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리의 상징이 된 아곡 박수량 선생의 백비. 그의 청빈한 삶을 그려 비석에 이름도 업적도 남기지 않았다. 전라남도 장성에 있다.
이돈삼
공해다. 문자에다 전화, 이메일까지. 하루에도 수십 건씩 날아든다. 내가 투표권을 행사할 선거구의 예비후보자한테서만 오는 것도 아니다. 집과 사무실의 소재지는 물론 고향, 학교, 친구, 선후배 등 온갖 연고를 통해 날아든다.
지지를 호소하는 문구도 가지가지다. '깨끗한 사람', '청렴한 심부름꾼'에서부터 '큰 봉사 할 사람', '초지일관할 후보', '지역발전 적임자', '정치판 뒤바꿀 거목' 등. 선거 때면 으레 등장하는 달콤한 말들이다. 하지만 당선된 뒤엔….
상당수가 부정·부패 고리와 연결되고 만다. 심지어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금배지를 단 의원뿐 아니다. 공직자도 예외가 아니다. 고위급에서부터 말단까지 뇌물을 받거나 갖가지 비리에 얽혀 옷을 벗고 있다. 그 수도 한둘이 아니다.
국민들이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의 말을 쉽게 믿지 못하는 이유다. 모두가 처음의 마음가짐을 저버린 탓이다. 옥석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 국민의 책임도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청렴은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라 했다. 업적도 스스로 떠벌린다고 남겨지는 게 아니다. 직접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알아주는 게 진정한 업적이다. 그렇게 여러 사람한테 인정받다보면 자연스레 회자되고 후세에도 길이 남게 된다.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