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청년 일자리 토론회2월 21일 오후 마포구 성미산극장에서 2030 청년 일자리 토론회가 열렸다
이동철
199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벨기에 영화 <로제타>. 고졸 여성의 취업난과 어려운 생활 현실을 그린 이 영화는 20%가 넘는 청년실업률을 기록하던 당시 벨기에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듬해 벨기에 정부는 '로제타 플랜(Rossetta Plan)'이라는 법안을 제정하고 50인 이상의 기업에 근로자의 3%를 청년 구직자로 채우라고 의무화했다.
2월 21일 마포구 성미산 극장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2030세대 토론회에서는 '한국판 로제타 플랜'인 '청년고용할당제'를 비롯한 청년 고용 대책이 집중 논의되었다. 4·11 총선을 앞두고 2030세대의 일자리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이날 토론회에는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과 '2030 지금 내가 바람', '한국청년단체협의회'(KYC), 통합진보당 총선 후보들이 참석했다.
"한국판 로제타플랜, 청년고용할당제 문제 있다""'청년고용할당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로제타 플랜'이 시작된 벨기에와 한국의 경제규모는 현저하게 다르다. 또한 한국사회에서는 재벌이라는 강력한 경제주체와 상대적으로 허약한 중소기업으로 나뉘어 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발제를 맡은 '청년유니온'의 조성주 팀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청년실업의 주요 대안정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청년고용할당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청년실업이 증가한 한국사회에도 2010년 이후 정치권에서 벨기에의 로제타 플랜을 벤치마킹한 '청년고용할당제'라는 청년실업 대책이 마련됐다. 이번 4·11 총선공약으로 민주통합당이 제시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에 매년 3% 고용의무를 부과한 정책이 대표적이다.
조성주 팀장은 "대기업의 노동시간 단축과 의무고용을 연계시켜 새롭게 '청년고용할당제'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의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여기에 의무 고용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희진 통합진보당 서대문 갑 예비후보 역시 '일자리 늘리기 5대 전략'에서 대기업에 5% 청년의무고용할당제를 들고 나왔다. 권고사안 수준인 현행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개정해서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벌금을 부과하는 등 법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조달 사업에 청년고용지표를 선정 기준으로
이날 토론회에서는 청년고용할당제 외에도 다양한 청년 일자리 정책이 논의됐다.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청년계층의 생활안정 지원정책의 중요성도 지적됐다. 박희진 후보는 "고용보험법 개정을 통해 청년 취약계층의 사회 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저임금을 현실화하여 평균 임금의 50% 이상을 보장하도록 법제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정부조달 사업 참여에 청년고용율을 자격기준으로 삼자는 내용에는 참가단체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었다. 조성주 팀장은 정부 조달사업의 선정기준으로 "해당 기업의 청년고용상황을 기준으로 하는 청년고용지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간 16조 원 규모의 정부조달사업은 삼성 등 대기업이 절반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정부 조달 사업의 선정기준에는 환경을 고려한 '녹색성장지표' 등이 도입되고 있지만, '청년고용지표'는 아직 도입 전이다.
김지윤 후보와 박희진 후보가 소속된 통합진보당 역시 "좋은 일자리 육성 계약"이라는 정책을 내놨다. 국책사업을 국가와 계약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은 일정 수준의 고용지표를 충족시켜야만 입찰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일자리 창출에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지윤 통합진보당 청년 비례대표 후보는 사회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한국의 사회서비스 고용 비중을 OECD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며 태양에너지의 비율을 높여 100가지 새 일자리를 만든 독일의 사례를 제시했다. 김 후보는 "기후 변화에 이어 후쿠시마 원전폭발로 '핵 없는 세상'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있다"며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연구개발 일자리를 공공서비스 분야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시된 정책들을 실현시키는데 있어서 우선 순위와 전략을 묻는 방청객들의 질문에 조성주 팀장은 총선 이후 가장 먼저 실현시켜야 할 과제로 '최저임금인상'과 '실업지원금'을 꼽았다. 조씨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정책의 효과를 체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청년후보들이 당선하면 최저임금 인상이나 실업지원금 같은 정책을 대통령 선거 전에 예산과 법안으로 구체화시켜야 한다. 국민들이 정책의 효과를 체감한다면 청년층의 요구가 재벌의 반대나 저항을 압도할 수 있다. 시쳇말로 돈 맛을 보면 국민들은 더욱 진보적으로 변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동철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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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감, 청년 고용 우수 기업에 몰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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