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28일 정수장학회 이사장 사퇴서가 수리된 시점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모습
연합뉴스
정수장학회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의 딸이자 그 자신이 1995년부터 10년간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낸 '박근혜'라는 유력 대선 후보의 역사관, 민주주의관, 지도자로서의 자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2007년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도 쟁점이었다. 그리고 다시 올해 총선의 이슈로 떠올랐다.
박근혜 위원장 쪽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답답하다"고 말한다. 박 위원장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강제 헌납된 것이 아니며, 새 이사진이 구성돼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나하고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 뒤 이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그는 '왜 나에게 이 문제를 묻냐'는 태도였고 <부산일보> 노조의 면담요청에 대해서도 "내가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고 해왔다.
지난 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장학회 주인인 이사진의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한 것 정도가 큰 변화로 비쳐지는 수준이다. '이사진 판단에 맡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정희 청와대'의 의전비서관 출신으로 1978년부터 그를 모셔온 최필립 이사장 등 5명의 이사진의 존재는 이런 설명을 무색하게 한다.
"최 이사장, 당신들 일이나 잘하라고 한다"
박 위원장의 한 측근은 "우리 쪽 인사들이 (박 위원장 지시 없이) 자체적 판단으로 최 이사장 쪽에 거취 판단을 해달라는 뜻을 전달했지만, 당신들 일이나 잘하라고 한다"면서 "연세(84)도 있고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 비대위원도 "여러 인사들이 수차례 박 위원장에게 총선과 대선을 감안해 이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박 위원장은 '개입할 방법도 없고 개입한다면 그동안 무관하다고 말해온 건 뭐가 되느냐'라는 입장이 완강했고 박 위원장 성격상 이런 태도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정수재단 쪽에서 알아서 해줘야 하는데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정수장학회는 23일 이사진 일동 명의로 "박 위원장은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선거를 앞두고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며 "앞으로 왜곡된 정치공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행태는 없어지길 바란다"고 일축해 버렸다. 최 이사장은 앞서 <한겨레> 인터뷰에서 "대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며 계속 시끄러우면 <부산일보>를 팔아 버리겠다"고까지 했다.
이 문제는 서서히 부산 정치판을 달구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부산지역 의원은 "일반 시민들이 거론하는 수준은 아니"라면서 "그러나 부산·경남에 영향력이 큰 <부산일보>가 이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계속 관련 기사가 나오고 있고 야권도 대선까지 감안해 이슈화하고 있기 때문에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 쪽으로서는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해온 말이 있기 때문에 박 위원장이 직접 또는 공개적으로 나설 수는 없고, 물밑으로만 해결해야 한다. 맞서 반박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분명하다.
부산 사상에 출마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이 최근 "정수장학회는 장물"이라며 강조하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이런 표현을 쓴 사람 중의 한 명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부일장학생' 노무현 "정수재단은 '범죄의 증거'이며 '장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