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저녁 '나뭇골 자연체험학습장' 교육장에서 진행된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강연
슬로푸드문화원
저녁에는 황교익 맛칼럼니스트의 강의가 이어졌다. 그는 '밥 한 그릇에 천지인이 다 들어있다(一碗之食 含天地人)'는 해월 최시형의 말을 인용하며 "이것은 어렵고 심오한 말이 아니라 모두가 농사를 짓던 옛날에는 다들 자연스레 이해하던 것"이라고 말하고, "하지만 자본이 '음식 비슷한 것'을 제조하여 파는 요즘, 이러한 음식 전통은 모두 사라졌다"고 통탄했다.
황 칼럼니스트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상품 판매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슬로푸드'라는 이름을 함부로 갖다 쓰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일부 죽 회사가 '슬로푸드'라고 광고하는 것, 또는 '한식은 모두 슬로푸드'라는 근거 없는 논리는 모두 자본이 이윤 창출이라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 낸 이미지에 불과합니다. 오직 이윤을 위해 값싼 저질 식품을 만들어 파는 자본의 욕망을 꿰뚫어볼 줄 알아야 제대로 된 음식을 알아보는 눈이 생기고, 이는 곧 내 삶에 대한 주체적인 인식과 연결됩니다."
바른 음식 먹기는 '내 삶에 대한 주체적인 인식'1박 2일 일정의 교육이기 때문에 토요일 밤은 현지 숙소에서 자고, 일요일 아침부터 다시 강의가 이어졌다. 스스로를 농부 시인이라 소개하는, 귀농해서 8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서종홍 시인이 마지막 강의를 맡았다.
"신부님 수녀님만 성직이 아니죠. 가장 훌륭한 성직(聖職)을 농부라고 했어요. 농부는 생명을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대학교수 없어도, 농협 없어도, 군인 없어도, 판검사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농부가 없으면 살 수 없어요."
서 시인은 돈을 벌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뛰어다니며 노력을 해도 불행하기만 한 도시의 삶이 싫어서 농촌에 왔다며,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살아있다는 이 멋진 사실에 가슴이 두근대고, 어제 심은 배추며 무, 고추가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해 밭에 나갈 때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설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