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 방어가 방사능 피폭됐을지 모른다고?

양기석 신부님과 과천 녹색당 사람들이 준비한 탈핵강연 후기

등록 2012.02.28 14:09수정 2012.04.0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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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에서 재생에너지로  탈핵강연
원자력에서 재생에너지로 탈핵강연 조은미

이번 겨울에 종종 생일상을 차리거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할 때 즐겨먹었던 것이 방어회다. 인근 농수산시장에 즐비한 횟집에는 살이 통통 오르고 매끈한 몸매를 가진 제주산 방어들이 넘쳤다. 큰놈으로 골라 두 마리 정도 사면 손님들과 너끈히 먹고도 남았다.

사실 작년 3월 후쿠시마 핵사고가 터지고 나서는 생선회 먹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국물을 낼 때마다 빠지지 않고 쓰는 멸치부터 자주 먹는 고등어, 삼치, 갈치, 김과 다시마, 새우는 어떨까. 그래서 좀 찜찜하기도 해서 생선류를 줄이긴 하였는데 제주산 방어는 안심이었다. 청정바다 제주는 후쿠시마에서 멀지 않은가 !

이런 순진한 판단으로 이번 겨울 방어회를 서너차례 즐겼던 나에게 어제 (27일) 들은 강연의 내용은 영 개운치 않았다.

"제주산 방어들의 열에 여덟아홉쯤은 후쿠시마 바다를 지나옵니다. 십중팔구 피폭됐어요."

이런 ! 나는 방사능 피폭당한 방어를 먹었던 것일까 ?

27일 과천 지역에 사는 녹색당 사람들이 양기석 신부님을 모시고 '우리는 핵발전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독일에서 찾는 희망)'이란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오는 3월 4일에 창당되는 녹색당은 이미 지역 조직들을 단단히 갖추고 있다.

내가 사는 과천에서만 핵없는 녹색사회를 주제로 두번째 강연이 열렸다. '핵 없는 사회'를 주제로 하는 강연에 얼마나 많은 분이 올까. 게다가 월요일 저녁 퇴근하거나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인데 몇십 명 정도 오면 성공한 게 아닐까 하는 게 나의 예상이었다.


강연 시작 시간인 오후 7시 반이 되자 과천성당의 지하강당에 몰려드는 사람들로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학원을 마치고 늦게 온 내 아이는 맨 뒤에 겨우 의자 하나 구해서 앉았다. 그보다도 더 늦게 오는 사람들은 서서 강연을 들어야했다. 주름 가득한 할머니, 할아버지, 아저씨, 아주머니, 여드름 자국이 보이는 앳된 얼굴의 청소년까지. 부모를 따라 온 어린아이들을 위해서는 따로 돌봐주는 분이 있어서 부모들은 편하게 강연을 들었다.

강연은 후쿠시마 사고가 인류에게 던져진 마지막 경고임을 알리는 내용으로 시작되었고, 한국 정부의 원전확대 정책이 얼마나 위험하며, 원전 없이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독일사회의 사례를 통해서 보여주는 걸로 끝맺었다.


양기석 신부님은 우선 사제로서 이런 핵발전의 위험에 대해 알리고 경고하는 것은, 결국 신앙생활과 다르지 않다는 말씀도 하셨다. 즉, 핵위협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키는 것은 결국 생명과 평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의 총무를 맡고 있기도 하지만, 4대강 파괴의 현장을 따라다녔고, 특히 두물머리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해왔다.

강연을 통해서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이 체르노빌의 10배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알게 되었고, 한국의 핵발전소 밀집도가 13기 추가 건설로 인하여 세계 1위가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워낙 1등을 좋아하는 한국이라서 원전 밀집도 조차 1등이라서 좋아할 일인가. 원전 밀집도가 높을수록 사고 위험성도 높은 것이 당연하다. 더 큰 문제는 크고 작은 고장이나 가동중단 같은 사고의 경우,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은폐하는 정부의 태도다.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며 안전하다고 정부가 주장하는 핵발전. 한국의 가동중인 원전 22기의 총 사고발생 확률은 29.92%이고 2024년까지 13기가 더 추가되면 사고확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경제적이라고 주장하지만 2010부터는 핵발전 원가가 재생가능발전 원가를 앞질렀다고 한다.

유럽의 경우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탈핵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은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원전을 확대하고 있으며 작년 말에 심지어 영덕과 삼척을 원전건설 후보지로 지정하였다.

이제 3월 11일이면 후쿠시마 참사 1주년이 된다. 체르노빌 참사보다 더 큰 사고라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아직 재앙은 끝나지 않았다. 죽음의 공포가 서서히 덮쳐오고 있다. 강연이 끝나고 아이랑 집으로 걸어가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는 저녁도 미처 먹지 못하고 엄마 따라 강연에 왔다. 착한 아이를 위해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너를 위하여 엄마가 꼭 핵없는 세상을 만들어주마!'
#녹색당 #양기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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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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