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7시 한겨레신문사 5층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100분 토론'이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통합진보당이 청년비례대표 공개 선출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인 '2030 국회의원 만들기 위대한 진출'의 최종 후보자 5명이 벌이는 마지막 임무였다. 여기서 최종 선출된 1명은 통합진보당의 당선 가능권 비례대표 순번을 배정받는다. 토론회에는 제주도 강정마을에 있는 관계로 참석하지 못한 기호 2번 유승재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가 함께했다.
이번 총선을 맞이해 정당들은 앞다투어 2030 세대에게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다. 청년들의 정치세력화가 가속화되면서 이번 총선에서 청년들의 표심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정당들은 판단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청년들의 흥겨운 정치 축제를 내세우며 <락파티>라는 프로그램으로 총 4명의 청년비례대표를 선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27살의 '돈 없고 백 없는' 손수조씨를 강력한 대권 후보 문재인의 대항마로 내세우는 파격적인 공천을 감행했다. 여기에 통합진보당은 <위대한 진출>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청년비례대표 선출에 뛰어들었다.
통합진보당의 <위대한 진출>은 지난 2월 17일에서야 후보 등록과 선거인단 신청을 받기 시작해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멘토제와 PR영상 등 민주당의 <락파티>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7일 벌어진 토론에서는 그간 통합진보당이 추구해왔던 '독특한 방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톡톡 튀는 진보 청년들을 담기에 그릇이 너무 '반듯'했다. '이번 100분 토론은 온라인 선거인단의 투표를 앞두고 진행하는 마지막 관문이어서 표심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는 통합진보당의 바람과는 달리 이 토론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가를 만한 부분은 찾기 힘들었다.
패기 넘치는 후보들 돋보여... 토론회 구성과 진행은 '미흡'
너무 잘 짜여진 토론 진행 과정은 패기 넘치는 진보 청년들의 토론회보다는 기성 정치인들의 토론회 느낌이 물씬 났다. 이미 공개된 질문들 중 3가지를 사회자가 말하면 이를 잘 준비해온 토론자가 읽어나가는 방식이었다. 생방송 스튜디오 현장에서 입수한 원고에 토론 방식이나 토론 순서, 사회자의 멘트가 빼곡히 있는 것을 보니 마치 드라마 대본을 보는 듯했다. 지상파 토론인 MBC <100분 토론>보다도 훨씬 정형화된 틀 속에서 토론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사회자 또한 이번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단의 색깔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우선 사회자의 미숙한 진행이 문제가 됐다. 토론의 사회자는 토론의 분위기를 주도하며 토론자들에게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등 토론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회자는 그저 '원고 읽는 남자'였다. 시종일관 같은 목소리 톤과 잘 들리지 않는 낮은 목소리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 했고 토론 분위기를 띄우기보다는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 지난 2월 29일과 3월 1일, 5일, 6일 <오마이뉴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토론회의 사회자가 가끔 짓궂은 장난도 하고 후보자들의 발언에 호응도 해주며 토론 안에 들어가 진행한 반면, 이번 사회자는 마치 선생님이 학생들 모의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듯했다.
인터넷 활용 능력 또한 실망이었다. 이날 토론회는 <인터넷한겨레>(www.hani.co.kr)와 통합진보당 위대한 진출 누리집(great2030.org)을 통해 동시에 생중계됐고 시청자들은 시청중 아프리카TV나 트위터(@uppdream)를 통해 후보자에게 질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토론에서는 생중계와 양방향 소통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트위터 의견 소개는 '좋았어요', '인상 깊었어요' 등 형식적인 말들의 나열이었으며, 네티즌들의 질문도 한 듯 만 듯 지나가버렸다.
구성은 이러했지만 후보들 개개인은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하고 청년의 패기 넘치는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단은 민주통합당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통합진보당 후보 중 1명이 붙고 나머지가 떨어지더라도 '청년연합군'으로 다같이 연대해 1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무한경쟁시대 승자독식'이라는 냉혹한 사회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로 청년 국회의원들만이 할 수 있는 참신한 모습이었다.
"청년들 스스로 주인의식 갖고 99% 삶 바꿔나가야"
이런 의식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후보들은 청년들의 정치조직화를 통한 정치 참여가 이루어질 때에만 현실에서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번 청년비례대표 김재연 후보는 촛불 시위 참여를 예로 들며, '청년들의 마음속에 있는 촛불을 당기자'고 말했다. 김 후보는 청년들이 '패배의식을 극복하고 승리의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대련 활동 경험을 내세우며 청년들의 정치세력화를 외쳤다.
기호 3번 이윤호 후보 또한 경희대학교 학생회장 시절 전체 학생 총회를 성사시켜 등록금 인하를 이루어낸 경험을 예로 들며 연대를 통해 변화를 이루자고 강조했다. 기호 4번 김지윤 후보도 청년들이 스스로가 주체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99%의 삶을 바꾸는 투쟁을 이어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답게 두루뭉술한 답변이나 정치적 수사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가감없이 하며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을 가진 후보들의 모습은 원활한 토론진행에 도움이 되었다.
기호 4번 김지윤 후보는 이번 토론의 '독설가'였다. 김 후보는 원칙 없는 야권연대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현재 청년문제를 만든 장본인들이 있는, 청년문제의 원흉일 수 있는 민주통합당과의 선거공학적 입장에서 이루어지는 무조건적인 연대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서도 '제주 해군기지 구럼비 폭발은 민심의 폭발'이라며 MB심판을 외쳤다.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에 대해서는 '마케팅 수단의 일부'라며 평가절하했다.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도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이 우경화로 가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북한인권문제를 두고 기호 1번 김재연 후보가 지금껏 진보 인사들이 주로 말했던 것처럼 '정보의 부족'을 이유로 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기호 4번 김지윤 후보는 "탈북자들도 99%의 일부이다"라고 말하며 인권은 이념을 초월하는 가치이기 때문에 북한 인권에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직설적이고 확고한 모습은 청년국회의원 후보다운 패기 있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한편 기호 5번 조성주 후보는 '청년노동'을 구호로 내걸며, 노동분야 전문가임을 부각시켰다. 또한 홍희덕 의원의 정책보좌관과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의 경험을 살려 정책 분야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토론의 명장면은 조성주 후보와 김지윤 후보의 공약 토론이었다. 조성주 후보는 김지윤 후보의 공약인 학자금 대출 탕감이 재원이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아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조 후보는 막 퍼주기식 학자금 대출 탕감보다는 학자금 대출마저 못해 제 2, 3 금융권으로 가는 저소득층 분위 학생들에게 낮은 금리에 대출을 해주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지윤 후보는 자신의 공약이 신용불량자로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유예기간을 줘 사회 초년기에 낙오자가 되는 것을 막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막 퍼주기식 공약이 아니라고 맞받아쳤다. 정책 부분에 강한 조성주 후보의 예리한 지적과 김지윤 후보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후보자들 각각은 톡톡 튀는 매력을 가진 진보청년들이었지만 이들을 담아내는 구성은 아쉬웠던 <위대한 진출> 100분 토론. 유권자들이 이들에게 기대한 토론의 모습이 과연 이런 것이었을까? 유권자들은 아마추어 같더라도 개성 넘치는 모습, 수치엔 약하더라도 공감에는 강한 청년 후보들의 모습도 기대하지 않았을까. 문득 자연스러운 옷차림과 진솔한 삶 이야기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토론을 그들만의 색깔로 꾸몄던, 지난 5일 <오마이뉴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락파티> 20대 토론회가 떠올랐다. 이번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후보단의 100분 토론은 내용은 참신한 청년국회의원이었으나 구성은 물갈이 대상인 기성정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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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손수조 후보? 마케팅 수단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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