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과 로열 콘세르트허바우가 또다시 한국 공연을 한다. 암스텔담과 홍콩, 상하이, 베이징을 거쳐 서울을 마지막으로 투어한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 정명훈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5 -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 정명훈' 이 21일과 22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21일 오전 현대캐피탈 여의도 본사 10층 컨벤션홀에서는 이와 관련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기자 간담회에는 정명훈 마에스트로와 피아니스트 김선욱,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행정감독 얀 라스, 예술감독인 조엘 이든 프리드가 참석하여 질의응답 형식으로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은 건강상의 이유로 아쉽게도 참석하지 못하였다.
- 이번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의 아시아 투어가 어땠는지 한 말씀해 부탁드립니다.
정명훈: 사실 저는 객원지휘를 별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호흡이 특별히 잘 맞지 않으면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음악보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특별히 더 친해질 수 있다는 인간적인 유대가 있어야 하죠. 프로페셔널 오케스트라와 그런 부분은 쉽지 않아요. 제가 긴밀한 유대로 지내는 오케스트라는 라 스칼라와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인데요. 이번에도 1월부터의 연습에서 객원지휘를 하면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 훨씬 가까워졌고, 친해질 기회가 되었습니다.
- 로열 콘세르트허바우가 세계적으로 특별한 오케스트라가 된 비결이 있나요?
조엘 이든 프리드 : 세계에서 최상으로 꼽히는 홀을 가진 것이 장점입니다. 또한 단원들의 노력과 실내악 앙상블과 같은 호흡이죠. 만약 다른 오케스트라가 120명의 록스타가 있다고 한다면,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는 120명의 실내악 연주자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를 들으며 소리를 창조하는 법을 아는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어요.
꿈은 없다, 이미 꿈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의 지휘자인 마리스 얀손스의 건강과 관련하여 정명훈 마에스트로의 영입설 등의 제안은 없는지요?
정명훈: 제 성격상, 책임을 무겁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 다음은 생각하지 않아요. 오케스트라라는 것은 소리를 잘 만들어야 하고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그 부분에 초점을 두지 '앞으로 여기와 어떻게 하겠다' 등등의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 나이와 위치 때문에 생기는 책임도 있고요. 서울시향 상임으로서의 책임도 맡고 있고요. 한 가지 꿈이라면 서울시향의 전용 홀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선욱씨께서 영국 진출 이후 느낀점과 베토벤 협주곡을 연주하는 이번 무대에 대하여 소감 한 말씀 해 주십시오.
김선욱 : 영국의 경우 홀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눈에 띄는 것이 객석에 커튼이 쳐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오케스트라 무대 위에서 서로의 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 그런 장치를 쓴다는 것에 깜짝 놀랐구요. 또한 오케스트라의 일반적인 방향은 피아니스트와 한 호흡을 맞추려는 것이 일반적인데,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는 제가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가면서 오히려 조화적인 사운드를 만들더라구요. 제가 솔로를 하면 오케스트라는 소리를 극도로 줄여서 저를 살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튜티에는 이 오케스트라 만의 파워풀한 소리를 내기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베토벤의 경우 제가 제일 자신 있고, 제일 잘할 수 있는 곡을 제가 선정을 했구요. 영국에서도 오케스트라 경험을 쌓고 있구요. 아직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통해서 발전해 나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한국 관객들, 클래식의 미래는 아시아에 있다
- 한국 클래식 청중은 유럽의 청중에 비해 평균연령이 낮은데요, 한국 청중에 대하여 한 말씀 하신다면?
정명훈: 이번 투어에서 홍콩 연주나 중국 연주는 사실상 한국 연주 준비를 위한 워밍업(warm-up) 연주에요. 사실 이것이 농담만은 아니구요. 베이징이나 홍콩 홀에 비하여 예술의 전당 홀이 더 좋다고 생각하구요. 또 한국은 저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음악가들이 느끼겠지만, 우리나라 청중의 수준은 높고, 최고입니다.
조엘 이든 프리든: 맞습니다. 나이가 어린 관객은 장차 20~30년 후에도 유지되는 관객이기 때문에 부럽죠. 한국 관객은 특히 열정이 가득해요.
- 정명훈 선생님께서는 게르기예프의 음악세계와 본인의 음악세계가 어떻게 다른 지와 이번 프로그램의 선곡 계기는 무엇인지요?
정명훈: 저는 제 자신에 대한 질문과 특히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무척 난감해 합니다. 공연 프로그램은 단원들과 함께 결정하였습니다. 제가 처음 투어를 가진 오케스트라는 필하모니아와 런던 심포니였지만, 이 콘세르트허바우가 '자동차'라면 그 쪽은 '레이싱카'였다고 할 수 있죠.
서울시향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하나 하고 싶군요. 서울시향이 이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반열에 올라가고 있지만, 우선 해결해야할 점은 아직도 연습실이 없다는 것입니다. 항상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초대했을 때 해명해야 하는 점이 "죄송합니다, 저희가 이런 형편없는 연습실, 피아노에서 연습을 해야 합니다"라고 매번 이야기를 해줘야하는 것이죠. 과연 우리나라의 정치가들, 시민들이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원하는지 궁금합니다. 물어보면 우리가 최고가 되길 바란다고 하시는데, 실상 상황은 그렇지가 않아서 항상 아쉽네요.
- 두 가지 질문인데요. 유럽의 클래식 시장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 상황이 어떤지요? 그리고 한국에 예전보다 더 자주 오는 것이 한국시장의 잠재성을 높게 평가해서 오는 것인지요?
얀 라스: 현재 유럽에서 금융위기와 경제위기가 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는 정부예산과 암스텔담 시 예산으로 꾸려집니다. 네덜란드의 다른 11개의 프로페셔널 오케스트라의 예산이 20~30% 삭감인데 비해 콘세르트허바우는 5% 삭감만 받았죠. 이에 따라 다른 오케스트라에선 단원들을 많이 해고할 수 밖에 없었지만, 로열은 단원 해고를 많이 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에 124년 동안의 오케스트라 품질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오케스트라를 일구는 데는 오래 걸리는 반면, 무너뜨리는 것은 금방이죠. 이런 면에서 정책적인 방향을 잘 잡아가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하여는 한국에 대하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클래식 음악의 미래가 아시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날 정명훈 마에스트로는 "비록 남과 북이 정치적으로는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는 3월 중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의 은하수관현악단과 프랑스의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의 합동연주회를 준비 중입니다.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단원들 중 몇명이 서울시향과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을 반반씩 하는 단원들이고 지휘는 내가 하니 사실상 남과 북, 프랑스 이렇게 셋이 함께하는 공연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이번 공연과는 별도의 공연계획을 짤막하게 알려주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2011년 프랑스 최고의 문화 예술공로훈장인 '코망되르'를 수상하며 현재 서울시향 상임지휘자로 국내 오케스트라의 세계화에 크나큰 기여를 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은 네덜란드 출신의 젊은 음악가로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2003년에 이미 네덜란드 문화부로부터 'Dutch Music Prize'를 수상한 음악가이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2006년 18세의 나이로 세계 권위의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한국의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힘과 기교, 열정을 두루 갖춘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는 유럽 유수의 오케스트라 중 완벽한 앙상블과 독특한 사운드로 현악기군이 특히 유려하기로 소문나 있다. 정명훈과 김선욱, 로열 콘세르트허바우와 재닌 얀센이 함께하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5 - 정명훈 &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는 오늘과 내일인 2월 21일과 22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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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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