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의혹을 4월 총선 이슈로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주류로 다시 떠오른 친노 세력에 정치적 타격을 입히는 한편, 부산의 야권바람을 선도하고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에 대한 견제용 성격이 짙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최재경)가 지난 26일 정연씨의 아파트 구입자금 중 약 100만 달러를 '환치기'해 송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은아무개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는 등 '박연차 게이트' 수사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맞물려 파장이 예상된다.
이종혁 새누리당 의원(부산 진구을)은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연차 게이트' 수사 기록 공개를 촉구하며 "민주통합당은 19대 총선 공천자 중 사건 관련 부패친노세력은 없는지 국민 앞에 밝히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명규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대구 북구갑)도 몇 차례 공식 회의석상에서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의혹 문제를 거론하며 검찰의 수사 재개를 촉구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 낡고 썩은 부패 비리 친노세력 19대 총선 전면 내세워"
현재 이 의원의 총선 맞상대로는 지난 1990년 3당 합당 이후 노 전 대통령과 함께 '꼬마 민주당' 주역이었던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김 전 장관은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문재인 상임고문,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한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등과 함께 '낙동강 벨트'를 구성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통합당 19대 총선 공천의 성격은 부패 친노세력의 역사 전면 재등장"이라며 "나라를 망친 구시대 부패정권으로 스스로 폐족이라 칭했던 친노세력이 역사적 반성과 대국민 사과 없이 MB정부 실정의 반사이익으로 정치부활을 시도하고 있고 국민의 망각을 이용, 친노 폐족들을 모아 또다시 친노정권 수립을 꾀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19대 총선은 선진국 진입의 미래지향 국회가 구성돼야 할 중차대한 선거인데 민주통합당은 낡고 썩은 부패 비리 친노세력들을 공천하여 19대 총선 전면에 내세웠다, 역사를 후퇴시키는 작태를 벌인 것"이라며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의 판도라 상자, 수사기록을 국민 앞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수사기록 공개 이유로 "노무현 정권 비자금 관련자들이 총선 공천자로 확정됐다면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바른 정치와 국가의 법익(法益) 수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월간조선>과 '조갑제닷컴' 등이 보도한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의혹들을 열거하고 <일요신문>이 지난해 12월 보도한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계약서 사본을 '이면계약서'로 명명해 공개했다.
"박근혜가 '조수석'에 앉았다면 한명숙·문재인은 '운전대'를 잡았다"
구체적인 이름도 거론했다. 이 의원은 "친노세력은 자기 눈의 들보는 못 보면서 남의 눈의 티끌만을 지적하는 집단"이라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MB정부의 '조수석'에 앉았다며 실정 책임론을 운운하고 있지만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 한명숙 국무총리는 노무현 정권의 '운전대'를 잡았던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당과 상의하지 않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인으로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과 대결하는 부산 진구을 후보 공천 심사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선에는 "이미 지역에선 (공천 심사를 위한) 여론조사도 다 끝났고 다른 예비후보보다 나의 경쟁력이 더 우위에 있어 공천을 낙관하고 있다"며 "자기반성도 없이 MB정부의 부패를 지적하면서 무임승차하려는 친노세력의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 분노했기 때문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친노비리세력에 대해 2탄, 3탄의 폭로를 할 것"이라며 "2탄은 노무현 정권 당시 드러났던, 드러나지 않았던 부패·비리사건을 연도별로 정리하고 그 당시 요직에 있었던 이들이 누구인지, 누가 관련돼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재개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느끼고 있다. 총선에 임박한 지금, 정치적 공방이 오갈 수밖에 없는 이슈가 부각되는 것이 선거 돌파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황영철 새누리당 비대위 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 <강지원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의혹 관련 수사에 대해)아는 건 없다"면서도 "시기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그런 수사를 하는 것은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정수장학회 논란 '물타기' 용... 검찰 수사 재개는 불법 선거 개입"
민주통합당 측은 이 의원의 이 같은 공세를 선거를 앞둔 지역 차원의 정치공세로 판단하고 있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김현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부산에서 정수장학회 논란이 확산되자 '물타기' 용으로 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등은 검찰의 수사 재개 움직임에 대해선 "불법 선거개입"으로 규정하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은 보수단체가 수사를 의뢰해서 불가피한 사건이라고 하지만 이미 내사 종결된 사건"이라며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불법 선거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지 3년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들을 상대로 기획수사를 하는 것은 인면수심"이라며 "비열한 표적 기획수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국민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천호선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 스스로 종결한 수사를 다시 재개한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인데다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공작을 하기 위한 것이란 의심을 지우기 매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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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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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비자금' 수사기록, 총선 전에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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