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김재철 사장의 배임 혐의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성호
"나는 내가 생각했을 때 옳은 일을 할 뿐이다." 재작년 < PD수첩 > '4대강 편' 방송이 보류된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아울러 "홍보국장이란 자리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김 사장이 주도한 수많은 결정과 선배의 신념이 다르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제가 이해한 바가 맞다면, 어쩌면 이 편지는 그저 넋두리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어코 이 글을 띄울 수밖에 없는 건, 아직도 적지 않은 후배들이 '제 2의 이진숙'을 꿈꾸며 험한 취재 현장을 누비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그다드의 여기자'를 잊지 않고 있는 수많은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행여나 그들이 제게 '기자 이진숙'에 대해 물어올 때, 저는 어떤 이야기를 해 줘야 할까요.
'이진숙 홍보국장'의 신념처럼, 저 또한 옳다고 믿는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랑하는 내 일터 MBC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이 전부일 뿐입니다. 그 때문인지, "평판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신 이 국장의 말씀처럼, 저 또한 이상할 정도로 징계가 두렵지 않습니다.
다시 보고 싶습니다. 포화 속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던 그때 그 모습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후배들의 진정어린 호소에 귀 기울이던 예전 모습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자신의 영달에 눈이 먼 야욕가가 아닌, '기자 이진숙'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십시오. 그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제 후배들의 피로 물든, 그 '핏빛 붓'을 내려놓으십시오. 제발 해고자들이 흘린 피로 만든 잉크, 그 '핏빛 잉크에 찍어 쓰는 펜'을 던져버리십시오. 너무 때늦은 바람이 아니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MBC 보도국의 한 후배 기자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기자는 MBC 보도국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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