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에서 150킬로미터 떨어진 이바라키현에서 닭과 돼지를 키우며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어요. 하지만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들을 먹어도 될까 걱정이 됩니다."
후쿠시마원전 사고 1주기을 며칠 앞두고 재일한국인 3세인 강 사치코(36)씨 일행이 대구를 찾아 히로시마원전 사고 이후 일본인들의 생활과 원자력발전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었다.
지난 26일 저녁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물레책방>에서 열린 '유기농업과 후쿠시마원전사고 이야기'에서 사치코씨는 "평화로운 농장에 평생 고통이 될 핵 쓰레기가 쏟아져 내렸다"고 말했다.
이바라키현의 야사토 농장은 40여 년 전에 일본에서 최초로 유기농을 시작했으며 사치코씨는 2009년부터 이곳에서 살고 있다. 사치코씨는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농사체험을 하고 많은 행사도 즐기는 평화로운 마을"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아름다운 마을에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어김없이 방사능 물질이 하늘을 뒤덮었고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사치코씨는 "후쿠시마 인근의 마을에서 온 사람을 본 적 있는데 부모님은 그곳에 있고 자녀들만 피난왔다고 하더라"며 "원전사고 이후 일본정부는 수습 자체에 손을 놓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치코씨는 후쿠시마원전 사고현장에 투입된 많은 사람들이 피폭을 당했지만 일본정부와 언론이 침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다"며 "돈을 벌기 위해 후쿠시마를 찾은 많은 젊은이들과 일용직 노동자들이 전국으로 흩어졌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치코씨와 함께 한국을 찾은 코이케씨는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곳 근처로 피난을 왔다"며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일을 하면 정부에서 생활자금과 각종 수당 등 혜택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일을 안 한다"며 피난민들의 비극을 전했다.
코이케씨는 "피난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앞에 조그만 공원이 있는데 밤낮으로 울면서 신세를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원전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공황장애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본이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을 중단하고 점검에 들어가는 등 추가로 원전을 짓는데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늘었는데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려는데 대해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사치코씨 일행은 한국의 신규 원전이 들어설 부지를 돌아보고 한국 사람들에게 원전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싶다며 영덕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탈핵을 외치며 총선에 출마한 녹색당 박혜령 후보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어린 학생들도 많이 참가했으며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국민들의 생활상의 변화와 먹거리 등에 대해 많은 질문이 이어졌다.
한편 이날 행사를 기획한 대구녹색당 김영숙 위원장은 "원자력은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가 아니라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라며 "일본 농부의 소중한 경험을 우리도 느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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