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된 딸 굶겨 죽게해...대체 왜 그랬을까

[뉴스 속 건강 115] 가족들의 적극적 지지, '산후우울증' 막을 수 있어

등록 2012.03.07 20:19수정 2012.03.0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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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생후 8개월 된 딸을 보살피지 않고 때리는 등 폭행해 사망케 한 혐의로 주부 김아무개(2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0월 18일 김씨는 이틀 전부터 설사와 고열 증상을 보이는 아이를 이불로 둘둘 만 뒤에 발로 엉덩이를 서너 차례 때린 뒤 밥과 물을 주지 않고 딸을 38시간 동안 굶기는 등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루 뒤 김씨가 딸이 죽은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아이가 숨을 거둔 지 상당 시간이 지난 후였습니다.

김씨는 딸이 몸에 휴대전화 충전기 줄이 감긴 채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5시간 뒤에야 119에 신고했고,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혹시나 내가 죽인 것으로 오해받을까봐 집을 정리하느라 신고가 늦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씨는 산후우울증을 앓아서 우울증 약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우울증 치료를 받는 중이라 구속하지 않았다"면서 "우울증을 앓는 김씨가 좀 더 일찍 정신과 치료를 받았더라면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김씨와 경찰 관계자의 진술로 보아 이번 사건을 일으킨 큰 원인 중 하나가 '산후우울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후우울증, 출산 여성이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어

 분만 후 약 10~15% 산모들은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대개는 며칠 지나면 상태가 호전됩니다. 그러나 이 중 약 20%정도는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분만 후 약 10~15% 산모들은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대개는 며칠 지나면 상태가 호전됩니다. 그러나 이 중 약 20%정도는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산후우울증의 주된 증상이 우울과 불안을 느끼는 것입니다. 대개 출산 후 첫 10일 이후에 나타나서 산후 1년까지 지속될 수 있습니다. 20~40대에 걸쳐 아기를 출산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산후우울증을 경험할 수 있고, 특히 초산인 경우 더 쉽게 노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김종화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후우울증에 대해 "분만 후 약 10~15% 산모들은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면서 "대개는 며칠 지나면 상태가 호전되나 이 중 약 20%정도는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산후우울증은 초기에 서서히 증상이 생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됩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더 심해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산후우울증은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대개 수주 내지 수개월 이상 지속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모에서 흔히 보이는 모성우울증(maternity blue)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성우울증의 경우 산모가 쉽게 울고 짜증을 잘 내며 감정의 기복이 심합니다. 하지만 대개 출산 후 3일째 시작되어 특별한 처치를 하지 않아도 1주일 이내에 사라집니다. 그러므로 증상이 훨씬 심하게 나타나는 산후우울증과는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범희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출산 이전에 우울증이나 다른 기분장애의 병력이 있을 경우 예방적으로 약물 투여를 미리 할 수도 있다"면서 "엄마가 된다는 데 대한 마음의 준비와 심리적인 안정감 유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가족 구성원들의 적극적 지지, 산후우울증 막을 수 있어

일반적으로 우울증에는 항우울제를 쓰지만, 출산 후에 우울을 느끼는 시기는 수유 기간과 겹치기 때문에 산모에게 항우울제 등을 사용하는 약물 치료가 권장되지는 않습니다.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몇 달에서 몇 년 동안 산후우울증을 앓을 수 있기 때문에 우울 증상이 있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우울 증상이나 불안 증상으로 인해 양육 및 일상생활에 문제가 일어나고,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한 경우에는 항우울제 등의 약물 치료, 심리 상담 또는 정신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약물치료뿐만 아니고 가족들의 지지 역시 중요하므로 가족들에 대한 교육도 중요합니다. 김종화 교수는 "젊은 보통의 산모에 비해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복잡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 산후우울증이 오기 쉬우므로 주변에서 특히, 남편의 정신적인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사건 전날 주부 김아무개씨가 "왜 나에게는 관심이 없냐"며 남편과 말다툼을 한 후 분풀이 식으로 8개월 된 딸을 방치했던 것으로 보아, 만약 이번 사건에서도 산모에 대한 남편이나 가족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보살핌이 있었으면 이번 사건과 같은 비극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산후우울증 #항우울제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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