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청 내 비닐천막 노숙농성장(2월 14일 촬영).
성낙선
강원도청 "불법 소란행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강원도청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지속 발생되었지만, 최대한 주민의 입장에서 민원을 해결한다는 관점에서 이를 인내하며 공권력 개입요청을 자제해 왔다"며 불법 행위로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간 및 앞으로 발생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 법률에 의거 관계기관에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강원도청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청 경내에 설치한 불법시설물(노숙천막)을 오는 14일까지 자진해서 철거하여 줄 것을 (주민들에게) 요청한다"고 말하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관련법에 의거 대집행할 계획이며, 향후 어떤 형태의 불법시설물도 허용치 않겠다"는 방침을 통고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강경한 방침이다.
강원도청은 이런 방침을 정하면서, 그동안 주민들이 "청사 기물(도지사실 출입문)을 파손하고 도지사실에 강제로 진입하고 점거"했으며, "도지사 관사 앞에서 야간(새벽) 시위 및 소란 행위"를 벌이는 등 "최근 불법 소란행위의 정도와 빈도가 지나쳐...(중략)...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강원도청은 왜 이런 기자회견을 열게 됐을까? 기자회견 내용만 놓고 보면 애초 강원도청과 주민들의 관계가 몹시 불편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지난해 4·27 강원도지사 재보궐선거 때만 해도 최문순 도지사의 당선을 열렬히 환영했다. 지역에서 강릉CC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지 4년째 되던 해다.
주민들은 예전 김진선 도지사 시절에 시작된 골프장 문제를 비로소 자신들 처지에서 해결해줄 인물이 나타났다고 보았다. 그만큼 기대도 컸다. 최문순 도지사도 상당한 의욕을 보였다. 지난해 9월 23일 도지사 직속으로 자문기구인 '강원도골프장민관협의회'를 구성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최문순 도지사는 민관협의회를 운영하면서 그야말로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러다 구정리 주민들을 비롯한 강원도 내 골프장 반대 주민들이 도청 경내에 비닐 천막을 치고 노숙농성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4일이다. 골프장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해지고 있다고 판단한 주민들은 도지사에게 좀 더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지사 입장에서 그건 합리적인 해결 방식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강원도청은 그동안 주민들의 노숙농성을 묵인해 왔다. 그런데 넉 달여 만에 '공권력'과 '대집행'을 거론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