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철학+역사관 논쟁... 박근혜·문재인의 숙명

총선 앞둔 두 대선 주자의 피할 수 없는 전면전

등록 2012.03.07 21:37수정 2012.03.0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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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심사에서 친이, 친박의 개념은 없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하고 있다.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심사에서 친이, 친박의 개념은 없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하고 있다.남소연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다시 격돌했다. 두 사람 사이의 전선은 정수장학회를 넘어 정치철학의 문제로 확대됐다. 

정수장학회 문제를 먼저 제기한 쪽이 문재인 고문이었다면 정치철학에 대한 공세는 박근혜 위원장이 시작했다. 박 위원장은 7일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문 고문에 대해 "도대체 정치 철학이 뭔지 모르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추진을 둘러싼 참여정부 인사들의 말바꾸기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에서는 이 두 문제를 놓고 야권을 공격하는 단골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박근혜 "정치철학이 뭐냐"... 문재인 "밀어붙이는 게 박근혜의 정치절학"

박 위원장은 "문재인 후보(부산 사상)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비서실장이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한 가치나 정치철학, 정책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최근에 보면 노 전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추진했던 한미FTA나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데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내 침묵하던 문재인 고문은 오후 들어 박 위원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문 고문은 박 위원장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인 소통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문 고문은 "한미FTA나 제주해군기지나 국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귀를 열고 소통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게 (저의) 정치철학"이라며 "거꾸로 그냥 무시하고 마구 밀어붙이는 것이 박 위원장의 정치철학인지 모르겠다"고 역공을 폈다. 그는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는 것이 오른 태도냐"며 "소통을 거부하는 권위주의 정치철학 아니냐"고 맹공을 가했다.


문 고문은 제주해군기지에 대해서도 "참여정부에서 선정했다는 것이 강행의 명분이 될 수 있느냐"며 "참여정부 시절 부안을 방폐장 입지로 선정했지만 지역주민이 반대하자 입지를 옮겼다"고 밝혔다.

문 고문은 또 "1~2년 지체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들의) 반대 이유에 귀를 열고 공론을 모아야 한다, 필요하면 설득하면서 해야 한다"며 "이런 게 저의 정치철학"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고문이 정수장학회를 박정희 독재정권이 강탈한 '장물'이라며 박 위원장의 결자해지를 촉구하자 박 위원장은 '이사장에서 물러났고 자신은 정수장학회와 무관하다'고 대립했다.

영남 놓고 벌이는 두 대선 주자의 외나무다리 싸움

 민주통합당 부산·양산지역 총선 예비후보들은 지난 5일 오후 낙동강 하구둑 주차장에서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는 제목으로 '낙동강생명벨트 공동공약'을 발표했는데,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부산·양산지역 총선 예비후보들은 지난 5일 오후 낙동강 하구둑 주차장에서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는 제목으로 '낙동강생명벨트 공동공약'을 발표했는데,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성효

4.11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 위원장과 문 고문의 기싸움은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보인다. 대선의 전초전이 될 이번 총선에서 박 위원장은 영남에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문 고문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반면 문 고문은 영남에서 '노풍'을 확산시키고 새누리당의 철옹성에 균열을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박근혜'를 넘어서야 한다. 영남의 총선 성적표는 두 사람의 대권 가도에 결정적 변수다.

특히 적진에 뛰어들어 싸워야 하는 문 고문으로서는 보다 적극적인 공세가 불가피하다. 지난달 21일 함께 부산에 출마한 문성근 최고위원(북강서을)과의 대담에서 문 고문은 박 위원장의 정수장학회 문제, 박 위원장이 내놓은 남부권 신공항 공약 등에 대해 평소와는 다른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위원장과의 정면대결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 고문은 이날 정수장학회 문제도 다시 꺼내들었다.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박 위원장은 "(정수장학회가) 장물이고 또 여러 가지로 법에 어긋난다거나 잘못된 것이 있으면 벌써 오래 전에 끝장 났겠죠"라며 "정수장학회에 대해서는 제가 관여해 결정을 내릴 상황이 아니다. 만약 공익에 어긋나는 운용을 했다든지 비리가 있다면 당국이나 이사진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고문은 "국정원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권력의 위법한 행사에 의해 강탈한 것으로 인정했다"며 "법원 판결에서도 위법성을 인정했는데 이 모든 결정을 부정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문 고문은 또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십여 년 동안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거액의 월급을 받지 않았는가? 측근을 이사장으로 영입했다"며 "형식상 이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련이 없다는 것은 무책임한 자세"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근혜에 유신독재를 묻다... 역사관 문제로 확전 시도한 문재인

특히 문 고문은 이날 정치철학에 대한 박 위원장의 공격을 되받아 치면서 '박정희의 딸' 박근혜 위원장의 역사관을 문제삼았다.

문 고문은 "박 위원장은 유신독재와 유신체제 시절의 인권유린에 대해 한 번도 잘못된 것이 있다고 시인한 적이 있느냐"며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 있는 것인지 거꾸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박정희 유신독재와 인권 유린에 대한 비판이 사실상 금기처럼 돼버렸지만 이는 대선주자로서 박 위원장이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문 고문의 문제 제기에 박 위원장은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까.
#박근혜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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