식 입장도 아닌데 일부 의원들이 한 말을 갖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당에 괜한 분란만 일어날 뿐"이라며 "비대위가 공언한대로 공정한 절차와 원칙을 따르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출마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며 "누구의 덕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제 힘으로 밑바닥부터 돌파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정무수석은 이어 "지금 필요한 게 정권 재창출인데 그런 차원에서 지난 정권을 창출할 때의 경험과 국정 경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공천위원들에게 했다"며 "새누리당에 (부산 민심이) 좋은 것도 아니지만 야당에 쏠림 현상도 없다, 인물에 대한 평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연제구에 도전하는 김성호(62) 전 국정원장 역시 "능력 있는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이들이 공천을 받기 힘들지 않겠냐"는 질문에 "정부 실책에 관계있는 분들은 용퇴하는 것도 좋겠지만 계파와 상관없이 능력 있는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나는 '행복세상' 등 청년조직을 건설하면서 네트워크도 갖고 있고 국정 경험도 있다"며 "앞으로 문재인 상임고문 등이 출마한 서부산을 중심으로 대선 국면까지 갈 텐데 그 때까지 앞장서서 싸울 수 있는 '장수'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총선 #부산 #낙동강 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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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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