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으로 바라본 '돈' 어떻게 볼까요"

[인터뷰] <돈의 인문학> 저자 김찬호 교수님

등록 2012.02.28 10:18수정 2012.02.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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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재

대학교수 및 작가로 활동 중이신 김찬호 교수를 학교 경제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만났다. 김찬호 교수는 연세대, 성공회대에서 강사로 활동하며 <돈의 인문학>을 포함하여 <사회를 보는 논리><문화의 발견><생애의 발견> 등 다수 책을 썼다. 김찬호 교수와 1시간 동안 만나 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 이외에도 사회 현상에 대한 해석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이후에는 우리 학생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아량'을 베풀었다. 아래는 지난 1월 13일 오전 연세대학교 글로벌 라운지에서 만난 인터뷰 내용이다.

윤동재
- <돈의 인문학>의 집필 계기는 무엇이십니까?
"사회 속에서 인간을 움직이는 힘에 대해 관심을 뒀습니다. 인간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은 뭘까요? 인간을 움직이는 여러 가지 힘 중에서 '돈'은 가장 큰 힘입니다. 그런데 돈에 대해선 경제학 서적 이외엔 인문학적 관점의 글이 거의 없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돈에 대한 탐구를 경제학에게 맡겨 두기에는 부족합니다. 경제학은 경제 현상만 보고 인간의 마음을 보지 못합니다. 돈과 인간의 관계, 삶, 행복에 대한 탐구가 중요합니다. 돈을 통해서 보는 개인의 행복에 대한 해석이 부족합니다.


개인적으로 돈에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나의 가치가 돈으로 매겨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과 같은 대화에서 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돈을 내라고 하면 오히려 당황스러워할 겁니다. 반대로 인터뷰 이후에는 이런 비슷한 강의를 하지만 돈을 받습니다. '나의 가치가 돈으로 매겨질 수 있을까?'라는 대답에는 그렇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습니다. 어쩔때는 돈을 많이 받아도 기분이 안 좋은 때가 있고, 돈을 써도 기분이 좋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돈과 만족감 사이의 관계의 문제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느껴졌었습니다."

- 경제학에서 '돈'을 다루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경제학에서 '돈'을 전혀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학과 심리학을 결합한 행동 경제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기존 경제학의 맹점을 지적하고, 인간은 합리적이지 못하고 비이성적임을 밝힙니다. 기존 경제학은 인간의 탐욕과 심리를 단순히 정의하고 있습니다.

돈을 넘어선 가치의 문제를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 건물을 봅시다. (연세대학교 글로벌 라운지) 이 방에 얼마나 많은 전기와 난방비가 들까요? 그런데 이 방을 얼마나 이용하고 있습니까? 학생들은 이런 것을 보고 '나의 등록비가 낭비된다'를 느껴야 합니다. 원래는 글로벌 라운지에서는 외국인과의 영어만 허용됩니다. 그런데 누가 꼭 그렇게 할까요? 통제는 누가 할까요? 그리고 이런 공간이 없어서 그런 활동을 못하는 걸까요?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이런 예들이 우리 사회에서 한두 곳이 아닙니다. 돈은 투자됐지만, 가치를 발생시키지 못하는 예 말입니다. 투자 결과가 있었다면 이곳에서 많은 학생이 모여 외국어로 토론을 해야 합니다. '시설이 있으면 저절로 되겠지?'라는 큰 착각을 한 것입니다.

돈이 쓰이는데 그 돈이 우리 삶을 실제로 풍요롭게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분에게 10억이 갑자기 생겼다고 하면 무엇이 그렇게 달라질까요? 외관적으로는 풍요로워질지 몰라도 내적인 가치는 그대로입니다. 돈 이야기를 하면서 돈을 통한 가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돈을 통하여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나쁜가요?
"나쁩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가 욕심내고 있는 그 돈은 누군가에겐 목숨입니다. 무한한 지식, 무한한 건강을 추구해도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돈은 다릅니다. 사회의 통용되는 돈은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내가 100억을 가지기 위해 무한한 욕망으로 벌면, 누군가는 그 돈을 구하지 못해 피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주식과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집은 더욱 심각합니다. 집이 없으면 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무한한 욕망을 위해 투기를 하지요. 집이라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어 꼭 필요한 누군가는 그 집을 구하지 못하게 됩니다. 돈에 대한 무한한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폐해가 생기기에 나쁘다고 한 것입니다."

- 책에서 언급하신 지역공동화폐(LETS, Local Exchange Trading System)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돈이라는 것은 나의 소유물이 아닌 공공재입니다. 소유하려고 돈을 모으는 게 아니라 쓰려고 돈을 모읍니다. 돈을 찢으면 공공재 훼손이지요. 돈은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특이한 성격이 있습니다. 돈은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에 쓰여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반기로 등장한 것이 지역화폐입니다. 지역화폐로는 돈을 벌지 않고도 돈을 쓸 수 있습니다. 경제활동은 특이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를 함께 생산·교환하는 것입니다. 내가 필요로 하고, 저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서로 바꾸면 되는 것입니다. 상대가 돈이 있던, 없던 말이죠. 돈 없는 사람들도 자신의 가치를 교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역 사회에서 서로의 믿음에 기초하여 교환하면 돈이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믿을 수가 없고, 사회가 너무 복잡해져서 돈을 불가피하게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돈을 벌려고 온갖 피땀을 흘리고, 심지어 비리를 저지르기도 하지요."

- 교수님께서는 청소년들의 브랜드 중독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간에겐 많은 욕망이 있는데 그 중 특징적인 것이 소속되고 싶고, 그 속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습니다. 동물은 생존투쟁을 하지만 인간은 생존투쟁과 함께 인정투쟁도 합니다. 인정투쟁은 말 그대로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투쟁입니다. 인간은 배부르고 안락한 것을 넘어, 나를 인정해주는 타인을 꼭 필요로 합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남들이 나의 가치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다면 그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명품으로 관심을 끌려는 겁니다. 학생들이 '노스페이스'라는 명품을 사는 이유 무시당하는 것이 두려워서입니다. 동물에겐 생존의 공포만 있지만, 인간은 생존의 공포만큼 무시 받는 것에 대한 공포가 매우 큽니다. 왜 일류 대학을 가려 할까요? 먹고 사는 문제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생존 때문에 대학 가는 것이 아니라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대학을 가려는 경향이 큽니다. 나의 가치와 타인의 시선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선 타인의 시선이 전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문학이 뭘까요?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인문학입니다. '나는 괜찮은 놈이다', '이 정도면 괜찮다'를 알려주지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괜찮은 놈이 되기 위해서 부, 능력, 외모를 다 갖추어야 합니다. 이러한 한국사회에서 자존감을 가지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합니다."

-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품에 집착하는 것에 대한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첫째, 창조의 체험을 해야 합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자기 나름대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야 합니다. 남이 인정해 주느냐, 인정해주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 있어야 합니다. 그 취미생활에서 자기 나름의 창조를 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엔 그러한 문화가 너무 적습니다.

둘째, 진정한 사랑이 필요합니다. 내가 돈이 많든 적든, 못 나든 잘 나든 나를 인정해주는 관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명절 때 오랜만에 친인척들을 만나게 되면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소중히 여기기보다는 누가 어디 대학을 가고, 어디 취직을 했고, 학교에서 몇 등인지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공부 못 하고, 취직 못 하고, 결혼 못 하는 사람은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인간의 만사가 형통하기는 어렵습니다. 결함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요. 그것을 이해해주고 보듬는 것이 필요한데, 그러한 사랑이 부족합니다."

- 남들과의 비교, 과시욕구가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각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에는 개인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관계만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이 관계는 친밀한 관계가 아닌 비교하는 관계입니다. 우린 아무런 관계가 없는 모르는 사람과도 끊임없이 비교하며 살아갑니다.

그 이유는 역사의 흐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혁명을 통해 계급의식을 무너트린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는 조선이 망하면서 갑자기 계급체계가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그 서열구조는 우리의 의식 속에 그대로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양반계급이 없어지면서, 우리는 누가 양반을 할 것이냐고 자문하게 됩니다. 그 해답에 외모, 외제차, 명품, 일류대학이 들어앉게 된 것입니다."

- 청소년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첫째, 잘 모르는 세계, 잘 모르는 자기 자신에 대해 탐구하라. 우리는 너무 자신을 쉽게 규정을 하고 삽니다. '누구는 이렇고 어떤 것 이렇다' 호기심이 없습니다. 늘 제한된 범위에만 살려 하고 그 이상은 두려워합니다. 새 세상을 만나고, 세 친구를 사귀고, 세 학문을 배워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둘째, 자기 삶을 창조하는 힘을 가져라! 이것은 젊은이들에게 의무가 아닌 권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젊은이들은 끊임없이 파헤치고 도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로부터 얻은 소중한 경험들을 배우고, 이 경험들을 아래 세대에게 전해주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확장하여 나갈 때 자신감이 생깁니다.

셋째, 상상력과 용기 그리고 지성을 겸비한 사람이 되어라. 끊임없이 의심하고 비판해야 합니다. 당당하면서 겸손해야 하고, 상상력을 발동하면서도 굉장히 현실적 이여야 합니다.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면서도 객관성이 뚜렷해야 한다. 이러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넷째, 몸을 단련하고, 자신이 자기의 기운을 느껴라. 몸은 모든 것의 가장 근본입니다. 자신감의 근본은 의식이 아니라 몸에서 나오는 에너지입니다. 그 에너지를 위해 몸을 단련해야 합니다. 몸을 단련하고, 몸을 움직이며 배우는 활동을 많이 해야 하는데, 청소년들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돈의 인문학 - 머니 게임의 시대, 부富의 근원을 되묻는다

김찬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2011


#인물 #책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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