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를 비추는 거울, 외국어 공부

오사카 히라카타(枚方市)에서 열린 한글학회 간사이 지회 연구모임

등록 2012.02.27 10:58수정 2012.02.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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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들이 연구 발표 모임에서 발표자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연구 발표 모임에서 발표자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박현국

우리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곳에서 배우거나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글학회, 국어연구소 등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대학 교류 등을 통해서 한국이 외국에 많이 알려졌습니다. 최근 한국 노래,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 등 문화상품이 외국에 많이 소개되고 인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은 한국 문화의 우수성과 우리의 국력이 강해진 덕분이라고 봅니다.

이곳 일본 히라카타시에서는 30년 전부터 시 교육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우리말을 시민들에게 가르쳐 왔습니다. 지금도 많은 한국어 수강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이곳에서 제15차 한글학회 간사이 지회 연구 모임이 있었습니다.

연구발표는 한글학회 회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첫 번째는 한남수 회원이 '단어 결합 '하기 전에', '한 후에'/ '한 뒤에'에서 나타난 형태론적 특징'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 가운데 '앞·뒤', 전·후'가 있는데 둘 다 공간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앞·뒤'는 고유 우리말이고 '전·후'는 한자 기원 명사입니다. '뒤'와 '후'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는데 '앞'과 '전'은 대응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예를 여러 문학 작품 속에 나타나는 글 속에서 찾아서 보여주었습니다.

두 번째 발표에서는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회원이 우리말 '-씻이'표현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호미씻이라고 하는 백중날 행사를 가져왔습니다. 그밖에 손씻이, 입씻이, 책씻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씻이'는 단순히 씻는다는 의미가 아니고 어떤 일을 매듭 짓는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이런 표현은 일본어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일본사람인 우에노 미야코 회원이 오랫동안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이상하게 생각해 온 한국어 단어, 어휘 가운데 '씻이'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돈씻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고  왜 돈세탁이라고 할까요?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세 번째 김리박 한글학회 지회장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일본에는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가 <고사기전>이라는 책을 쓰면서 모든 한자어를 일본 고유어로 풀어서 설명했습니다. 일본어에서는 한자를 빌려서 쓰면서도 고유어를 간직하여 왔습니다. 우리말에서는 한자어가 들어오면서 우리 고유어가 밀려나가거나 사라져 버린 예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확인하면서 발표자는 <고사기전>에 나오는 단어를 중심으로 우리 고유말, 토박이말을 찾는 작업의 결과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연구발표는 우리 회원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공부하는 대학원생, 히라카타시에서 한국어나 중국어를 배우는 시민들도 참여하였습니다. 이러한 일은 오사카 히라카타시에서 오래 전부터 우리말에 관심을 가지고 가르쳐온 결과입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자기 말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외국어나 영어에 몰입하기 보다는 모국어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알기 위해서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글학회 간사이 지회 회원들과 히라카타 시민들이 발표 모임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한글학회 간사이 지회 회원들과 히라카타 시민들이 발표 모임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박현국

덧붙이는 글 | 박현국(朴炫國)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朴炫國)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사카 히라카타(枚方市) #한글학회 간사이 지회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 #한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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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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